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토로라는 지난 10일 국내 휴대폰 판매 사업을 접고 내년 2월에 철수한다고 밝혔다. 모토로라의 철수로 국내 휴대폰 시장에서 해외 업체는 이제 애플만 남게 됐다. 캐나다의 리서치인모션(RIM)은 지난 3월 본사의 스마트폰 사업을 철수한다는 발표 이후 국내 영업을 중단했고, 대만 HTC도 지난 7월 한국 법인을 철수시켰다. 일본 소니 역시 국내에서 휴대폰 사업부 형태로 운영하던 소니모바일커뮤니케이션즈를 조만간 소니코리아로 통합할 전망이다.
해외업체들이 보따리를 싸는 이유는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기술 흐름을 제대로 따라잡지 못하고 비주류로 밀려나고 있기 때문이다. 핀란드 최대 기업으로 나라 경제를 이끌었던 노키아는 자체 모바일 운영체제(OS) ‘심비안’을 고집하다 기술 흐름을 놓쳐 경쟁력을 잃었다. 스마트폰 원조격이라 할 ‘블랙베리‘ 제조사 RIM 역시 이렇다 할 후속 제품을 내놓지 못해 휘청거리고 있고, 미국의 모토로라도 ‘레이저’ 이후 성공작을 내놓지 못하다 지난 2011년 구글에 인수되는 수모를 당했다. 결국 본사가 글로벌 경쟁에서 밀리면서 흔들리자 구조조정 차원에서 한국 사업을 접는 셈이다.
국내에서 토종 업체들이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을 보이는 현상에 대해 일부에선 한국 통신 시장의 특수성을 꼽는다. 국내 업체들이 4세대(4G) 이동통신기술 롱텀에볼루션(LTE)에 맞춘 신제품을 경쟁적으로 내놓으면서 지배력을 키우는 반면 외국산은 여전히 3G에 머물고 있기 때문에 고객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한 외산업체 관계자는 “국내에선 이동통신사의 입김이 워낙 강한데다 통신기술의 발전 속도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당히 빠른 편이라 한국에 본사가 없는 외국 기업들이 쉽게 대응하기 어렵다”라고 토로했다.
이세철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마치 월마트가 토종 마트에 밀려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듯 해외 휴대폰 업체들도 토종에 밀리자 더이상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라며 “다만 모토로라의 경우 구글이 인수한 뒤로 구글 스마트폰으로 일어설 수 있어 다시 돌아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