[檢수뇌 대해부]'부정부패 전문 칼잡이' 김기동 부패범죄특별수사단장

미니 중수부 특수단 검찰내 부패수사 베터랑 총집결
주영환 1팀장 금품로비, 한동훈 2팀장 기업비리 수사 두각
4·13 총선이후 국책사업 비리수사 본격화 전망
"21기 동기들 중 수사검사로는 최고" 극찬도
BBK검사 꼬리표·통영함 무죄 선고는 부담
  • 등록 2016-03-13 오후 5:22:16

    수정 2016-03-13 오후 6:55:20

법무부는 지난 1월 초 대검 중수부를 대체하는 전국 단위의 대형 비리 수사기구인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을 신설하고 김기동 대전고검 차장검사를 단장으로 임명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성세희 기자] “내부에서 그를 ‘단장 전문가’로 지칭할 정도다. 얼마나 걱정이 많겠나. 아마 잠이 안 올 거다.”(검찰 관계자)

김기동(52) 대전고검 차장검사는 ‘미니 중수부’로 불리는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이하 특수단)을 이끌고 있다. 2013년 이후 특수단만 3번째다. 2013년 원전비리수사단장을 시작으로, 원전비리 수사가 끝나자마자 2014년 11월부터 올해 초까지는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을 이끌었다.

2013년 폐지된 대검 중앙수사부(중수부)는 대검찰청 차원에서 전국 단위 대형 부정부패 사건과 고위 공직자 비리 등을 수사하는 조직이었다. 우리사회 부정부패 일소에 큰 기여를 했지만 ‘청와대 하명수사’ ‘정치검찰’의 오명을 달고 다니던 곳이기도 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를 일소하겠다’는 방침 아래 3년만에 특수단이 출범하면서 김기동 단장은 세간의 관심대상으로 부상했다. 특수단 인원은 40여명이다. 60명 선을 유지했던 중수부보다는 다소 작은 규모지만 검찰내에서 고르고 고른 엘리트들이 총 집결했다는 점에서 화력은 과거 중수부 못지 않다는 분석이다. 주영환(46·연수원 27기) 1팀장은 김 단장이 특수1부장 때 부부장을 지내면서 손발을 맞춘 경험이 있다.

주 팀장은 정재계간 금품로비사건 수사에서 실적을 쌓았다. 지난해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에서 이완구 전 국무총리를, 2011년 대검 중수부 산하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에서는 이상득 전 의원을 직접 조사하기도 했다.

한동훈(43·연수원 27기) 2팀장은 2004년과 2006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서 SK분식회계사건, 현대·기아차 비자금사건 등을 수사했다. 대검 공정거래조사부 부장 때는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의 원정도박, SK건설 담합 사건 등 기업비리 수사에서 두각을 보였다.

김 단장의 시선이 어디로 향하느냐에 재계와 공직사회가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유다. 법조계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강조한 국민의 세금을 축내는 부패와 공공분야 비리에 특수단의 칼날이 가장 먼저 향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정권말 레임덕에 따른 공직기강 해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차원에서다.

그러나 지난 1월 27일 출범한 특수단은 출범 50일이 지나도록 조용하다. 검찰 안팎에서 수집된 자료를 토대로 수사방향을 정하는데는 시간이 걸린다.국회의원 총선거가 코앞인 것도 부담이다. 법조계에서는 정치적 논란 등을 의식해 다음달 13일 총선이 끝날 즈음부터 특수단이 움직일 것이란 관측이 많다.

검찰 관계자는 “특수단이 여러 첩보를 입수해서 검토하는데 처음이니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라며 “제20대 총선 지나면 특수단이 움직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특수단장만 세번째…부정부패 전문 칼잡이

김 단장은 2007년 특수1부 부부장검사를 거쳐 2009년 특수3부 부장검사로 발탁됐다. 특수3부 부장검사 임기를 마치자 특수부 선임 부장인 특수1부 부장검사으로 임명됐다. 이듬해인 2010년에는 대검 검찰기획단장으로 영전했다.

검찰은 통상적으로 서울중앙지검에서 근무한 검사는 이듬해 다른 지역으로 발령내는 하방(下方) 인사를 단행한다. 지역간 형평성 제고 차원에서다.김 단장 인사 발령이 이례적인 이유다. 김 단장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를 떠난 후에도 김 단장은 대형 부정부패 수사 때마다 총대를 멨다.

검찰은 2013년 신고리 원자력 발전소 1, 2호기에 설치된 제어케이블 시험 성적표가 위조됐다는 제보를 토대로 원전비리수사단을 꾸리고 김기동 부산지검 동부지청장을 수사단장으로 임명했다.

김 단장이 이끈 수사단은 이 사건에 연루된 김종신(71) 전 한수원 사장과 이명박 전 대통령 정부에서 ‘왕차관’으로 불렸던 박영준(56) 전 지식경제부 2차관을 법정에 세워 유죄 판결을 받았다. 수사역량을 인정받은 김 단장은 곧바로 방위사업비리 합수단장으로 발탁됐고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김 단장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21기 가운데 장가를 잘 가거나 학연·지연 덕을 보지 않고 실력만으로 검사장까지 올라간 검사는 21기 중에 김 단장 뿐”이라며 “동기들 중에서 수사 검사로서는 최고”라고 말했다.

김 단장은 후배검사들에게는 실력있고 유능하지만 일욕심이 많아 같이 일하기 힘든 선배로 꼽힌다. 일 많기로 소문난 검찰 내에서도 대표적인 ‘일벌레’다. 체인스모커인 김 단장은 특수단 단장직을 맡은 후 담배를 끊었다는 후문이다. 특수단 관계자는 “김 단장이 체력이 떨어져 수사에 지장을 줄까봐 금연을 시작했다”고 귀띔했다.

BBK검사 꼬리표·통영함 무죄 선고는 부담

수사 실력을 인정받아 승승장구하기는 했지만 김 단장에게도 아픈 기억은 있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터진 BBK사건이 대표적이다. 검찰은 당시 BBK사건과 관련 대선 후보로 나온 이 전 대통령에게 면죄부를 줬다는 비난을 받았다. 김효석(67) 전 통합민주당 원내대표 등 140명은 김 단장을 비롯한 BBK 사건 수사 검사의 탄핵 소추안을 국회에 발의하기도 했다.

김 단장과 함께 일한 경험이 있는 법조계 관계자는 “좋은 평가를 받던 검사 중 한 명이었는데 승진하면서 달라지는 모습을 보였다”라며 “소신을 지키는 강직한 검사란 평가를 내리기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김 단장에게는 황기철(60) 전 해군참모총장의 1·2심 무죄 선고도 부담이다. 애초 방산비리 합수단이 출범한 계기는 ‘통영함 비리’였다. 검찰이 통영함 납품 비리를 파헤치기 위해 방산비리 합수단을 출범했다. 검찰은 황 전 총장을 통영함 납품 비리 주범으로 지목하고 구속 기소했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황 전 총장이 통영함 음파탐지기 제안서 평가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할 동기가 없다”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통영함 비리의 핵심 인물로 지목한 황 전 총장이 무죄 판결을 확정 받으면 부실 수사 논란을 피해가기 어려울 전망이다.

김기동 단장 약력

김 단장은 경남 진주 태생이다. 부산 혜광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89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업연수원 21기다. 1995년 서울지검 남부지청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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