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사전에 지정한 일정한 조건(=알고리즘)에 들어 맞으면 자동으로 매매거래를 실행해주는 소위 ‘봇(Bot)’ 거래가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가격을 인위적으로 조작하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적하고 나섰다.
2일(현지시간) WSJ은 현재 암호화폐 전체는 물론이고 시가총액이 가장 큰 비트코인 시장에서도 봇 트레이딩이 시장 가격을 왜곡하거나 심지어 조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출시를 승인하지 않고 있는 이유가 되고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퀸 파트너에 따르면 이들 적대적 봇들은 현 시세보다 훨씬 더 낮은 가격에 이더리움을 매도하겠다는 주문을 내 이더리움 가격을 인위적으로 낮춘다. 이로 인해 차익거래 기회가 발생한 버질캐피털 등 헤지펀드들이 이더리움을 매수하도록 유인하고 그 바로 직전에 높은 가격에 이더리움을 매도해 이득을 보고 빠지는 전략을 쓴다. 이는 허위 주문을 내 시세를 움직인 뒤 주문을 취소하는 가격 조작 수법인 `스푸핑(Spoofing)`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일부 암호화폐 지지자들은 이같은 수법이 시장 유동성을 높여주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며 오히려 특정 기관투자가가 아니라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낫다며 이를 지지하고 있다. `쿼틀루 트레이더(Quatloo Trader)`라는 시장 가격 조작 툴을 개발한 트레이더인 세틸 아일러스텐은 “이같은 자동매매 봇을 불법으로 몰아가는 것은 시장에도 유용하지 않다”며 “개인이나 소규모 투자자들에게도 이런 봇을 제공함으로써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드는 게 더 바람직하며 누구나가 가격을 조작한다면 그 어떤 것도 조작되지 않는 셈”이라고 반박했다.
또다른 봇인 ‘핑퐁’은 사용자들이 이같은 수법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있다. 이 때문에 암호화폐시장에서 최근 6개월간 `펌프 앤 덤프` 수법을 활용한 투자액이 8억2500만달러에 이르렀다고 WSJ은 추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