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기획]②‘단기간 다출점’ 브랜드 창업 주의

유행 업종일 우려 높아...상투 잡지 않는 지혜 필요
가맹점 관리력 알아 본 후 결정해야
  • 등록 2007-06-29 오후 3:21:06

    수정 2007-07-02 오후 1:41:22

[이데일리 주순구기자] 최근 창업 시장에서는 ‘쏠림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경기 불황, 과당 경쟁으로 창업 성공률이 낮아지며 소위 ‘뜬다’하는 업종에 창업자들이 급격히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단시간에 많은 점포가 출점하다 보면 과당 경쟁, 본사 관리력 부실 등 여러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일부 프랜차이즈 본사는 이를 악용해 개설 이익만 챙기는 등 소위 말하는 ‘먹튀’ 행태를 보여 창업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단기간에 출점 집중되면 유행 아이템일 우려 높다
단기간 다출점 현상은 개설에만 매진하는 일부 프랜차이즈 본사와 무작정 유행만 따라 창업을 결정하는 창업자들의 합작품이다.

브랜드와 점포가 늘어나 해당 업종의 시장을 키우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철저한 수익검증 없이 이뤄지는 다출점은 ‘업종 유행화’를 불러와 결국 업종, 브랜드 수명을 줄이게 된다.

그간 유행아이템으로 분류돼 시장의 폭발적 성장과 쇠락을 동시에 경험한 것은 찜닭, 불닭, 요구르트아이스크림전문점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업종은 많게는 1년 남짓한 시간동안 1만 개 점포 이상 개설되며 과열 양상을 보였다. 초기 트렌드와 맞물려 시장이 급신장하고 고객 수가 증가했지만, 무분별한 점포 난립으로 고객에게 식상함을 줘 생명력이 채 3년을 넘기지 못했다. 현재는 상권별로 경쟁력을 갖춘 점포가 한 두 개씩 살아남아 안정된 영업을 하고 있지만, 대다수 창업자들은 유행이 끝남과 동시에 매출부진, 폐점을 경험해야 했다.

2003년 '레드망고'를 시작으로 시작된 요구르트아이스크림 열풍은 5년 이후 자취를 감췄다.

메뉴 카피가 쉬워 난립한 수십개 브랜드의 맛 차이가 뚜렷하지 않고, 전문점 뿐 아니라 동네 음식점에서까지도 요구르트아이스크림을 판매하면서 메뉴 자체에 대한 신선함이 급격히 떨어진 것이 원인이다. 현재는 아이스크림 시장 트렌드까지 젤라또로 바뀌면서 브랜드를 막론하고 요구르트아이스크림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돼있는 상황.

대표 브랜드인 레드망고는 최근 브랜드 콘셉트를 바꾸고 베이커리, 음료 등 사이드메뉴를 대폭 보강해 타개책을 찾고 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움직임은 없는 상황이다.


반짝 인기를 노려 한 몫 챙기려는 일부 부실 본사와 기획형 브랜드의 ‘의도적 다출점’도 업종 수명을 줄이는 주요인이다. 전문적인 차별화가 필요없어 진입장벽이 낮은 업종일수록 이런 경향이 두드러진다.

지난해 여름부터 인기를 끌었던 막걸리 전문점은 소자본 창업에 대한 창업시장 수요와 막걸리 브랜드 마케팅의 결합으로 다출점한 업종이다. 양조장에서 막걸리만 떼어다 공급하면 돼 영세 막걸리 유통업자들이 너나 할 것 없이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뛰어들었다. 불과 2~3개월간 30여개가 넘는 본사가 생겨나고 1년이 못되는 시간동안 출점한 점포 수만도 업계 추산 700여개 이상일 정도로 이상 과열 현상을 보였다.

이들 브랜드는 지원 운영 시스템 없이 개설, 유통 수익만 보고 만들어진 경우가 많고 저가형 콘셉트로 수익성이 좋지 않았다. 계절적 비수기인 겨울철 영업 부진을 견디지 못하고 올해 초 대부분의 브랜드가 정리됐거나 50% 이상 폐점이 진행된 상황이다.

주류 업계 관계자들은 “막걸리도 적정 시장이 존재하는 업종이지만, 수십 개의 프랜차이즈가 과당경쟁을 할 정도로 넓지는 않다”고 조언하며 “단순히 ‘트렌드’와 오픈점 영업상황만 보고 창업한 가맹점주는 저마진으로 인한 매출하락으로 대부분 점포를 내놔야 했다”고 말했다.

오픈 이후 관리 상황을 꼼꼼히 따져봐야
단기간에 많은 점포가 출점하면 본사 관리력은 흐트러지기 마련이다. 통상적으로 가맹 계약 후 점포 오픈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한 달 정도. 이 기간동안 인테리어는 물론 각종 인허가, 오픈 지원까지 본사에서 전담해 진행해야 한다.

짧은 시간에 출점이 집중되면 담당 부서뿐 아니라 본사 전 직원이 오픈 지원에만 매달릴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 영세한 본사가 많다보니 가맹점 확장 속도에 맞춰 인력지원을 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프랜차이즈 시스템 상 본사에서 임의적으로 가맹자들의 창업 시기를 조절하는 것도 불가능해, 단기간 다출점으로 인한 관리력 저하는 불가피하다고도 볼 수 있다.


