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보테크 측은 이번 분식회계건은 장흥순 회장이 경영활동 과정에서 생긴 부채를 막기 위해 회사 자금을 담보로 제공했다가 주가가 급락하는 과정에서 생긴 일이라고 해명하고, 연말까지 자체 생존이 가능한 상황인 만큼 금융권의 채무상환 요구만 없다면 회사를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장흥순 회장은 "700억원의 분식회계는 과거 주가가 높았던 시절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위해 보유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가 주가가 급락하면서 추가 담보요구가 있었고 이를 회사의 예금을 담보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막았는데 주가가 하락하자 금융권에서 이를 회수해버리면서 불거진 것"이라며 "최대주주의 주식이 장내에서 반대매매로 처분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고 해명했다.
장흥순 회장에 따르면 터보테크가 지난 2000년 3월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22%의 지분율을 가진 장 회장도 유상증자에 참여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개인자금이 부족해서 보유지분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돈을 빌려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당시 유상증자는 1주당 0.4주를 주당 1만3360원에 배정하는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장회장 측이 참여한 유상증자 지분은 약 140만주, 필요한 자금은 약 200억원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장 회장은 "당시 갖고있던 주식을 시장에 내다팔고 그 자금으로 유상증자에 참여할 것을 생각하기도 했지만 대주주가 주식을 파는 것을 용인하지 않는 분위기였다"며 "이후 주가가 하락해서 금융권이 추가 담보를 요구했고 회사 예금을 담보로 줬는데 주가가 더 내려가면서 회사 예금을 회수해갔다"고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장 회장은 700억원의 손실금액에 대한 모든 내역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앞서 언급한 유상증자 참여와 엔젤투자자금 회수과정에서 분식회계 금액의 절반 이상의 손실을 입었다고 밝혔다.
장 회장은 "이 과정에서 경영판단이 잘못된 것은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횡령한 돈은 아니다"면서 "분식회계 부분에 대한 법적 책임은 지겠지만 18년동안 일궈온 회사의 기술력과 무형자산은 국가적으로도 필요한 것이므로 회사는 꼭 살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장 회장은 "분식회계 사건이 발생한 후 금융기관들을 설득하는 데 집중했다"며 "구조조정과 자산 매각 등 금융기관이 요구하는 모든 조치를 시행할 생각인만큼 회사를 살리는 데 도움을 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연말까지 자금은 추가적인 외부조달 없이도 자체 생존이 가능하다"며 "장외주식 등 보유자산을 활용한 대출과 종업원 급여반납, 비용절감 등을 통해 50~80억원의 현금흐름을 개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만 보유 자산 대부분이 유동성이 떨어지는 자산인 만큼 채권금융기관들이 조기회수를 자제해줘야 한다"며 "토지자산은 장부가보다 시가가 100억원 이상 높고 투자유가증권중 일부도 내년에 상장예정이어서 금융권의 채권보전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금융권의 협조를 요청했다.
또 "지난 3년간의 개발기간을 거쳐 올해 8월 출시된 모션 콘트롤러를 기반으로 반도체 장비의 핵심 모듈인 초정밀 스테이지를 개발하고 이 부문에서 5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며 잉크젯프린트 방식의 디스플레이 장비도 개발되면 2009년에 1000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5년간 벤처기업협회 회장을 맡았던 장 회장은 "이번 사건은 개인의 잘못에서 비롯된 것이며 전체 벤처기업과는 관계가 없다"고 언급하고 "열심히 일하는 벤처기업인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