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암 100년)②삼성의 미래, `호암정신`이 이끈다

삼성 주력 계열사 금융위기 상황서 글로벌 위상 높여
호암의 `유산`, "호황에 불황 대비·불황에 호황 대비"
호암의 DNA, 삼성 미래를 개척한다
  • 등록 2010-02-03 오후 1:55:50

    수정 2010-02-03 오후 3:41:14

[이데일리 류의성 조태현 기자] 이달 12일이면 삼성그룹 창업주 고(故) 이병철 회장이 태어난 지 100년이 된다. 삼성그룹의 모태는 일제 강점기에 자본금 3만원으로 시작했다. 
지난해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가 올린 매출은 136조원. 10조92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65개 계열사에 27만 7000명(국내 17만3000명 포함) 직원을 거느리고 매출 200조원을 넘는 세계 일류 기업으로 삼성그룹은 성장했다.

이같은 삼성의 성장에는 호암의 기업가 정신이 밑거름이 됐다. 그는 `호암어록`에서 “뼈를 깎는 노력과 창조력, 천신만고의 고난을 무릅쓰는 강한 정신력과 용기가 있어야만 비로소 경영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를 최측근에서 보좌했던 사람들은 CEO가 갖춰야 할 덕목으로 끊임없는 연구와 도전정신, 용기와 결단력을 꼽는다. 호암이 바로 그 대표적인 리더 중 리더이며 경제 영웅이라고도 말한다.  
생존과 성장을 위한 전세계 일류기업들의 글로벌 전쟁속에서 한국경제와 기업이 나가가야 할 길을 호암의 생(生)을 되짚어가며 2회에 걸쳐 탐구해본다. 

 
 
"사람이나 기업이나 난국에 봉착해 봐야 참다운 실력이 나타나는 법이다. 삼성이 그동안 닦고 축적해 온 전력을 발휘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한국 경제에 큰 몫을 담당해 온 삼성의 전통과 긍지를 살려 현재 우리 경제가 가장 필요로 하는 품질개선과 생산성 향상에 선도적 역할을 다해야겠다"(1981년 당시 이병철 삼성 회장의 신년사 중) 

지난 2008년 말 전세계를 강타한 글로벌 금융위기는 기업들에겐 악몽이었다. 

수많은 세계적 제조기업과 금융사들이 문을 닫거나 휘청거렸다. 살아남은 기업도 아직 생존을 위해 몸무림치고 있다. 

▲256K D램 양산공장 준공식에서. 이병철 선대 회장(가운데)은 회사 내부의 반대와 외부의 조롱에도 반도체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집중 육성했다. 결과적으로 반도체는 삼성전자를 오늘날 세계 제일의 전자회사로 육성한 원동력이 됐다.
그러나 이같은 어려움 속에서 진정한 실력을 보여주며 위기 이전보다 글로벌 위상을 높인 기업도 있다.

삼성전자(005930)로 대표되는 삼성그룹은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 경쟁사를 압도하는 실적을 달성했다. 호암의 말대로 `난국에서 참 실력`을 보여준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에 4조 230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이는 소니, 파나소닉, 히타치 등 일본의 주요 전자기업 9개의 영업이익 합계 1519억엔(한화 약 1조 8000억원)의 두 배가 넘는 것이다.

호황일 때 불황을 준비해 온 선행적 경영이 빛을 발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 예로 삼성전자의 `LED TV`를 들 수 있겠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TV 시장이 역신장할 것이라는 전망에도 지난해 `LED TV`를 출시했다. 기존의 제품과 개념을 달리하는 제품으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냈고, 소위 `대박`을 칠 수 있었다.

호암은 지난 1983년 사장단 회의에서 "호황일 때 불황을, 불황일 때 호황을 대비하자"고 강조한 바 있다.

호암이 작고한지 벌써 23년. 호암은 정신은 아직도 삼성에 남아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다.

◇ "호황에 불황을 대비하고, 불황에 호황을 준비하라"

"경제라고 하는 것은 계절에 춘하추동이 있는 것처럼 반드시 그 기복이 있다. 선진국가들이 다 그랬듯 부가 축적되면 인간은 상대적으로 나태해지는 것이다. 지금부터는 경기 불황을 대비해 사전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호황 때는 불황 때를 대비하고 불황 때는 호황에 대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모든 분야에 생산원가를 낮추고 타 경쟁 기업보다 1원이라도 저가 생산을 할 수 있다면 극심한 불황으로 경쟁 기업이 모두 도산을 하더라도 우리 그룹을 살아남을 것이 아닌가."(1983년 사장단회의 중) 

▲1978년 8월 25일 열린 해외사업 추진위원회 회의에서. 이 위원회의 위원장은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었다.


