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 고통겪는데 은행권은 성과금 잔치…고통 분담해야"

중단협, 기자회견 열고 금융권 사회적 책임 실현 주문
대출 금리 인하·대환대출 확대·상생금융지수 도입 등 요청
"은행, 이자 장사 대신 직접 투자 허용토록 해야" 의견도
중소기업 금융애로 조사...85% "높은 대출금리가 최대 애로"
  • 등록 2023-02-20 오전 11:07:05

    수정 2023-02-20 오전 11:07:05

[이데일리 함지현 기자] “중소기업들은 코로나에 원자재가격 폭등, 고물가 등 여러 난제로 정말 힘든 터널을 지나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 시중은행들의 영업이익은 사상 최대인 40조원이었고, 1조원이 넘는 성과금을 지급했다고 한다. 거래 당사자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높은 대출금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을 보면 다른 세상 얘기처럼 느껴져 허탈한 심정이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오른쪽 두번째) 등 참석자들이 20일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열린 ‘고금리 고통 분담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한 모습(사진=중소기업중앙회)
“금융권, 사회적 책임 실현해 고금리 고통 분담해야”

중소기업단체협의회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고금리 고통 분담을 촉구했다.

중소기업중앙회 등 16개 중소기업단체로 이뤄진 협의회는 20일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지속적인 금리 인상으로 중소·소상공인은 높아진 대출이자 부담 등 경영상 고통을 받고 있다”며 “하지만 오히려 금융권은 대규모 성과급을 지급하는 등 은행·기업 간의 온도 차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꼬집었다.

협의회는 금융권의 사회적 책임 실현을 위해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금리 인하 △금리부담 완화 제도 실효성 제고 △상생 금융 정책 마련 등을 촉구했다.

대출 금리 인하에 대해서는 “시중은행 영업이익의 90% 이상이 이자수익”이라며 “금융당국은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의 의견을 수렴해 예대금리차 가이드라인을 조속히 마련하고, 금융권이 성실히 이행하도록 감독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금리부담 완화 제도와 관련해서는 “집행률이 저조한 저금리 대환대출의 한도와 지원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며 “금리인하 요구권 수용률을 높이고, 이차보전 지원사업의 대상과 규모도 추가 확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상생 금융 정책에 대해서는 “상생금융지수를 만들어 은행의 상생노력을 공개해야 한다”며 “금융권이 밝힌 5000억원의 상생기금은 대폭 확대해 취약차주 부담 완화에 활용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상생금융지수는 동반성장위원회의 동반성장지수와 같이 은행을 평가할 수 있는 지수를 말한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코로나 기간에 시중은행들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해 5차례 대출만기를 연장해 도움을 줬던 것은 잘 기억하고 있지만,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은 86%가 담보나 보증서가 있는 대출인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에 은행연합회가 발표한 10조원 규모의 대책 역시 실제 재원은 7800억원 수준에 불과하고 지금 가장 절실한 금리인하와는 동떨어진 대책이라 아쉽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IMF 위기 때 은행들이 대규모 공적자금으로 위기를 극복한 만큼, 지금처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힘들 때 금융권이 먼저 대출금리를 적극 인하하는 등 상생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은행 이익 중 이자 의존 너무 높아…직접 투자 허용해야”

우리나라 은행도 미국이나 유럽 등 주요국처럼 기업 직접 투자를 허용해 은행도 살고 기업도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세계 주요국들은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구분이 없지만, 우리나라는 법으로 상업은행이 투자은행을 겸업할 수 없어 기업에 직접 투자할 수 없고 담보대출로 손쉬운 이자 장사만 하는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 회장은 “글로벌 100대 금융회사의 이자 이익은 50% 수준이고, 나머지는 투자이익 등 다른 수익인데, 우리나라 은행들은 이자수익 90% 이상”이라며 “참고로 지난해 S은행의 이자 이익 의존도는 96%가 넘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도 은행이 기업에 자본투자를 할 수 있어야 기업은 건전한 자금으로 가치가 높아지고, 은행도 금리보다 높은 투자이익을 거둬 함께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대기업은 신용대출 비중이 높지만 중소기업은 안전한 담보대출이 대부분인데도 매출이 떨어지면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해 대출한도를 줄이거나 금리를 올리는 등, ‘비 올 때 우산을 뺏는’ 영업행태가 반복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중소기업이 차별받는 불합리한 대출관행을 개선하고, 미래 성장성이 큰 중소기업은 R&D(연구·개발)나 설비투자를 할 때 담보가 아닌 신용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기업가치를 반영한 중소기업 전용 신용평가 기준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진=중소기업중앙회)
중기·소상공인 85% 대출 시 가장 큰 애로는 ‘고금리’

중기중앙회는 지난 15~17일 중소기업·소상공인 300개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고금리 관련 중소기업 금융애로 조사결과’도 발표했다. 조사결과, 금융기관 대출 시 겪었던 애로로 ‘높은 대출금리(85.7%)’ 응답이 가장 많았다.

대출금이 인상분은 지난해 1월과 현재를 비교했을 때 2.9%에서 5.6%로 2.7%포인트 올랐다고 답했다. 이는 기준금리 인상 폭인 2.25%포인트(1.25%→3.5%)보다 높았다.

특히 조사 대상 기업 중 90.3% 대출금리 상승에 대한 대응 방안이 없거나 불충분하다고 응답했다. 은행의 이자수익 기반 사상 최대 영업이익 성과에 대해 부정적 의견이 79.3%에 달했다. 이유로는 ‘과도한 예대마진 수익’(62.2%)과 ‘과도한 퇴직금 및 성과금 지급’(22.7%)을 꼽았다.

고금리 부담완화 및 금융권 상생금융 문화 정착을 위해 가장 필요한 대책(복수응답)으로는 △은행의 기준금리 이상 대출금리 인상 자제(73.7%) △이차보전 지원사업 등 금리부담 완화 정책 확대(45.7%) △저금리 대환대출 △금리인하 요구권 등 실효성 제고(35.7%) △상생금융평가지수·기금조성 등 상생 정책 활성화(20.7%) 등을 꼽았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을 비롯해 △오세희 소상공인연합회장 △조인호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장 △이정한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 △김분희 한국여성벤처협회장 △석용찬 한국경영혁신중소기업협회장 등 중소기업단체 대표 9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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