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둥=이데일리 윤도진 특파원] 북한 주민들은 빠르게 안정을 찾아가고 있었다. 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당시 한동안 일상이 끊긴 것과는 다르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발표 나흘째인 22일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둥강(東港)의 압록강변 도로를 따라 달리며 본 철책 너머 북한 주민들의 모습은 천천히 종전의 일상으로 돌아오는 듯했다.
| ▲ 북중간 철책 뒤로 북한 황금평 농가들이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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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록강 본류 넘어 중국과 맞닿아 있는 북한 땅 황금평엔 영하 17도의 맹추위 속에서도 개발구 기반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북한이 경제특구로 지정해 중국과 합작해 개발하고 있는 곳으로 일부 메워진 작은 도랑을 두고 국경이 맞닿아 있는 곳이다.
이 곳에서는 철책 200여미터 앞까지 덤프트럭 서너대가 지나다녔고 멀리에선 대형 포크레인이 분주히 굴삭작업을 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양국 가운데 어느 측 공사인력인지는 분간할 수 없었지만 며칠 중단된 작업이 재개된 것으로 보였다.
농가들이 모여있는 마을 인근에서는 두터운 외투를 입은 한 남성이 수십 마리의 거위를 몰고 나온 모습도 보였다. 거위를 풀어논 곳은 중국과의 국경 철책에서 100여미터도 안된 논이었다.
| ▲ 압록강변 북한 황금평 농촌 마을에 인공기가 조기로 걸려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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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는 인공기가 조기로 걸려 있었다. 점심 시간 무렵 논길을 따라 8~9명의 주민들이 걸어가는 모습도 보였다. 농가에서는 밥을 짓는 듯한 연기도 피어오르고 있었다. 북한이 정해놓은 애도기간이지만 시간이 다소 흐른만큼 국경지역 주민들도 일상을 이어가는 듯했다. 철책 인근에서는 초소를 지키는 군인으로 보이는 이들도 네 명 목격 됐다.
물자를 대규모로 실어나르기 위해 신의주와 단둥 사이에 건설 중인10차선 도로폭의 신압록강대교는 아직 중국쪽에서만 공사를 이어가는 것으로 보였다. 가교를 놓는 공정이 진행중인 이 다리는 아직 가운데가 연결되지 않았고 사망 소식 이후 북한쪽에서는 공정이 멈춘 상황이었다.
압록강변 신의주쪽 북한의 항구 마을에서는 어민들이 배 위에 올라 조업을 준비하는 모습도 외신에 의해 포착됐다. 어민들은 인공기가 내걸린 정박한 배위를 분주히 오고가고 있었다.
| ▲ 신압록강대교 건설현장은 중국 쪽만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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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둥 세관에는 최근 며칠보다 북한으로 가는 부쩍 화물이 늘어난 것으로 보였다. 5분여 사이 세관으로 들어가는 대형 컨테이너 트럭만 다섯 대였다. 현지 중국인 대북 무역상은 "통제됐던 민간 화물 통관이 재개된 걸로 안다"고 했다.
단둥에 남아있는 북한 무역상 가운데서도 귀국하지 않고 사업을 재개하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무역상과 친분이 있다는 한 조선족 교포는 "안에서 들어오지 말고 업무에 전념하라고 했다더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