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4대 천왕이라니요? 저 빼고 3대 천왕으로 해주십시오.(웃음)"
어윤대
(사진) KB금융(105560)지주 회장이 확 달라졌다. 교수 출신 특유의 고집과 깐깐함이 그동안의 모습이었다면 최근에는 자신을 낮추고 부하 직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여는 열린 경영자의 모습으로 일대 변신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국민은행의 자사주 매각에 대한 입장 변화. 국민은행은 오는 9월까지 자사주 3497만주(9.05%)를 내다 팔아야하는 상황. 담당 임원은 그간 몇 차례나 '지금이 적기'라며 매각을 권유했지만 어 회장은 그때마다 반대하곤 했다. 주가가 더 오를 수 있는데 지금 팔면 손해라는 게 그의 논리였다.
하지만 최근 어 회장은 결국 자사주를 매각키로 결정했다. 더 늦어선 곤란하다는 실무진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최고경영자로서 자신의 실책을 인정하는 뼈아픈 결정이지만 그는 의외로 담담했다. 최근 KB금융 행사장에서 마주친 어 회장은 "아주 시원하다. 이제 잘될 일만 남았다"며 미소를 머금었다.
금융권에서는 어 회장의 이 같은 달라진 모습을 두고 과거 자회사의 경영과 인사에 지나치게 간섭한다는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몸을 바짝 낮추고 있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올초 은행 노조와의 불화로 은행의 인적자원(HR)본부 라인을 전격 교체하는데 압력을 넣는다거나, 은행의 거의 모든 행사에 참석해 '감놔라 배추놔라'식의 간섭을 보였던 예전의 모습과는 확실히 달라졌다.
어 회장의 변신은 KB금융 내부의 모습을 보면 조금 더 분명해진다.
KB금융은 얼마 전 회장부터 말단 사원까지 참석하는 전략시너지 회의(SSAM)를 만들었다. 첫 안건은 어떻게 하면 잠자는 고객(휴면고객)을 깨워 은행과 보험, 증권, 자산운용 고객으로 흡수할 수 있느냐였다고 한다. 계급장 떼고 상하격식 차리지 않고 진행된 이날 회의에 대해 KB금융 내부에선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케이스 스터디(사례연구)·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성급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그룹경영위원회도 마찬가지. 어 회장은 이사회의 의견을 받아들여 2000억원 이하의 계약을 맺을 때 지주사 상무 이상의 집행임원이 모여 결정하도록 문호를 개방했다. 독단으로 흐를지 모를 의사결정에 가급적 많은 사람들을 참석시켜 열린 분위기를 만든 셈이다.
KB금융 관계자는 "어 회장이 취임 후 1년 동안 역동적으로 앞만 보며 달리다 보니 `제왕적`이라는 말을 들어온 것 같다"며 "최근 들어 주위를 돌아보는 등 은행 내부에서 소통을 강화하려는 모습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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