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채권수익률이 "떨어질 수 있는 조건"을 생각해보자. 환율, 경기, 물량조절 등이 있을 것이다. 우선 환율변수에서 벗어나면 된다. 달러/원 환율의 상승은 달러/엔 환율에 자극 받는 부분이 많다.
◇환율안정의 조건들
달러/엔 환율 상승은 일시적인 충격, 예를들면 자연재해나 전쟁 등에 의한 것이 아니라 일본 경제의 구조적인 이유에서 발생된 것이다.
미국도 엔약세를 용인(?)하는 조건으로 부실채권의 처리를 내걸고 있다. 엔화가 안정되려면 일본판 구조조정 청사진이 나와야할 것이다.
문제는 일본의 정치적 리더쉽이 이같은 개혁정책을 추진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것. 일본 내부의 정치 지형은 우리나라만큼 복잡하다.
과거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를 겪으며 환율이 급등했던 것을 떠올려 보자. 미국은 강력한 구조조정을 요구했다. 상황이 다르지만 미국은 일본에 대해서도 뭔가 댓가를 요구하고 있다. 일본이 이것을 받아들일 것인지 얼마나 신속하게 구조조정을 추진할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일본이 구조조정에 관한 의지를 명확하게 표명하지 않는 한 달러/엔 환율은 쉽게 안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달러/원의 안정도 쉽지 않다. 펀더멘털 측면에서 한국은 누적자본수지와 경상흑자를 유지하고 있고 외환보유고도 넉넉한 편이다. 다만 달러/엔에 연동된 환율정책이 "투기적인 수요"를 자극하면서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시장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간다고 환율정책의 근간을 당장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환율이 수출에 얼마나 도움이 되느냐는 논외로 하고 환율정책이 바뀌었을 때 대안을 마련해야하는 문제가 있다.
결국 환율안정의 조건중 우리가 제어할 수 있는 부분은 거의 없다.
◇경기와 관련된 조건들
채권시장을 위해 "경기가 둔화된다"고 떠들 수는 없지 않은가. 객관적으로 "경기가 어렵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정책당국자들에게 이것을 기대할 수는 없다.
국내 경기는 미국, 일본 경기와도 연결돼 있다. 미국의 경제지표들이 아직 혼동스럽고 국내 경기신호도 들쭉날쭉이다. 경기신호에 대한 해석으로 수익률이 내려가기를 바라는 것은 어렵다. 채권시장은 이미 "심리적"으로 경기상황을 찬찬히 읽어낼 여유가 없다.
경기부양과 주식시장을 위해 콜금리를 인하해야한다거나 반대로 충격요법으로 콜금리를 올려야한다는 주장이 있다.
콜금리 인하에 대해서는 한국은행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현재 금융시장 여건상 콜금리 인하가 경기부양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고 누차 얘기하고 있다. 환율이 불안한 상황에서 콜금리를 내려야할 명분도 없다.
반대로 콜금리를 올려서 원화투기를 억누르고 인플레 기대심리를 진정시켜야한다는 주장도 있다. 인플레 기대심리 하락은 장기 국채금리 상승을 억눌러 주식시장과 회사채시장에 숨통을 열어줄 수 있다는 것.
이에대해 한국은행의 김성민 채권시장팀장은 "통화정책의 긴축은 은행대출 감소, 기업 등 차입자의 현금사정 악화, 이에따른 주식 등 자산가격 하락 등 경기둔화를 가속시켜 장단기 금리차의 축소 또는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통화정책이 주식시장이나 채권시장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생각하면 콜금리 인상론은 설득력이 약하다.
경기 측면에서 당국자들이 채권시장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도 거의 없다.
◇물량조절의 조건들
삼성투신운용의 박성진 선임은 "전날 수익률 급락은 정책변수에 대한 과도한 기대때문"이라고 말했다. 경제조건이 변한 것이 없는 상황에서 금융정책협의회가 열린다는 사실 하나에 의지해 수익률이 떨어졌다는 것.
4일 금정협이 내놓은 채권시장 대책은 "국채, 통안채, 예보채 물량을 신축적으로 조절한다"는 것이었다. 수익률이 급등할 때마다 나왔던 소리다. 그러나 물량조절은 지금 시장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책이다.
환율, 경기 조건과 달리 물량조절은 어느정도 가능하고 즉각적으로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보의 경우 6일 예보채 5년물 1조원 입찰을 발표했는데 당초 입찰물량은 1조5000억원이었다. 5000억원 줄인 것을 많다고 할 수는 없다. 시장상황이 이런때 입찰을 강행해야하는가 비판도 있었다.
그러나 예보채를 비롯해 꼭 필요한 만큼만 발행한다면 효과가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예금보험공사가 적립한 보험금 2조원을 급한대로 쓸 수도 있고 시간이 걸리지만 해외발행도 검토할 수 있다.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지만 지금은 찬밥 더운밥 가릴 상황이 아니다.
◇채권투자의 조건들
장기투자기관의 한 딜러는 "물리더라도 지금 채권을 사지 않으면 우리같은 기관은 채권을 살 수 없다"고 말했다. 시장상황에 따라 가장 저평가된 채권을 찾아내는 것이 이 기관의 딜링 비법(?)이다.
모은행의 딜러는 "운용하는 펀드에 2년이상 채권이 몇백억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투신권의 한 딜러는 "통안채 등 팔 수 있는 채권은 가급적 덜어냈다"고 말했다.
자신의 위치와 펀드 성격에 맞게 시장참가자들은 물건을 팔고 또 물건을 샀다. 자신이 기대하는 방향으로 어떤 재료가 나오거나 시장이 흘러가기를 바라지 말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야할 때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