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 막차 타자"…단풍 구경도 제쳐놓고 달려온 청약 인파

내년엔 주담대·중도금대출 줄어
수요자들, 올 분양받으려 잰걸음
대출금리 인상도 청약열풍 재촉
건설사들도 청약 수요 위축 우려
분양 서둘러 모델하우스 24곳 오픈
예상보다 낮은 분양가도 관심 끌어
  • 등록 2017-10-29 오후 7:11:00

    수정 2017-10-30 오전 8:01:23

서울 강동구 고덕주공3단지 재건축 분양물량인 ‘고덕 아르테온’ 모델하우스가 방문객들로 붐비고 있다. 현대건설 제공
[이데일리 정다슬 원다연 기자] “실수요 목적으로 계속 서울에서 청약을 넣었지만 당첨이 쉽지 않네요. 내년에는 중도금대출이 더 까다로워진다고 하니 이번에는 꼭 청약당첨이 됐으면 좋겠네요”(서울 강서구 화곡동 50대 주부 김모씨)

규제를 피하기 위한 막차 수요로 분양시장이 대목을 맞고 있다. 지난 주말 전국에서는 모두 24개 단지가 모델하우스 문을 열고 예비청약자를 맞았다. 올해 들어 가장 많은 개관이다.

내달 10일부터는 그동안 전매제한에서 자유로웠던 지방 민간택지에도 전매제한 규제가 적용된다. 내년에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중도금 대출 한도와 보증비율이 줄어들며 집단대출 요건이 더욱 깐깐해질 전망이다. 규제를 피하고자 각 사업장이 분양일정을 앞당기면서 수요자들의 발걸음도 덩달아 분주해지고 있다.

그래픽=이서윤 기자
“올해가 마지막 청약 기회” 예비청약자 분주

29일 서울 강동구 상일동에 문을 연 ‘고덕 아르테온’ 모델하우스 앞에는 오전 10시 개관 전부터 입장을 위한 사람들로 긴 대기 줄이 형성됐다. 대기 줄은 두 줄을 겹쳐서고도 상일동역 4번 출구 뒤로 100m 이상 이어졌다. 너무 많은 인파가 몰리며 대기시간이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자 분양책자만 받고 발걸음을 돌리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고덕 아르테온 분양 관계자는 “지난 27일부터 3일간 총 4만2000여명이 방문했다”며 “내년부터 시행되는 대출 규제를 피하려는 수요가 몰린 데다 분양가까지 시세보다 낮게 책정되면서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모델하우스를 찾은 방문객들 가운데에는 오랫동안 무주택자를 유지해 1순위 청약을 만족하면서 연말까지가 ‘마지막 청약 기회’라고 생각하는 실수요자들이 많았다. 동작구에서 왔다는 50대 주부는 “자녀들을 다 출가시키고 노후에 거주할 작은 평형을 알아보고 있는데 지금까지 계속 전세로 거주해왔기 때문에 당첨 확률은 높아졌다”며 “지금이 우리같이 계속 무주택자로 기다려왔던 사람들한테는 기회라 이곳에서 떨어지더라도 연말까지 서울에서 나오는 물량에 계속 청약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울 은평구 응암2구역을 재개발하는 ‘녹번역e편한세상캐슬’도 예비청약자들로 북적였다. 이 아파트는 주말 3일간 2만여명의 방문객이 몰렸다. 모델하우스를 찾은 하은경(34·여) 씨는 “밖에서 한 시간 넘게 기다리고 유닛을 구경하기 위해 또 기다리고 있다”며 “아이가 클 때를 대비해 새 아파트를 분양받으려고 하는데 올해가 지나면 기회가 없을 것 같아 월차를 내고 방문했다”고 말했다.

현대산업(012630)개발이 분양하는 서울 중랑구 면목동 ‘사가정 센트럴 아이파크’ 모델하우스에도 사흘간 3만2000여명의 방문객 발길이 이어졌다. 모델하우스 개관 전부터 300m 이상 대기 행렬이 이어졌고, 오전 10시 30분이 넘어서면서부터 사람들이 몰려 100면의 주차장을 2배로 늘려야 했다. 현대산업개발 분양 관계자는 “29년 만에 면목동에 들어서는 대단지 브랜드 아파트여서 중랑구는 물론 동대문·노원구 일대 내 집 마련 수요자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8·2대책 이전 분양 열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사가정 센트럴 아이파크’ 모델하우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청약 상담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76실 분양에 1200명 몰려…선착순 분양에 밤샘 줄 서기도

청약 자격에 제한이 없는 오피스텔과 미계약분 아파트에 수요자들이 몰리는 풍선효과도 여전했다. 한화건설이 서울 영등포뉴타운 1-3구역에 짓는 ‘영등포뉴타운 꿈에그린’ 오피스텔은 76실 일반분양되는 오피스텔을 청약하기 위해 총 1200여명이 방문했다. 지난 27일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오피스텔 청약은 밤 10시께까지 이어졌다.

영등포는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이기 때문에 중도금대출이 40%이며 다주택자의 경우 여기서 10%포인트 감소하고 주택담보대출이 투기지역에 있는 경우에는 아예 대출받기 어려울 수 있다. 현장에서는 이같은 사실을 알지 못한 채 모델하우스를 찾았다가 발걸음을 돌리는 경우도 있었다.

한화건설 분양 관계자는 “분양일정을 최대한 앞당긴 것 역시 흥행의 한 요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영등포뉴타운 꿈에그린은 보통 모델하우스가 보통 금요일 개관하는 것과 달리 목요일인 지난 19일 모델하우스를 열었다. 지난 25일 실시한 아파트 1순위 청약은 108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2306명이 청약해 평균 21.35대 1의 경쟁률로 전 평형 마감했다.

지난달 공급된 서초구 서초동 ‘서초센트럴아이파크’ 모델하우스 앞에는 지난 27일 사람들이 줄을 길게 서는 모습이 펼쳐졌다. 다음 날인 28일 진행되는 미계약 아파트를 당첨받기 위해서다. 선착순 동·호 지정으로 계약이 이뤄지면서 계약 확률을 높이고 더 좋은 입지와 층수의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 사람들이 접수 하루 전부터 밤샘 줄서기에 들어간 것이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콘텐츠본부장은 “내년부터는 아예 대출받기가 어려워지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그 전에 청약을 하려는 수요자들이 몰리면서 연말까지는 입지가 좋은 단지들을 중심으로 쏠림 현상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부터 대출규제와 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건설사들이 신규 공급 물량 줄이기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수요자들이 최근 분양시장에 몰리는 이유로 지적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향후 청약시장은 신DTI에 미래소득이 포함돼 대출 규모가 늘어나는 젊은 수요자들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화건설이 서울 영등포뉴타운 1-3구역에 짓는 ‘영등포뉴타운 꿈에그린’의 오피스텔 청약 현장 접수를 위해 청약자들이 길게 줄을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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