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핵실험)세계화시대에 금융제재 `치명적 무기`

북, 美 금융제재해제 위해 핵실험 강행
미, 제재 완화 `효과 100% 만족`
美 세계금융시장 장악, 금융기관들 제재 동참시켜
  • 등록 2006-10-09 오후 4:10:39

    수정 2006-10-09 오후 4:13:23

[이데일리 문주용 선임기자] 북한이 핵실험을 한 이유를 곰곰히 따져보자. 핵확산 금지조약(NPT)체제까지 탈퇴하며 `위협`하던 당시 북한의 논리는 핵 억제력을 이용한 `체제 안전 보장` 이었다.

"우리가 핵을 가져야 미국이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의 선제 공격론에 맞서 핵무기 보유를 생존의 문제로 주장했던 논리다.

그런데 이번 핵실험은 이런 논리와는 다르다. 언제부터인가 달라졌다. 이번에 북한의 핵실험 실시는 체제 안전 보장이 아니라, 북미간 대화 재개가 목표다. 그리고 대화재개를 통해 얻으려는 것은 `대북 금융제재 해제`다. 금융제재 해제를 통해 당장 꽉막힌 돈줄을 풀어달라는 것이다.

물론 체제 안전보장이라는 궁극적 목적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대화재개, 금융제재 완화후에 다시 체제 안전 보장 요구를 할 가능성이 있다.

세계화시대에 핵무기 또는 재래식 군사력보다 더 무서운 무기가 등장했다. 바로 `금융제재`다. 국제 금융거래를 막는 해외 은행의 계좌 동결조치 등이다.

미국의 군사력이 체제 안전의 위협이었던 과거와는 달리, 현재에는 미국의 금융제재가 김정일 체제의 안전을 위협하는 `치명적 무기`가 된 셈이다.

북한에 대한 미국의 금융제재는 두가지 직접적인 배경이 있다. 하나는 북한의 달러 위폐 혐의다.

미국은 북한이 위폐 달러를 직접 제작, 해외 거래에서 이를 끼워팔기하면서 돈세탁을 했다고 주장한다. 물론 북한은 이를 부인했지만 북한과 중국국경에 심심찮게 위폐달러가 나돌고 있는 것을 보면 어쨌든 북한과의 관련설은 일부 일리가 있어 보인다.

미국은 북핵문제와 관련, 6자회담을 추진하는 중에 별도로 북한에 대해 해외 계좌 동결등을 조치로 금융제재를 취했다.

미국은 한번도 금융제재가 북핵과 관련이 있다고 시인한 적이 없다. 미국으로선 자국의 화폐이자, 세계 금융시장을 지배하는 최대 무기인 `달러`의 위폐를 마음대로 찍어두는 행위를 경제주권 침해로 보고 대응했다. 우리 정부는 이 사안을 가볍게 생각한 인상이 있다.

극적인 계기가 찾아온 것은 지난해 미국이 북한이 위조달러 지폐를 유통시키고 마약등 불법 국제거래 대금을 세탁하는데 활용한 계좌로 방코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의 북한측 계좌를 동결시키면서다.

이 계좌가 사실상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통치자금을 관리해온 계좌로 드러나면서 미국은 금융제재로서 최대의 성과를 올리게 됐다. 반면 북한은 2400만달러에 달하는 통치자금이 동결되면서 큰 타격을 받았다.

이 은행은 마카오 현지에서도 6위에 해당하는 소형 은행이지만 미국이 지난해 이 은행을 돈세탁 우려 대상으로 지정하고, 자국 금융기관들에게 거래를 중단토록 지시했다. 또 다른 나라들에 대해서도 이 은행의 불법 금융활동에 유의토록 통보함으로써 세계 금융기관을 금융제재에 동참시키는데 성공했다.

또다른 배경이 바로 금융의 세계화다. 미국은 지난 90년대이후 동아시아, 러시아, 남미 등 대륙을 따라 한차례씩 휩쓸었던 외환위기를 기회로 `세계화`와 `자본자유화`를 기치로 전세계에 핵무기 못지않은 `금융제재`라는 무기체제를 구축한 것이다.

`세계화`를 통해 미국이 세계 금융시장을 장악함으로써 금융제재를 효과적으로 취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런 조치에 대해 중국 조차도 자국 금융기관의 안전과 경제적 이유에 따라 미국측 제재를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모습은 과거 미국이 무역제재 위주로 경제제재를 취한 후 별무 효과를 보지 못했던 것과 대조적이라고 할 정도로 효과가 크다.

때문에 미국이 북한에 금융제재를 해제할 가능성이 적다는 관측을 낳게 한다. 경제주권 차원에서 위폐국가를 제재한 것이라는 논리가 가능한데다, 뒤늦게 북핵관련설을 시인하기도 어렵다. 북한이 한때 타협조치를 언급한 적이 있지만 미국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 노무현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폴슨 미재무장관에게 BDA 계좌 조사문제를 물어봤을 정도다.

미국은 앞으로도 군사 제재로 북한을 더 자극하기 보다는 이같은 비군사적, 금융제재로 북한의 항복을 받아내겠다는 생각을 보이고 있다.

특히 한국등에 대북 경제제재 동참을 요구, 북한의 달러 자금공급원인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사업 중단으로 이어지면 금융제재는 더욱더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달러화로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 하고 세계화를 통해 세계금융시장까지 장악한 미국은 미사일 한발 쏘지도 않고 북한을 고립시켜가고 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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