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안혜신 기자] 미국 부동산 시장에 봄날은 올 것인가.
사려는 사람은 없는데 팔아야하는 (압류 등으로 인한) 물건은 자꾸 쏟아진다. 자연스레 기존 시장에 나와있던 매물의 가격은 하락한다. 앞으로 시장으로 풀려나올 매물은 끝없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이것이 `답없는` 미국 부동산 시장의 현재 상태다.
더딘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미국 경제의 발목을 지난 몇 년간 끈덕지게 붙잡고 있는 미국 부동산 시장의 바닥은 어디이며 회복 시점은 언제일까.
◇ 美 주택시장, 회복되는가 했더니 다시 침체
미국 주택시장은 지난해 말 느리게나마 회복 기미를 보이긴 했지만 최근 들어 다시 침체의 늪으로 빠르게 빠져들고 있는 모습이다.
| ▲ 케이스-쉴러 주택가격지수 추이 (점선은 20개 주요도시, 실선은 10개 주요도시 평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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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부동산 시장은 지난해 중순부터는 미약하나마 회복세를 보였다. 지난해 9월 주택착공이 5개월만의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부동산과 관련된 지표는 올해 초까지도 최악 수준으로 굴러떨어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최근 상황은 심상치 않다.
로버트 쉴러 예일대 교수는 "실업률이 계속 상승한다면 이는 또 다른 경기후퇴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것을 더블딥이라고 부르든 아니든 위험이 있다고 생각하며, 주택가격 역시 하락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발표된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케이스-쉴러 주택가격 지수는 이러한 우려에 쐐기를 박았다. 3월 주택가격지수는 전년동월 대비 3.6% 하락한 138.16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0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간신히 회복하던 부동산 시장이 완벽한 재침체에 빠져든 것이다.
그런가 하면 미 모기지은행가협회(MBA)는 최근 주택압류 상황에 처한 `심각한` 모기지 연체 가구가 430만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미 매물이 넘치고 있는 시장에 압류를 통한 주택 신규 매물이 쏟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주택가격보다 대출금이 더 많은 이른바 `깡통주택` 소유자 역시 올 1분기에만 1090만명을 기록했다.
공급이 넘쳐날 가능성은 높은데 수요 증가세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 4월 신규주택판매는 전월대비 7.3% 증가한 연율 32만3000채였다. 이는 여전히 위기 전의 3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앞다퉈 주택가격 추가 하락을 점치고 있다. 시장에는 미국 주택 가격이 올해 5% 가량 하락하고 내년까지도 바닥에 도달하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압도적이다.
◇ 그래도 희망은 있다
그러나 미국 주택시장이 서서히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다는 의견도 고개를 들고 있다.
하버드대학교 주택연구센터(JCHS)가 매년 발표하는 `2011년 미국 주택현황` 보고서는 부동산 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를 지난해 하반기부터 늘어나기 시작한 임대율에서 찾았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임대율 상승이 축하할 만한 소식은 아닐 수 있지만 이를 통해 연립주택 등의 건설이 늘어날 수 있다"면서 "이미 주택 가격이 바닥을 헤매고 있는 가운데 이는 저가형 주택에 대한 수요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패니메이 설문조사 결과 현재 임대주택 거주자 중 다음 이사 때 다시 주택 임대에 나서겠다는 응답자는 올 1분기 54%로 지난해 여름 최고 수준이었던 59%에서 소폭 하락했다.
최근 일부 지역 주택가격이 소폭이나마 상승세를 보인 것도 반가운 소식이다. 미국 민간 부동산리서치사인 알토스리서치는 지난 5월 미국 26개 도시 가운데 24곳의 집값이 전달보다 상승했다고 밝혔다. 코어로직이 발표한 4월 미국 주택가격지수도 전월보다 0.7% 올랐다.
주택시장 침체로 이어지는 고용 시장과 제조업 등 부진이 장기적인 것이 아닌 일시적인 요인일 수 있다는 전망도 부동산 경기 회복에 기대감을 주고 있다. 실업률 상승 등 미국 경제 부진이 일본 대지진 등 외부적인 요인에 의한 단기적인 침체일 수 있다는 것이다.이런 맥락에서 마크 프레밍 코어로직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주택시장이) 반전을 시작할 수 있다"는 신중한 낙관론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