퓨전주점 열풍을 몰고 온 ‘피쉬앤그릴’은 지난해 하반기에만 100개 이상을 오픈할 정도로 단기간에 출점이 집중됐다. 한창 출점이 몰려있을 때는 한 달 50개까지도 오픈했다는 것이 본사 측의 설명.

당시 이미 200개 이상 점포가 오픈한 상황에서 본사 인력이 오픈점에만 집중되니 관리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지사.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사에는 점포마다 메뉴 맛이 틀리다는 고객 의견이나 지방 점포를 관리하는 지사의 경영지원이 부실하다는 가맹점 불만이 접수되기 시작했다. 일부 가맹점주는 “퓨전주점 열풍으로 경쟁상황은 심화되는데 본사 지원은 부실해진다”며 본사의 과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피쉬앤그릴 측은 “올해부터 가맹점 밀착 관리 시스템을 가동해 가맹점 영업환경을 개선하는 등 본사 차원에서 적극적인 관리력 증강책을 마련해 시행 중”이라며 “지난해 일시적으로 관리력이 약화됐지만 현재는 전체 가맹점 평균 월매출이 2500만~3000만원 선으로 유지되는 등 제자리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피쉬앤그릴은 최근 기존 지방 영업지사를 본사 직영 본부로 전환하고 지사장제를 확대 실시하는 등 ‘지역별 밀착 관리’에 초점을 맞춘 조직 체계 개편을 실시했다.

지방 가맹점 관리를 위한 본사 직영 본부는 가맹점주 회의 결과를 반영해 진행한 일이다. 영업지사다보니 관리나 경영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다는 의견을 수렴했다.

전국을 4개 지역으로 나눠 전담 수퍼바이저 개념으로 운영한 지역장도 8명으로 늘렸다. 지역장은 조리를 비롯해 서비스, 마케팅 경험을 갖춘 인력으로, 최소 5년에서 10년 이상 경력자로 선별했다. 이들은 매장 운영 전반을 아우를 수 있는 인력으로, 매출 부진 시 지역 마케팅 전개 등 즉각적인 지원을 할 수 있다.

마케팅팀 조상철 팀장은 “지역장에게는 담당 지역권 내 가맹점 마케팅을 지원할 수 있는 비용을 따로 지급해 신속한 경영지원이 이뤄지도록 했다”면서 “가맹점주는 식자재 품질 편차, 원활한 AS 등 가장 기본적인 것을 원하는 만큼 지역장 시스템으로 이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피쉬앤그릴은 출점이 집중된 지난해 9월 이후 가맹모집 광고를 하지 않고 있다. 자체적으로 450호점을 한계로 잡아, 한계에 이르면 출점을 지양할 계획이다.

유행 업종임에도 충성고객과 관리력을 앞세워 브랜드 경쟁력을 이어가는 경우도 있다. 불닭 열풍 대표 주자인 홍초불닭은 2005년 이후 아류 브랜드 대부분이 정리된 상황에서 지금까지 안정적인 영업을 하고 있다.



불닭 열풍 초기인 2004~2005년 사이 고객층이 급격히 넓어진 것은 실 고객보다는 유행을 경험하고자 하는 일회성 고객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이들 일회성 고객은 또 다른 유행이 시작됐을 때 지체 없이 그 흐름으로 발길을 돌린다. 독특한 차별성으로 충성고객을 잡지 못한 아류 브랜드는 이 때 매출 급감, 영업 부진에 빠지게 될 수밖에 없다.

홍보팀 엄방미 팀장은 “불닭 열풍이 식은 뒤 불닭시장 자체가 죽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두터운 마니아층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홍초불닭은 불닭이 유행하던 2004년이나 지금이나 큰 편차 없이 영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초불닭은 불닭 열풍이 절정에 달했던 2005년 160호 출점을 기점으로 ‘출점 정지’를 선언하고, 같은 해 11월부터 관리체제로 조직을 재정비했다. 점포오픈과 이후 지원을 각각 점포개발팀과 수퍼바이저팀에서 나눠 관리했던 것을 수퍼바이저 업무로 통합, 점포 관리력을 높였다.

2005년 160개던 홍초불닭 총 가맹점수는 현재 130~140개 정도로 유지되고 있다. 열풍이 지난 2006년부터 현재까지 폐점된 점포는 약 30여 곳. 매장 당 평균 일매출도 2005년 100만원을 조금 웃돌던 수준에서 현재는 80만원 정도다.

홍초불닭 측은 “지난해 소자본 창업용으로 홍초불닭 미니를 론칭하고, 신메뉴 개발로 객단가를 높이는 등 수익성을 보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거품 고객이 빠져나가면서 전반적으로 매출은 조금씩 하락했지만, 시장 정리로 과당경쟁에서 벗어난 만큼 안정적인 운영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창업 전문가들은 최근의 다출점 경향에 대해 “일부 창업자들은 다출점이 무조건 브랜드 경쟁력과 수익성을 증명한다는 잘못된 생각을 지니고 있다”면서 “다출점 브랜드의 경우 유행아이템일 우려가 높아 끝물을 탈 경우 낭패를 보기 쉬우므로 철저한 검증 후 창업을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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