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심' 롯데, 화학사업 확장으로 양날개

삼성, 전자 금융 건설중공업에 집중
롯데, '2018년 아시아 톱10'에 한발
  • 등록 2015-10-30 오전 11:57:40

    수정 2015-10-30 오후 12:23:06

[이데일리 정태선 기자] 롯데그룹의 석유화학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이 삼성그룹 화학 계열사 인수(M&A)를 통해 화학업계 선두자리를 넘볼 수 있게 됐다. 삼성은 화학 부문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그룹의 구조를 전자와 금융, 건설중공업과 서비스로 단순화하게 됐다.

삼성SDI 등 삼성그룹 화학부문 관련 계열사와 롯데케미칼은 30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삼성 화학계열사 지분 매각과 인수 안건을 각각 의결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이 롯데에 넘기기로 한 화학 계열사 지분은 삼성SDI 케미칼사업부문의 90%, 삼성정밀화학 31.5%, 삼성BP화학 49%이다. 거래가격은 약 3조원으로 롯데케미칼(011170)은 이들 회사에 대한 실사를 거쳐 최종 거래가격을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롯데는 그룹의 핵심사업인 유통과 함께 화학사업을 양 날개 삼아 그룹 비전인 ‘2018년 아시아 톱 10’에 한발 다가설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롯데케미칼은 석유화학에 이어 정밀화학 분야에 새롭게 진출, 종합화학회사의 면모를 갖추게 됐다. 롯데케미칼은 합성수지의 기초가 되는 원료 사업에서 강점이 있는데, 이번 인수를 통해 수직계열화를 통한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라인업 확대가 가능해졌다. 매출은 14조9000억원(작년 연결기준)에서 삼성의 3개사의 매출 4조3000억원을 합하면 20조원에 육박하게 된다.

롯데케미칼은 이번 인수로 삼성SDI의 고부가 합성수지(ABS) 부문, 고충격·고강성 내외장제로 사용되는 PC 부문, 인조대리석 부문을 떠안게 된다. 아울러 삼성정밀화학의 염소·셀룰로스 계열 정밀화학 제품을, 삼성BP화학의 초산 부문도 거느린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은 신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화학사업 확대 강화에 깊은 관심을 가져 왔으며,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서 국내외 화학업체 M&A에 대해 다양한 검토를 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규모의 경제를 넘어 고부가가치 제품 수직계열화와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가 가능하게 됐다”며 덧붙였다.

이번 거래는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회장이 직접 만나 담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전자 등 주력사업에 집중하려는 삼성과 그룹의 주력산업을 다변화하려는 롯데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 인수가격이나 인수효과 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응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롯데케미칼은 2018년까지 4조원에 가까운 투자를 해야하는데, 삼성 화학 계열사 인수에 3조원을 쓴다면 향후 3년간 7조원을 투자하는 셈”이라며 “지나치게 공격적인 투자는 아닌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이충재 KTB투자증권의 연구원은 “국내 다른 석유화학 기업들이 2차 전지, 정보전자소재, 태양광발전 등 비(非)석유화학 부문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때 롯데케미칼은 석유화학 부문에 더욱 집중하며 수익성과 내실을 다져왔다”며 “그런 측면에서 이번 삼성그룹과의 M&A는 인수 금액이나 성격 측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몇 달 전까지 원재료를 에탄까지 다각화해 에틸렌 부문에서 더욱 높은 수익성을 확보하고 글로벌 에틸렌 생산 규모를 400만t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는데 갑자기 ABS·PS·PC쪽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한다는 것이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편 롯데그룹은 내년 상반기 안으로 인수를 마무리하고, 삼성그룹 화학사 임직원들의 고용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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