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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 신촌 연세로에서 29일~30일 이틀 간 진행되는 ‘제5회 신촌 물총축제’의 이틀째이자 마지막 날인 30일 오후. 축제 참가자들은 저마다 물총을 들고 눈에 들어오는 서로에게 방아쇠를 잡아당기기에 바빴다. 오전 10시부터 시작한 행사는 정오를 지나자 스피커에 흘러나오는 노래에 맞춰 곳곳에서 물세례가 쏟아졌다.
이번 축제는 ‘신촌에 불시착한 외계인과 이에 맞서는 지구인’이라는 테마로 기획됐다. 550여미터에 이르는 연세로의 중앙에 설치된 원형 우주선을 중심으로 남쪽은 지구인 진영, 북쪽은 외계인 진영으로 나뉘었다. 외계군단이 ‘물의 여신’을 납치해 지구인들이 외계인들과 물총 대전을 선포하는 순간 축제가 시작됐다. 신나는 음악 소리에 맞춰 함성을 지르며 즐기는 시민들로 연세로가 가득 찼다.
참가자들 대부분은 래시가드 등 물에 젖을 것을 대비한 옷차림으로 축제에 참여했다. 일부 참가자들은 우의로 무장했다.
경기도 고양에서 고등학교 동창과 같이 온 심민지(27·여)씨는 “취업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상황에 단돈 1만원 정도의 물총만 있으면 즐겁게 놀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이곳에 왔다. 축제 참여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즐거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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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구 주민인 대학생 김재신(23)씨는 “시간만 되면 친구들과 같이 올 만 한 축제인 것 같다”며 “같이 올 일행이 없다고 해도, 오늘 처음 보는 사람들과 물총을 쏘다 보면 가까워지는 느낌도 들고 이색적이다. 내년에도 기회가 된다면 다시 올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럼에도 여전히 주변 상권들을 물론 일반 시민들의 불편은 여전했다.
익명을 요청한 화장품 가게 직원은 “물줄기가 아예 가게 안으로 들어와 버려서 제품들이 젖기도 한다”며 “사람들이 많이 모여 매출이 늘 거라는 얘기가 있는데, 축제 중에는 참여객들만 있고 정작 손님들은 이 현장에 아예 오지를 않는다. 어제와 오늘 매출이 줄어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근처 휴대폰 대리점 직원 역시 “음악 스피커를 켜지면 대화를 못할 정도로 시끄럽다. 어제는 항의도 해봤지만 스피커 음량을 줄이지 않고 방향만 반대로 옮겨버리더라”라면서 “ 주변 상인들은 매출도 안 나오고 피해만 입는다”고 토로했다.
취업 준비생 이모(29)씨는 “신촌에는 언론사 시험을 비롯해 여러 취업준비생들이 모여 공부하는 스터디 카페들이 많다. 하반기 공채를 앞두고 단 하루도 아까운 입장에서 이 시끄러운 상황이 집중을 방해할 수밖에 없다. 굳이 대학가 근처에서 이 행사를 추진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한편 서대문구에 따르면 이번 축제는 이틀간 총 3만여명(30일 오후 2시 기준)이 참여했으며 지난해 제4회 축제에는 총 5만여명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