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당국, 환율하락 구두개입 나선 배경은(상보)

환율, 연중 최저치 경신 "시장동향 예의주시"
  • 등록 2009-09-16 오후 2:42:12

    수정 2009-09-16 오후 2:43:08

[이데일리 이진철기자] 달러-원 환율이 16일 1210원선의 아래쪽을 위협하며 장중 연중 최저치를 경신하자 외환당국이 사실상 구두개입을 통해 환율 방어에 나섰다.

불과 몇달전인 올봄만 하더라도 환율상승을 걱정하던 분위기에서 완전히 반전된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오전 환율이 올해 최저치를 경신한 것과 관련, "시장의 쏠림으로 환율이 급변동하면 적절한 조치를 취해나갈 것"이라며 "외환시장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정부 관계자는 "최근 환율 하락 속도가 느리지 않다"며 "당국이 환율의 추가 하락을 용인할 것이라는 관측을 일부에서 내놓고 있지만 그건 오해다"고 말했다. 이어 "쏠림 현상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조치를 취해나간다는 기존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외환당국이 모처럼 구두개입에 나선 것은 글로벌 달러화 약세와 주식시장 상승으로 환율이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한쪽 방향으로의 급격한 쏠림은 용인하지 않을 것이란 의지를 시장에 알리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허경욱 기획재정부 차관이 전일(15일)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원화강세가 수출경쟁력 훼손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지면서 외환시장에선 당국이 개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환율이 급락할 수 있다는 시각이 제기됐다.

이러한 우려는 간밤 뉴욕 역외환율시장에서도 일정부분 반영됐다.

뉴욕증시 강세의 영향을 받긴 했지만 뉴욕 역외시장에서 달러-원 1개월물 차액결제선물환(NDF) 가격은 1개월물 스왑포인트(0.40원)를 감안할 때 1213.85원을 기록, 전일 현물환 종가대비 4.65원 하락하며 연중 최저치를 하회했다. 이에 따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장개시후 환율은 전일대비 4.5원 하락한 1214.0원에 거래를 시작했고, 장초반 1209원까지 하락하면서 1210원 하향돌파를 시도하기도 했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환율의 하락기조에는 동의하지만 한쪽 방향으로 급격한 쏠림이 나타날 경우엔 관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올들어 많은 역외세력들이 글로벌 경기전망을 통해 달러화 약세와 원화강세에 베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 환율이 정부의 개입 경계감으로 일정수준을 지지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당국이 개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경우 역외세력이 마음대로 달러매도에 나서 환율급락을 야기할 수 있다는 당국의 우려감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환율이 1200원선 아래로 깨질 경우 1190원과 1180원의 레벨을 거치지 않고 급락할 수도 있다"면서 "이처럼 환율이 한쪽 방향으로 쏠리는 것을 방관하지 않고 관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환율하락이 물가안정에는 기여하는 반면 수출에는 악영향을 미치는 양면이 있다"면서 "다만 물가는 환율효과가 서서히 나타나지만 수출부문은 환율하락 여파가 기업들의 수익성에 곧바로 반영되고, 경기회복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란 점이 환율관리에 나서는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경기의 더블딥 및 주식시장 조정 가능성 등을 비롯해 수급측면에서 조선업체의 수주취소로 선물환 문제에 따른 달러공급 감소 등 환율상승 요인이 환율하락의 시장분위기에 휩쓸리고 있어 간과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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