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도 선거 '후폭풍'···"세종시 代案 찾아라"

사실상 물건너간 세종시 수정안..삼성 등 입주 예정기업들 대안마련 부심
CJ 굴업도 리조트 개발도 전면 수정 불가피할 듯
  • 등록 2010-06-03 오후 3:19:57

    수정 2010-06-04 오전 7:07:50

[이데일리 이승형 김국헌 기자] 6·2 지방선거 후폭풍이 기업들에게도 불어닥치고 있다.

‘세종시 선거’로 불리었던 대전과 충청 남·북도 광역단체장 선거가 야당 완승으로 끝나면서 세종시 수정안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삼성 등 세종시 입주 예정 기업들이 서둘러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또 인천 굴업도 개발 사업을 추진중이었던 CJ그룹도 개발에 반대해 온 송영길 민주당 후보가 인천시장에 당선됨에 따라 계획 전면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야당 손 들어준 충청 민심…명분 사라진 세종시 수정안

3일 정계에서는 이번 선거에서 충청 민심이 세종시 수정안을 주장해 온 여당 후보들에게 완전히 등을 돌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나라당 후보들은 대전에서 큰 표 차이로 패한 데 이어 충남에서는 아예 3위로 내려 앉았다. 충북에도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역풍이 번지면서 민주당이 승리하는 결과를 낳았다. 특히 세종시가 들어서게 될 공주시와 연기군에서도 여당 후보들은 2위안에도 들지 못한 채 세종시 원안 고수를 주장하는 야당 후보들에게 참패했다. 

이에 따라 이달 중 국회에서 세종시 수정안 통과를 벼르고 있었던 정부 여당의 당초 계획은 전면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세종시 운명의 풍향계인 충청 민심이 원안 고수를 지지하면서 여당으로서는 수정안을 밀어부칠 명분도, 동력도 사라졌기 때문이다. 

◇ 대책 마련에 분주한 세종시 입주 예정 기업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세종시 입주 예정 기업인 삼성, 한화, 웅진, 롯데 등은 대안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앞서 이들 기업은 지난 5월 정운찬 총리와의 면담에서 “세종시 문제가 지연될 경우 대체 용지 확보 등 대안 마련에 나설 수 밖에 없다”고 이미 밝힌 바 있다.

오는 2015년까지 2조500억원을 투자해 세종시에 입주하기로 했던 삼성은 국회의 결정을 기다리면서 대응 방안을 모색한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005930) 관계자는 “당초 세종시에 입주하기로 한 배경에는 세제 혜택보다는 신수종 사업장들이 한 곳에 입주한다는 시너지 효과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었다”며 “특히 대덕테크노밸리 등 세종시 인근 연구기관과 대학의 인력 자원 활용 가능성이 큰 점도 작용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세종시 투자계획이 불투명해진 만큼 대체 부지를 모색해야 한다”며 “하지만 입주조건으로 볼 때 수도권에서는 대안이 별로 없다”고 털어놨다.

앞으로 10년간 세종시에 1조327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던 한화그룹도 속이 타들어가기는 마찬가지. 더 이상 세종시 추진이 어렵다면 다른 부지를 찾겠다는 입장이다.

한화 고위 관계자는 "만약 세종시가 폐기되더라도 다른 부지를 찾으면 되지만, 세종시 부지는 혜택이 많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아쉽다"며 "태양전지 공장은 2015년에 투자할 계획이어서 시간적 여유가 있지만 국방미래기술연구소는 올해 착공해 내년에 본격적으로 건설해야 하기 때문에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세종시에 각각 9000억원과 1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던 웅진과 롯데도 선거 이후 동향을 예의 주시하며 다각도로 대응책을 모색중이다.

웅진홀딩스 고위 관계자는 “웅진에너지 공장 증설이 급한데 최소한 내년에는 공장 부지가 확정되고, 내년말에는 공사가 시작돼야 한다”며 “(최종적으로 세종시가 안되면) 다른 부지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 CJ그룹 굴업도 리조트 개발 전면 수정 불가피

막대한 자금을 들여 인천광역시 옹진군 굴업도에 골프리조트 개발 사업을 추진중인 CJ그룹도 송영길 민주당 후보가 인천시장에 당선됨에 따라 개발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할 상황에 직면했다.

송 후보가 그동안 "굴업도가 보존가치가 크다"며 개발에 공식적으로 반대해왔기 때문이다.

굴업도 골프리조트 개발 사업은 골프장·콘도·쇼핑몰 등을 갖춘 종합레저관광단지 조성 프로젝트다.

그동안 환경·시민단체들은 굴업도가 천연기념물 서식지인 점 등을 들어 개발에 적극 반대해왔다. 더욱이 문화재청이 지난 4월 굴업도 내 해식지형인 토끼섬을 천연기념물로 제정하겠다고 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CJ그룹은 이미 계열사 씨앤아이레저산업을 통해 굴업도에 면적(171만㎡) 중 99%를 매입한 상태.

특히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이를 위해 씨앤아이레저산업에 사비 80억원 등 총 190억원에 이르는 자금을 투입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굴업도의 개발이 제한될 경우 섬이라는 특성 때문에 매각도 쉽지 않기 때문에 막대한 손실을 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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