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리포트)유전무죄에 유권무죄도

  • 등록 2005-05-13 오후 6:25:17

    수정 2005-05-13 오후 6:25:17

[edaily 문영재기자] 자비로우신 부처님의 탄신일을 앞두고 정부가 특별사면을 실시했습니다. 경제살리기라는 의지가 반영돼 기업인들이 대거 사면됐습니다. 그들의 사면도 유감스럽지만 그들 틈에 끼여있는 한사람의 이름도 영 마뜩찮습니다. 법조를 맡고 있는 경제부 문영재 기자가 이번 특별사면의 문제점을 짚어봅니다. "아직도 `끼워넣기 사면`이라니, 어떻게 납득할 수 있겠습니까." 정부가 오는 15일 석탄일을 맞아 불법 대선자금 제공과 분식회계 등에 연루된 31명의 경제인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는 소식을 접한 법조계 한 인사의 말입니다. 정부는 국가 경제를 살리는데 다시 힘을 모아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를 사면 이유로 꼽았습니다. 물론 이같은 정부의 의견에 공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특사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국민들도 상당수 존재하는 것이 엄연한 사실입니다. 특히 정부의 특사안 최종 명단에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으로 개인비리 사범에 불과한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이 포함돼 `끼워넣기`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강씨는 지난해 11월 부가세와 법인세 15억원을 포탈하고 회삿돈 5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벌금 15억원을 선고받아 유죄가 확정된바 있습니다. 사면대상자에 포함된 강씨에 대해 법무부는 "개인적인 횡령 혐의가 있긴 하지만 큰 틀에서 보면 대선자금 수사를 통해 처벌을 받았기 때문에 이번 사면대상에 포함시켰다"고 해명했습니다. 사면의 사유가 이렇게 큰 틀로까지 봐야할까요? 오히려 사면 사유는 엄격하고 분명해서 사면권이 남용되는 일을 자제하도록 해야하는게 아닙니까. 그래야 3권분립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는 것입니다. 노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대선공약에서 "부정부패사범에 대한 사면·복권을 엄격히 행사해 법 집행의 실효성을 확보하겠다"고까지 했습니다. 측근을 비호하기 위해 대통령 스스로 자신의 약속을 버린 셈이 됐습니다. 더 문제인 것은 이번 사면·복권이 오는 8·15 광복절에 즈음해 비리로 사법처리된 정치인들을 구제하는 `사전포석`이 아니냐는 얘기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소속의 많은 정치인들이 지금 교도소에서 대기중이라는 겁니다. 이번 사면에서는 불법 정치자금과 관련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여야에 380억원대의 자금을 제공한 이학수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장을 비롯해 한나라당에 100억원을 제공한 현대자동차 김동진 부회장, 한나라당에 150억원의 불법자금을 제공한 LG 강유식 부회장 등이 포함됐습니다. 이들은 모두 법원으로부터 `경제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집행유예라는 은전을 받았는데 또 사면이라는 특혜를 받았습니다. 집행유예를 받아 경제활동에 불편한 것도 없었던 이들은 사면됐다고 해서 더 자유로와질 것도 아닌데도 말입니다. 경제인들에 대한 특사 소식에 여권과 재계는 크게 환영한 것과 달리 야권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강도높은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한나라당은 논평을 통해 "이번 사면의 배경과 이유에 대해 납득할 수 있는 사람은 단 한사람도 없을 것"이라며 "불법정치자금을 조성한 경제인을 사면하는 것은 노무현 참여정부가 짊어지고 있는 불법대선자금에 대한 원죄를 스스로 사면하겠다는 오만하고도 파렴치한 발상"이라고 비난했습니다. 물론 약간의 정치공세 냄새가 느껴집니다. 또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은 "법의 정의, 경제 정의, 개혁의 정의 등 우리 사회 3대 정의가 짖밟힌 중대 사건"이라며 "여기에 측근 비리 경제인인 강금원씨를 끼워넣기 한 것은 현정부가 기본적 염치마저도 상실하고 있다는 것의 반증"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참여연대는 "법 적용에 있어 형평성에도 어긋나는 완전한 개혁포기 선언"이라며 "경제 살리기와 상생 정치의 명분으로 분식회계와 불법 대선자금에 면죄부를 주는 행위는 국민에 대한 기만"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참여연대 최한수 경제개혁센터 팀장은 "이번 사면 방침은 법의 적용과 집행이 만인에게 평등해야 한다는 원칙을 정부 스스로 훼손하는 것"이라며 "기업인들은 수사단계에서 "수사협조"를 명분으로 천문학적인 액수의 불법자금을 건냈지만 대부분 불구속 수사를 받았을 뿐 아니라 양형에 있어서도 모두 집행유예나 벌금형으로 특혜를 받았는데 또 다시 사면복권으로 이마저 없던 일로 하자고 하니 청와대의 생각이 어디까지 뻗어갈지 걱정스럽다"고 지적했습니다. 헌법에서 대통령의 사면권에 대해 어떤 제약도 가하지 않는 미국도 형이 확정되거나 형의 집행이 종료한 뒤로부터 5년 이내에는 신청자격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반면 우리는 이 대통령 사면권이 연례행사로 남발되고 있습니다. 이번 사면은 돈있는 기업인을 구제해줘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를 다시한번 확인했습니다. 또한 권력자와 가까운 개인비리 사범도 특혜를 받을 수 있다는 `유권무죄 무권유죄(有權無罪 無權有罪)`를 보여줬습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필드 위 여신
  • GD시선강탈
  • 노병, 돌아오다
  • '완벽 몸매'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