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리포트)넋두리도 못 하냐고?

  • 등록 2005-02-14 오후 4:30:01

    수정 2005-02-14 오후 4:30:01

[edaily 김경인기자] 지난해 선풍적 인기였던 싸이월드에 이어 최근 블로그 사용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세상은 급속도로 변해가는데, 인터넷 윤리나 관련 제도의 발전은 더디기 그지 없습니다. 본격적인 `블로그 시대`에 앞서 생각해 봐야 할 몇가지를 김경인 기자가 전합니다. 지난해 중반 `싸이월드`의 인기가 절정에 달했을 때의 일입니다. 몇몇 증권사들이 회사 내 싸이월드 접속을 아예 차단해 그 인기를 방증하기도 했는데요. 당시 증권가에는 국내 한 대기업이 `싸이질`을 많이 한 직원 몇명을 해고했다는 루머가 돌았습니다. 지인에게 확인한 결과 일부는 사실이더군요. 해고까지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강도 높은(?) 징계가 이뤄졌다고 합니다. 회사 방침에 대한 사전 경고가 없었다니 웬지 함정수사를 연상케 하지만, 당사자들이 찍소리 한 번 못한 이유가 있습니다. 회사는 한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직원들이 어떤 사이트를 얼마나 오래 방문했는지 조사했다고 합니다. "그냥 열어만 놨어요"란 변명은 안 통합니다. 가장 위에 띄우고 실제 사용한 `활성화된 창`만 집계된다니까요. 업무시간 중 놀기만 한 증거가 명백한데 무슨 변명이 가능할까요. 요즘은 싸이월드가 주춤하고 개인 미디어라 불리는 `블로그(Web+Log)`가 증가세입니다. `10대는 버디버디, 20대는 싸이월드, 30대는 블로그`란 말이 생길만큼, 20대 후반~30대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블로그가 세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블로그의 탄생에 비해 대중화가 더딘 한국과 달리 블로그 사용이 일상화된 미국에서는 요즘 종종 웃지 못할 일이 발생한답니다. 블로그에 회사나 직장동료를 험담했다고 해고되거나 송사에 휘말리는 일이 그것인데요, 오죽하면 `dooced(블로그 등 온라인에 쓴 글로 인해 해고됐다)`라는 신조어까지 생겼습니다. `Dooced`라는 단어는 2002년 블로그에 회사와 동료를 욕했다 해고당한 헤더 B. 암스트롱의 블로그 이름 `Dooce.com`에서 유래됐습니다. 해럴드 선의 레이첼 모스텔러는 블로그에 회사와 동료들을 비난한 것을 사유로 지난해 4월 해고됐습니다. 블로그에 회사 이름도 동료들의 이름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회사 측은 블로그의 글이 해고사유의 하나라고 인정했습니다. 미국 델타항공 승무원 엘렌 시모네티는 지난해 10월 해고됐습니다. `하늘의 여왕(the Queen of sky)`이라는 그녀 블로그에 유니폼을 입은 사진을 올려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입니다. 그녀는 블로그 이름을 `해고된 승무원의 일기`로 바꾸고 회사 측과 법정공방을 벌이고 있답니다. 일차적인 문제는 인터넷의 익명성에 익숙한 블로거(blogger)들이 자기 글을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친구들이랑 담배피며 회사 욕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구요? 텍스트로 영원히 남을 수 있다는 점이 다르고, 회사나 개인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는 사람도 볼 수 있다는 점이 다르지요. `넋두리`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이 아닙니다. 넋두리가 인터넷을 타고 흘렀을 때 초래될 파장이 문제인거죠. 약간 다른 경우지만, 얼마 전 한 고등학생이 과거 사이가 안 좋았던 동창생 미니홈피를 밀양 강간사건 가해자 홈피로 광고했던 일을 아시죠? 순식간에 수천개의 욕설과 비난이 난무했다니, 웃어넘길 일이 아니지요. 행여 가벼운 마음으로 적은 내용이 회사의 기밀일 가능성을 상상해 보세요. 이차적인 문제는 늘상 그렇 듯 기업내 규정과 사회제도가 인터넷 발전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인터넷의 오남용을 금한다`는 등의 애매모호한 규정은 회사가 자의적으로 직원을 징계하는 핑계로 이용될 우려가 있습니다. 시모네티는 많은 남자직원들이 유니폼 사진을 블로그에 올렸음에도 해고되지 않았다며 미 고용기회균등위원회에 제소했습니다. 또 `블로거들의 권리운동`을 주창하며 회사들이 블로그 정책을 투명하게 공개하기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선마이크로시스템은 직원들에게 직장내 블로그 사용을 권장하며 커뮤니케이션 채널로 활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게 진정한 `개인 미디어`로서의 작용을 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블로그에 올린 글로 해고된다` 우리에겐 먼나라 얘기일까요? 유난히 유행에 민감하고 특히 인터넷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게 빠른 대한민국입니다. 미국의 현재가 우리의 미래일 수 있다면, 일찌감치 생각을 정리하며 준비해 나가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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