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부담’ 잇따른 동료 사망…경찰관들 “실적 위주 평가 중단해야”

전국경찰직장협의회 기자회견 열어
업무 부담 호소 경찰관들, 극단 선택·과로사
“기동순찰대·형사기동대 신설, 업무부담 과중”
  • 등록 2024-07-29 오전 11:51:19

    수정 2024-07-29 오후 6:48:14

[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김세연 수습기자] “현장 경찰관들이 번아웃 상태에 들어간 건 아닌가 심히 걱정스러워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민관기 전국경찰직장협의회(직협) 위원장은 29일 연일 이어지고 있는 경찰관들의 과로사·극단적 선택에 우려를 표하며 이같이 말했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는 29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이은 경찰관 사망사건과 관련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김세연 수습기자)
직협은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앞에서 ‘연이은 경찰관 사망사건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실적 위주 성과평가 중단을 비롯한 관련 제도와 조직 문화의 근본적 개선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신설된 기동순찰대와 형사기동대를 폐지하고 인력을 원상 복귀해 업무 부담을 최소화할 방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침통한 표정으로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들은 ‘철저한 진상규명과 안전한 근무환경을 보장하라’, ‘경찰관의 극단 선택, 경찰청은 각성하라’라고 쓰인 피켓을 들었다. 직협은 “경찰청은 모든 실적 위주의 성과를 즉각 중단하고 경찰청장과 국가수사본부장은 책임을 지고 근본적 개선 대책을 마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직협은 연일 현장 경찰들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 위해 이 자리를 마련했다. 서울 관악경찰서 수사부서 소속 A경위가 지난 19일, 충남 예산경찰서 경비안보계 소속 B경사가 지난 22일 업무 부담을 호소한 끝에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외에도 서울 혜화경찰서, 서울 동작경찰서 등에서도 경찰관들이 과로사하기도 했다.

직협은 이같은 현상의 원인 중 하나로 실적 위주의 평가를 꼽았다. 이들은 “실적 위주의 평가와 기준, 그리고 수사 능력을 높일 시간도 없이 압박만으로 인해 초임 수사관들은 업무 능력의 한계 등에 대한 두렴이 커지며 오히려 사건 해결에 필요한 집중력과 창의력이 저하됐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매주 금요일 평가 결과 공개와 독려 문자 발송이 이뤄졌는데 이같은 조치가 수사관들의 업무 부담을 더욱 가중시켰다는 게 직협의 주장이다.

지난 2월 출범한 형사기동대와 기동순찰대로 인해 인력 유출이 발생하며 수사 부담이 더욱 커졌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유석 충북 직협 본부장은 “작년 조직개편 이후 현장은 아수라장”이라며 “수사 부서는 더 할 나위 없고 경비, 안보, 지역 경찰 모든 분야 모두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직협은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적 위주 성과평가 중단 △인력 충원까지 수사감찰 점검 등 수사 부서 업무 압박 중단 △기동순찰대·형사기동대 폐지 및 인력 원상 복귀 △초임 수사관 적응책 강구 △경찰 대상 업무스트레스 측정 긴급 진단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국민을 지키기 위해 헌신했지만 그들의 눈물과 고통은 외면받았고 업무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 상황에서 동료의 극단적 선택은 우리 모두에게 큰 충격”이라며 “더 이상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관련 제도와 조직 문화의 근본적 개선이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직협은 이같은 요구안을 관철시키기 위해 경찰청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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