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리포트)미국의 중국공포증

  • 등록 2005-06-27 오후 5:04:34

    수정 2005-06-27 오후 5:04:34

[edaily 김현동기자] 요즘 중국의 미국 기업 인수를 놓고 미국 전체가 호들갑을 떨고 있습니다. 신용평가회사에서부터 의회, 심지어는 언론까지 `인수불가`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이들이 내세우는 인수불가의 논리도 가관입니다. `신용등급을 강등하겠다`은 경고에서부터 `안보 재앙`이라는 위협도 서슴없이 내뱉고 있습니다. 세계 자본주의의 중심이라는 미국이 보여주는 중국공포증(sinophobia)에 대해 국제부 김현동 기자가 전합니다. 중국 기업의 미국 기업 사냥은 지난해 PC업체인 레노버의 IBM PC사업부 인수가 처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레노버는 지난해 말 17억5000만달러에 IBM PC사업부를 인수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합병발표후 지난 4월 합병을 마무리하기까지 레노버는 세계 1·2위 PC 업체인 미국 델과 휴렛패커드는 물론이고 의회의 합병승인까지 수많은 견제를 받았습니다. PC부문의 레노버에 이어 중국 최대 가전업체인 하이얼은 미국 3위 가전업체인 메이택 인수를 코앞에 두고 있습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정보통신(IT) 기업과 가전업체에 이어 최근에는 에너지 기업들도 중국의 먹잇감이 될 처지에 놓였습니다. 중국 3위 국영 석유 회사인 중국해양석유(CNOOC)가 미국 8위 석유회사인 유노칼 인수전에 나선 때문입니다. 중국의 미국 기업 사냥을 두고 미국은 벌떼처럼 달라들어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가 모두 CNOOC는 유노칼을 인수할 능력이 없다고 경고했습니다. 무디스와 스탠다드 앤 푸어스(S&P)는 CNOOC가 유노칼을 인수할 경우 재정적인 곤란에 처할 것이며, 이로 인해 신용등급을 강등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피치도 CNOOC의 유노칼 인수는 신용등급 하향위험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 금융시장의 중심인 월스트리트 증권가도 마찬가지입니다. 메릴린치가 CNOOC의 유노칼 인수는 부정적이라는 의견을 밝힌 데 이어 도이치증권은 이번 인수를 정치적 동기에 따른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일부 애널리스트는 미국 정부가 이번 거래에 개입하면서 CNOOC의 유노칼 인수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정치권까지 가세했습니다. 미국 하원의 자원위원장은 "(CNOOC의 유노칼 인수는) 미국 국가안보에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면서 안보 위협론을 제기했습니다. 미국 언론들도 부정적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경제전문 주간지인 포브스는 최근 "`천연자원`과 `세계적인 브랜드`를 노리고 미국 기업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중국 기업들이 미국 경제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주의를 촉구했습니다. 뉴욕타임즈는 "중국이 미국 기업 인수를 통해 자본주의로의 전환에 큰 전기를 맞게 됐지만, 이들 기업을 인수하기가 수월하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부정적인 시선을 보냈습니다. 그렇지만 미국의 `중국공포증`은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미국은 중국의 자본주의로의 개방을 유도하기 위해 시장개방과 교역확대를 강조해왔습니다. 하이얼이 메이택을 원하는 이유는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중국 기업들이 자사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세계화 전략을 추진하겠다는데, `국가 안보`와 `나라 경제`를 들어 인수에 제동을 거는 미국의 모습은 보호무역주의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27일 중국 기업의 미국시장 진출은 수익성 악화에 대비한 포석일 뿐이라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CNOOC의 유노칼 인수 논란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은 중국이 미국(기업들)을 집어삼키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렇지만 유노칼이 보유하고 있는 석유의 절반은 아시아에 있습니다. 또 법적으로 CNOOC가 유노칼 인수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우노칼이 보유하고 있는 석유를 중국으로 옮겨가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런 점에서 중국의 미국의 석유를 노리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달라 보입니다. 중국이 `석유 전쟁`에 대비해 석유 확보에 나서고 있다는 안보 위협론도 허풍이 심합니다. 일본을 제외한 선진 8개국(G8)은 모두 석유 메이저업체를 통해 충분한 석유를 이미 확보해두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은 여전히 알라스카에 전시를 대비한 전략적 석유를 비축해두고 있습니다. 또 CNOOC는 세계 금융시장의 중심지인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돼 있습니다. CNOOC의 유노칼 인수가 미국 경제에 그토록 위협적이라면 NYSE에 상장돼 있는 CNOOC 지분(주식예탁증서‥DR)을 인수하면 그만입니다. 물론 IBM의 PC사업부를 인수한 레노버나 CNOOC 모두 중국 국영기업이라는 점에서 중국 정부가 나서서 미국을 사냥하고 있다는 미국의 불안감을 100% 거짓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자본의 세계화를 선도한다는 ‘주식회사 미국’이 중국에 대해서만은 유독 ‘자본의 국적’을 따지면서 딴지를 건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만큼 중국이 세계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높아졌다는 반증이지만, 동시에 미국의 대중(對中) 견제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초췌한 얼굴 尹, 구치소행
  • 尹대통령 체포
  • 3중막 뚫었다
  • 김혜수, 방부제 美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