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발사체, 나로호와 달라..상업화돼야 진짜 성공"

김승조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인터뷰
"상업화되려면 비용 최소화하고 대중적인 제품 만들어야"
"위성, 가장 성공한 사업..영업 전담할 연구소기업 만들 것"
  • 등록 2013-05-21 오후 2:56:20

    수정 2013-05-21 오후 2:56:20

[이데일리 김혜미 기자] 지난 1월 말 나로호(KSLV-1)의 발사 성공은 온 국민을 감격에 들뜨게 했다. 완벽한 우리 기술은 아니었지만, 이제는 우리도 조금씩 우주강국으로 향하고 있다는 데는 모두가 공감했다. 두 번의 발사실패와 거듭되는 발사 연기로 국민들의 피로감은 상당했지만 한 번의 성공은 모든 것을 잊게 하는 데 충분했다.

‘나로호 성공의 주역’ 김승조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을 만난 건 지난 13일 오후 대전 항우연 접견실에서였다. 월요일인데도 여느 때와 달리 피곤해보였기에 의아했는데, 알고보니 이틀 전 인간동력항공기 조종사 후보선발 1차 예선인 ‘4km 단축마라톤대회’에 참석한 뒤 몸살이 났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오는 26일 2차 400m 달리기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만 62세의 나이지만, 열정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 듯 했다.

요즘 김 원장의 최대 관심사는 지속가능한 항공우주산업을 어떻게 육성할 것인가 하는 부분이다. 나로호는 ‘발사 성공’ 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었지만, 한국형 발사체를 만들어 상업화해야 하는 또다른 숙제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보다 훨씬 기술이 앞서있지만 상업화에 성공하지 못한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큰 그림을 그리는 데 여념이 없었다.

-잠잘 때도 한국형 발사체를 만드는 꿈을 꾼다면서요.

“한국형 발사체 사업이 제 궤도를 잡는 일이 중요합니다. 올해 틀을 잘 짜야 합니다. 경쟁력있는 민간항공기를 개발할 수 있는 터전을 만들고, 무인항공기, 개인용 항공기(PAV) 기술 등을 개발해 미래 항공기술을 발전시켜야 합니다. 우리가 우주강국으로 가려면 로켓 완제품은 물론 관련 부품 등 전체 체계를 자신있게 만들 수 있는 기업이 있어야 하는데, 그 역할은 항공산업이 적합합니다.”

-요즘 한국형 발사체의 ‘상업화’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한국형 발사체를 개발해 발사에 성공했다고 칩시다. 거기서 박수치고 끝낼 사업이 아니죠. 발사 성공한 이후가 더 중요합니다. 우리 인공위성이든, 남의 위성이든 지속적으로 우리 로켓으로 발사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다만 첫 개발 이후부터는 다른 나라보다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 게 중요하죠. 처음엔 개발비가 좀더 들더라도, 나중에 상용화했을 때 저렴해질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합니다. 처음엔 최상의 제품을 만들고, 두 번째부터는 가격을 낮출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일본은 왜 상업화에 실패했습니까.

“너무 초고급 로켓을 만들었던 탓이죠. 로켓을 두고두고 쓸 것도 아닌데…. 엔지니어들의 높은 기대수준에 맞춰 제작해 가격경쟁력을 잃었습니다. 비행기를 만들 때도 분야별 엔지니어 주장대로 만들면 해괴한 비행기가 나온다고 합니다. 발사체든 항공기든, 설계와 개발 과정에서 끊임 없이 협의하고 양보해서 가볍고 저렴하면서 성능 좋은 물건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죠.”

김승조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항우연 제공)


-올해 한국형 발사체 사업 예산이 줄어들었는데.


“원래 이번 추가경정예산을 1500억원 받을 수 있을 걸로 봤는데 3분의 1 정도 받는 데 그쳤습니다. 하지만 없는 것보단 낫고, 아직까진 그렇게 급하진 않습니다. 내년에만 최소 3000억원의 예산이 필요하지만 계획대로 추진되는 데는 무리가 없을 걸로 봅니다. 이미 가설계는 끝났고 앞으로 연소실 시험, 엔진시험, 단 시험, 시험발사 등을 거쳐 2018년과 2019년에 75t급 엔진 4기를 하나로 묶어 300t급 엔진 연소시험을 진행하는 스케줄을 갖고 있습니다. 몇 번 실패하겠지만 반드시 달 탐사를 이룰 겁니다.”

-항공우주기술 분야엔 인력난이 없나요.

