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권소현기자] 주가가 이헌재 쇼크로 휘청댔다. 이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의 자진 사퇴 소식이 전해진 7일 종합주가지수는 근래 보기 드문 조정을 나타냈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동안 꿋꿋하게 지켜왔던 1000선이 무너지는 아픔도 겪었다. 이런 모습은 지금까지 북핵, 고유가, 환율등 숱한 악재를 단숨에 쓰러뜨리고 1000포인트를 뚫던 기세를 감안하면 의외다.
투자자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그럼에도 불안감은 여전하다. 투자자들은 이 부총리 사임이 증시 1000포인트 안착에 새로운 변수가 될 것인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이부총리 사퇴는 큰 리스크
일단 전문가들은 이 부총리 사퇴 자체 보다는 후임이 누가 되느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동안 한국 증시가 재평가될 수 있었던 요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우호적인 정책이었고 그 중심에는 이 부총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후임에 따라 정책의 일관성이 유지되느냐의 여부가 결정된다.
김학균 굿모닝신한증권 애널리스트는 "이 부총리는 노무현 정권의 실용주의 정책에 가장 부합했던 인물이었기 때문에 영향이 없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예상치 않게 이같은 노선에 반대되는 인사가 후임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면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우려의 시각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만큼 이 부총리가 갖고 있는 위상이나 카리스마가 한국 경제 정책에 대한 신뢰에 기여한 바가 크기 때문이다.
홍춘욱 한화증권 팀장은 "경기회복 기대감이 막 살아나고 있는 국면에서 경제수장이 바뀌는 것은 큰 리스크다"며 "시장에서 신뢰를 갖추고 있는 적임자를 빨리 선임하지 않는다면 충격이 오래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해도 이 부총리가 정책적인 면에서의 갈등이 아닌, 개인적인 비리로 물러나는 것이기 때문에 정책 변화를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김세중 동원증권 선임연구원은 "이번 부총리의 사임을 사회지배 구조의 문제로 확대해석하는 것은 무리다"라며 "당연히 공직자로서 할 수 없는 일을 했기 때문에 사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후임이 누가 되든 기존 경제정책의 방향을 크게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다.
이종우 한화증권 리서치 센터장은 "이미 한국 경제 규모가 상당히 커졌기 때문에 한 사람에 의해 변화될 것이라고 보는 것은 무리다"며 "후임 부총리 역시 시스템적으로 진행돼 왔던 구조조정 등을 따르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 단기 쇼크..재상승 가능할 듯
또 외국인의 매매동향도 이 부총리 쇼크가 단기에 그칠 것이라는 점에 무게를 실어준다. 김 애널리스트는 "정책변화에 대해 우려감이 높다면 외국인투자자들이 먼저 반응했을텐데 오히려 외국인보다는 기관투자자들과 프로그램 매물이 증시 하락을 이끌고 있는 양상"이라며 "외국인들도 크게 동요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시가 이처럼 출렁이는 것은 1000포인트대에 대한 밸류에이션 부담 때문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8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간만큼 좀 쉬어갈 때가 된 것이 사실이다.
환율과 유가와 같은 변수에는 이미 내성이 생겼고 북핵 문제가 불거졌을 때에는 아직 900선대였지만 이번에는 1000포인트대라는 점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 센터장은 "국내 증시 역사를 봤을때 주가 1000포인트는 강력한 저항선이었기 때문에 네자리수에 올라선 이후에도 곧바로 뻗어나갈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며 "충분한 매물소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김 선임연구원은 "증시로서는 최근 주가가 많이 올랐고 살만한 종목군이 좁혀져 있었다는 점에서 이익실현 매물이 나오고 조정을 받고 있다"며 "밸류에이션상 약간 부담스럽다는 점에서 좀 쉬면서 부담을 덜어내는 기간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이 부총리 사임 악재는 일회성으로 조정의 빌미 성격이 다분했다는 평가다. 김 애널리스트는 "지금 밸류에이션이 높지만 고점은 아니라고 본다"며 "당분간 힘을 모아 가면서 지표 좋아지는 것을 가시적으로 확인한 이후 재상승을 모색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