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벌한 물가…월급 빼고 다 올랐다

라면·참치·과자·맥주 등 식음료 줄줄이 인상
전기·가스요금도 들썩 삶의 질 갈수록 팍팍해져
  • 등록 2012-08-20 오후 3:32:02

    수정 2012-08-20 오후 3:32:02

[이데일리 이승현 황수연 기자]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에 사는 주부 김영미씨(38세)는 주말 마트에서 장을 보다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8월 초, 휴가를 다녀오기 전 장을 볼 때보다 라면과 참치캔, 음료, 맥주, 즉석밥 등 주로 구매하는 식음료 제품들의 가격이 눈에 띄게 올랐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윤덕현씨(34세)는 최근 들어 심각하게 귀농을 고민하고 있다. 회사 연봉은 쥐꼬리만큼 올랐는데, 전세값에 각종 물가까지 오르면서 삶이 점점 더 팍팍해지고 있어 이에 대한 돌파구로 귀농을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식음료 가격 인상 현황
서민들이 쓰러지고 있다. 소득은 크게 오르지 않는데 물가는 하루가 다르게 치솟으면서 가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희망 보다는 부정적인 신호가 더 많다는 점.

19일 농수산물유통공사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주요 채소와 생선, 식음료 제품들의 가격이 일제히 인상됐다.

지난달 초 ㎏당 4100원에 거래되던 시금치는 이달 17일 8400원까지 뛰어올랐고, 오이도 한 달 새 44~104%나 상승했으며 상추(28%)와 열무(18%), 깻잎(16%) 등의 식재료도 큰폭으로 올랐다. 생선도 마찬가지. 일년전 4㎏ 한 상자에 6만3000원이던 갈치 도매가격은 최근 11만원까지 올랐고, 명태 10㎏ 한 상자는 4만8000원에서 7만3000원으로 상승했다.

식음료 가격은 이달 들어 봇물 터진 듯 오르고 있다. CJ제일제당이 즉석밥 가격을 올린 데 이어 동원F&B의 참치, 롯데칠성과 한국코카콜라의 음료수, 삼양라면과 팔도의 라면, 농심의 새우깡,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의 맥주 등의 가격이 줄줄이 인상됐다. 소주와 과자는 인상 시기만 저울질 하고 있다.

심각한 점은 당분간 이같은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미국, 러시아 등 세계 곳곳의 가뭄으로 옥수수, 밀, 콩의 국제 가격이 폭등했다. 이는 국내 물가에 4~7개월의 시차를 두고 반영 된다.

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유가 역시 불안하다. 최근 한 달 동안 휘발유 가격이 꾸준히 상승했고, 앞으로도 오를 가능성이 높다. 특히 시리아 내전과 이란 핵개발 등으로 중동지역의 불안이 고조되면서 석유 수급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하반기 들어 공공요금도 들썩이고 있다. 이미 전기 요금은 지난 6일부터 평균 4.9%. 도시가스 요금도 6월30일부터 평균 4.9% 인상되지만 추가 인상 가능성이 높다.

이같은 생활물가 인상은 서민들의 삶의 질을 급속하게 떨어뜨리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국민 절반 이상이 스스로를 저소득층으로 느끼고 있고, 통계청이 발표하는 평균소비성향은 74.1%로 2003년 통계작성을 시작한 이후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평균소비성향은 처분가능소득 대비 소비지출로, 이 수치가 낮을수록 소비자들이 주머니를 닫고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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