“우려하는 것 만큼 부족한 정도는 아닙니다. 지금 한국형 발사체나 달탐사로켓 제작한다고 해서 한꺼번에 인력을 많이 키워놓으면 나중에 이들의 진로도 걱정해야 합니다. 한국형 발사체의 경우 항우연에선 100명 정도만 더 있으면 충분하죠. 물론 인공위성은 나중에 시장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인력이 더 필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반드시 우주공학을 전문적으로 전공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관련 산업에 종사할 수 있습니다.”

-항우연이 최근 인공위성 수출을 위해 ‘카리 솔루션(KARI Solution)’ 카탈로그를 제작했는데요.

“인공위성은 항우연에서 가장 성공적인 사업 분야입니다. 항우연이 하는 사업은 항공과 인공위성, 발사체 등 3가지인데 인공위성이 지금까지는 성과가 가장 좋았죠. 카리 솔루션에는 영상판매와 인공위성 조립, 테스트하는 시설, 장비, 지상국, 관제, 영상 시스템 등 우리가 보유한 인공위성 기술이 모두 집대성돼 있습니다. 특히 우리가 만들 수 있는 인공위성은 광학위성, 통신위성 등 100kg급에서 3t급까지 모두 50여가지를 수출할 수 있습니다. 이걸 토대로 하면 창조경제에도 일익을 담당해서 관련 회사도 많이 만들 수 있습니다.조만간 위성 영업을 전담할 연구소기업을 하나 만들 계획이다.국가적인 사업이므로 자금 조달도 해야 하고, 코트라(KOTRA)나 코이카(KOICA) 등과 협조도 필요합니다.”

-연구소 기업이 이미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작년 2월에 ‘㈜인스페이스’와 ‘㈜나라’ 등 두 곳의 연구소기업이 문을 열었습니다. 인스페이스는 다중위성 신호·영상 처리 시스템과 영상 고부가처리 등을, 나라는 탄소 순환 연구 및 탄소지도 시스템 개발 업체죠. 국내 최초 민간위성 제작업체인 쎄트렉아이(099320) 내 영상판매 회사가 따로 독립해 연구소 기업으로 연구원 내에 사무실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창조경제’가 화두입니다.

“항공 분야에서 중형항공기, 민간헬기 개발 등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 부분에서 곧바로 정보통신기술(ICT)이나 기계, 소재 등 융합 중심 신산업 창출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중장기적으로 추진하는 전기비행기나 고고도 장기체공 비행기, PAV 개발은 세계적으로도 아직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신사업 분야이기 때문에 향후 국가 주력사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PAV는 각종 전자장비의 총집합체로, 빨리 관련기술 개발에 나선다면 세계 1위의 IT기술을 자랑하는 우리나라가 세계 시장을 석권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봅니다.”

-연구자들이 자유롭게 상상력을 개진할 수 있는 공간인 ‘다빈치 랩’을 만드셨는데요.

“연구원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산할 수 있도록 일종의 마중물을 뿌린 셈이죠. 일과가 끝난 뒤나 주말이나, 자유로운 시간에 이 곳에서 우리 연구원들이 셀프 모티베이션(self motivation)이 될 아이디어를 구현할 걸로 봅니다.”

-‘빅 이벤트’를 준비하고 계신다면요.

“올 가을 일산에서 우주와 항공을 테마로 한 에어쇼 ‘ADEX 2013’을 열 예정입니다. 나로호에서 벗어나 항우연이 우주항공분야에서 하고 있는 것들을 모두 보여줄 것입니다. 이때 상영관에서 상영할 3차원 영상물을 제작 중인데, 배우 이민우와 최재원이 출연합니다. 2040년에 항우연을 은퇴한 노신사가 우주호텔에 가서 금혼식을 올리는데, 나로호와 한국형 발사체 등을 회상하며 지난 날을 되짚어보는 내용이죠.블록버스터가 될 걸로 자신합니다.(웃음).”

김승조 항우연 원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항공우주 분야 최고 전문가로 지난 1월30일 나로호 발사 성공의 주역이다.

1950년생으로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를 졸업하고 미 텍사스주립대에서 기계항공공학과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3년부터 1979년까지 국방과학연구소 연구원을 지냈으며, 1992년 서울대 공대 항공우주공학과 학과장, 2001년 서울대 항공우주신기술연구소장 등을 역임했다. 1995년부터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직을 맡고 있으며 2010년에는 미국 항공우주학회 펠로우(fellow)로도 선정됐다.

그는 지난 2001년 PC 32대를 연결해 만든 슈퍼컴퓨터로 미 덴버에서 열린 ‘슈퍼컴퓨터 경진대회’에서 고든벨상(Gordon Bell Prize)을 수상했다. 2011년 6월부터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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