호암이 작고한 것은 지난 1987년. 작고 후 23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러나 호암이 삼성에 새겨넣은 삼성의 정신은 아직도 삼성을 이끌고 있다.

호암은 생전 무수히 많은 결단을 내렸다. 결단 중 대부분은 성공했고 일부는 실패로 돌아갔다.

호암이 내린 결정 중 현재 국내 산업계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1969년 삼성전자 설립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당시 삼성을 대기업으로 이끈 사업은 제일제당의 조미료 사업, 제일모직의 섬유 사업 등이었다. 전자업은 당시 삼성의 주요 사업과 영역도 달랐고, 내수 시장이 한계에 다다라 내·외부적으로 반대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호암의 생각은 달랐다. TV와 라디오의 총 생산량 중에 15%만 국내에 공급하고 나머지 85%는 수출하겠다는 것. 조미료 사업 등으로 현재의 `먹을 거리`는 충분하지만 미래의 `먹을 거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호암의 선견지명이었다.

삼성전자 설립 이듬해 삼성은 일본 산요와 합작으로 삼성산요전기(현 삼성전기)를 설립했다. 이후 설립 6개월만에 국내 최초로 TV 수출에 성공하며 현재 삼성전자의 기틀을 놓았다.

삼성전자는 현재 삼성그룹의 맏형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삼성그룹의 지난 2008년 매출액은 약 200조원. 삼성전자는 그 중 약 35%의 매출액을 담당했다.

◇ 현재 삼성에 남겨진 `호암의 유산`

호암이 미래를 내다보고 삼성전자를 설립한 것과 같이 현재의 삼성도 새로운 사업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세종시에 신사업을 중심으로 총 2조 5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삼성이 밝힌 신규사업은 그린에너지와 헬스케어 사업. 그린에너지는 차세대 전지, LED 조명 사업 등을 말하며, 헬스케어 사업은 첨단의료기기 등을 뜻한다.

삼성전자는 아울러 향후 5년간 총 5000억원을 투자해 바이오시밀러(복제약 사업)에 나서기로 했다.

그린에너지와 헬스케어 사업은 삼성이 새로 시작하는 사업이다. 미래의 `먹을 거리`를 만들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컴퓨터 사업은 반도체와 더불어 이병철 선대 회장이 미래를 내다보고 추진한 사업. 사업 당시에는 반대가 많았지만 세계 일류 사업으로 육성하는데 성공했다.
현재 삼성은 삼성전자, 삼성중공업 등을 필두로 역대 유례가 없었던 전성기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전성기에도 향후를 바라본 투자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신규 사업 추진 역시 호암의 정신과 맥을 같이 한다. 호암은 내·외적인 반대를 무릅쓰고 지난 1982년 반도체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당시 삼성그룹은 제일제당 등 기존 사업과 더불어 삼성전자 등의 신규 사업이 선전하며 호황을 누리고 있었다. 이같은 상황에서도 새로운 사업으로의 진출을 선언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삼성의 반도체 사업은 성공적이었다. 반도체 사업은 현재 한국을 대표하는 사업으로 성장했다. 아울러 삼성전자의 반도체는 삼성의 모든 사업 중 최고의 영업이익률을 달성하는 사업이 됐다.

◇ "정점에 올랐을 때 미래를 개척하라"

제임스 허턴(James Hutton, 1726년~1797년)이라는 스코트랜드의 지질학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했다. `현재는 과거를 푸는 열쇠`라고.

이 말은 현재 일어나는 일은 과거에도 일어났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뜻한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것이다.

역사가 반복된다는 것은 경제계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요소다. 과거 호암이 생존했을 때의 상황이 언제든지 다시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호암이 아직까지 생존해있었다면 현재의 삼성을 보고 어떤 이야기를 했을까. 답은 `호암어록`에 담겨있다.

"특정 상품이나 사업이 정상에 올랐을 때 다른 상품이나 다른 분야를 개척해야 한다. 모든 상품과 사업은 그 수명이 있고 한계가 있다."(1982년 워싱턴에서)

"모든 설비투자계획에 있어 5년 정도를 내다본 단기 안목 위에서 세우지 말고 10년 이상 50년 정도의 장기 안목 위에서 세워야 한다. 앞으로 영구히 잘못되지 않도록 설계 `레이아웃` 등을 조정하되 그 중에는 당장 손해가 나는 부분이 포함되더라도 앞을 보고 계획을 꾸며야 하고 당장의 손해는 감수해야 한다."(1977년 삼성조선 건설현장에서)

호암이 작고한지 어느덧 23년. 하지만 호암의 정신은 아직도 삼성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기업가 정신으로 똘똘 뭉쳤던 호암의 정신으로 삼성은 미래 신화 창조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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