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벗은 `윈도 비스타`..MS, 옛 영광 되찾나

MS, 전세계에서 개인용 `윈도비스타` 동시 출시
전문가들 회의적 시각 만만찮아..인터넷 뱅킹 등 해결과제 산적
  • 등록 2007-01-31 오후 3:46:17

    수정 2007-01-31 오후 3:46:17

[이데일리 김유정기자] 출시 전부터 논란이 많았던 마이크로소프트(MS)의 새로운 운영체제(OS) `윈도 비스타`가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 MS는 31일 한국을 포함, 전 세계에서 동시에 일반 소비자 버전을 출시, 윈도비스타 시대의 서막을 열었다.

5년을 기다렸고, 60억달러가 투자됐다. 출시는 당초보다 2년이나 늦어졌고, 8000여명이 매달려 개발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만큼 화려해진 그래픽 영상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면서도 MS가 비스타로 십여년 전의 `영광`을 재현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MS가 십여년 전 `윈도 95`를 출시할 당시, 컴퓨터와 인터넷이 한 단계 진화한다는 것으로 업계와 소비자들은 그 패키지를 갖고 싶다는 흥분을 가라앉히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미 지난 11월 기업용 버전을 출시, 업계의 `1차 심판`을 마친 윈도 비스타에 대한 일반의 반응은 흥분보다는 `면밀한 점검`쪽에 치우친 모습이다.

◇ 엔터테인먼트 기능 강화?..`비스타 없어도 즐겨`

MS는 윈도 비스타 소비자 버전에서 `혁신적`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내세우고 있다. UCC와 영화 등 동영상과 게임과 음악 등 일반 소비자들이 자주 사용하는 엔터테인먼트를 훨씬 쉽고 빠르게 즐길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MS의 게임기인 `Xbox 360`을 윈도 비스타 환경에서 온라인 접속, 게임기 수준의 높은 그래픽 품질로 게임을 즐길 수 있고, UCC 파일을 훨씬 편리하고 쉽게 편집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관련기사:`윈도비스타` 개인용 출시..엔터테인먼트 강화 )

하지만 이에 대해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다른 의견을 내놓고 있다. 소비자들은 `유튜브`를 통해 동영상을 즐기고 있고, `플리커(Flickr)로 사진을 공유하는 등 이미 `공짜 정보의 바다`라 할 수 있는 인터넷에서 필요한 대부분의 엔터테인먼트 환경을 제공받고 있다는 것. 결론은 이같은 상황에서 굳이 윈도 비스타 구매를 서두를 필요가 있겠냐는 얘기다. 

하드웨어 문제도 장애물이다. 윈도 비스타를 제대로 이용하려면 중앙처리장치에 2개의 두뇌를 가진 듀얼코어 제품과 메모리 1GB는 갖춰야 하는데 이를 위해 기업이나 소비자들이 하드웨어를 바꾸는 것은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크레디트스위스는 `비스타`로 옮겨타는 속도가 지난 2001년 윈도XP 때보다 더 느릴 것으로 전망했다. XP가 출시된지 2년간 컴퓨터의 약 40%가 XP로 옮겨탔다면, 비스타는 2년간 약 29%가 옮겨가는데 그칠 것으로 추정됐다.

◇ 비스타 출시에 기업들 반응 `시큰둥` 
 
지난 11월 기업들에 먼저 선보였던 윈도 비스타 기업용에 대해서 기업들의 반응도 미지근하다.

리서치 회사인 엔드포인트 테크놀로지스 어소시어츠의 로저 케이 설립자는 단 5%의 기업만이 내년 1분기안으로 윈도 비스타를 구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3분기까지 윈도 비스타를 도입하는 기업은 20%로 서서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심지어 컴퓨터를 새로 구입할 계획을 갖고 있는 기업들조차 새 PC에 윈도 비스타가 아닌 윈도 XP를 설치할 계획인 것으로 조사됐다. 데이타크래프트의 빌 패드필드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다국적 기업들이 비스타 런칭 이후에 즉시 시스템과 네트워크를 바꿀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관측했다. (관련기사:"윈도 비스타 꼭 깔아야 돼?..두려운데")
 
<이코노미스트>는 비스타 기업용이 연말 쇼핑 시즌 직전인 11월에 나온 것이 시의적절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이 한 해 업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새로운 운영체제를 구입해 장착할리 만무하다는 것이다.

비스타 출시가 관련 업계에 가져다 줄 선물도 생각보다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삼성전자(005930)하이닉스(000660) 등 메모리업체들이 누릴 `비스타 효과`도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시각을 전하기도 했다. 최근 출시된 PC들이 이미 비스타를 운용할 만한 충분한 사양을 갖고 있어 수요 창출 효과가 크지 않으리라는 것.

대만 마더보드(PC에서 각종 부품을 탑재한 기판) 업체들도 `비스타 효과`가 내년이나 되야 서서히 나타날 것이라며 시장의 과도한 낙관론을 경계했다.

◇ 인터넷 뱅킹 등 과제 해결도 시급

국내 환경에서 윈도 비스타는 인터넷뱅킹이나 온라인 증권거래, 인터넷쇼핑몰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있었다.

정보통신부는 지난 23일 윈도비스타가 국내에서 많이 사용되는 액티브X(ActiveX)를 활용한 응용프로그램과 충돌하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강화된 윈도 비스타의 보안 기능이 국내 은행 2~3 곳의 인터넷 뱅킹 프로그램과 충돌되는 현상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MS 측은 "출시 전 이를 해결했어야 하지만 늦어졌다"며 "빠르면 이번주, 늦어도 다음주 중으로 이같은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강화된 보안체계가 윈도 비스타에 걸림돌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윈도 비스타에서 호환이 가능한 백신 프로그램이 나왔지만 안정적으로 작동된다고 확신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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