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드마크 주유소들 `역사 속으로`

  • 등록 2011-10-13 오후 2:20:22

    수정 2011-10-13 오후 2:26:20

[이데일리 한규란 기자] 국내 정유사를 대표하는 랜드마크 주유소들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다른 주유소와의 경쟁에 밀려 문을 닫거나 그 자리에 다른 건물이 들어서면서 하나둘씩 자취를 감추고 있는 것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4대문 안에 위치한 `비원주유소`와 `돈화문주유소`가 오는 12월 말쯤 문을 닫는다. 이 두 주유소들은 각각 70년대 초반, 90년대 중반부터 돈화문 길 건너에 나란히 자리를 잡고 4대문 터줏대감 역할을 해 왔다.  

그러나 서울시는 지난해 이 주유소들을 헐고 그 자리에 전시관과 국악예술당을 건립하기로 결정했다. 일각에서 두 주유소가 인근 고궁의 미관과 지역의 정체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현재 4대문 안에 남아있는 주유소는 10개도 되지 않는다. 

앞서 지난해에도 명물 주유소 두 곳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바로 `청기와주유소`와 `삼풍주유소`다. 

▲ 지난해 폐업한 청기와주유소
청기와주유소는 `홍대의 명물 주유소`로 잘 알려져 있다. 40여년 동안 홍익대 입구에 터를 잡고 이 지역의 랜드마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SK에너지의 1호 주유소이기도 한 만큼 그 상징성은 대단하다.    그러나 청기와주유소 역시 지난해 영업을 중단했다. SK에너지(096770)가 주유소부지를 매각하기로 결정했기 때문. 회사는 현재까지도 매각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주유소 업계의 롤모델이었던 삼풍주유소도 개업 20주년을 맞은 올해 결국 문을 닫고 상업용 건물로 재탄생했다.  
▲ 지난 6월 폐업한 삼풍주유소
이 주유소는 지난 1995년 붕괴된 삼풍백화점 맞은 편에 위치해 붕괴사고 당시 한달 동안 `재난대책본부` 역할을 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주유원들이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기름을 넣어주는 등 독특한 서비스도 특징. 한 때 월 판매량이 1만 드럼을 넘어 전국 최고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처럼 랜드마크 주유소들이 하나둘씩 문을 닫는 것은 주유소를 운영해 얻는 마진이 워낙 적기 때문이라는 것이 정유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주유소간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주유소 영업이익률은 고작 3~4%"라며 "차라리 건물을 세워 고정적인 임대 수익을 얻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최근 정부의 기름값 인하 압박까지 거세지면서 주유소의 영업 환경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비싼 땅값도 사업을 접는 이유 중 하나다. 또 다른 관계자는 "랜드마크 주유소가 있는 자리는 땅값이 워낙 비싸고 임대료도 높아 운영 부담이 상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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