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한국의 한 기업은 현장을 지키고 있었다. 두산중공업(034020)이었다. 이 회사는 사우디아라비아 아씨르 프로젝트의 마무리 작업을 진행중이었다. 발주처와의 납기 약속을 지키겠다는 것이 철수하지 않는 이유였다.
당시 현장에서 근무했던 손태영 두산중공업 워터(Water)BG 상무는 "전쟁이 발발했다는 소식을 듣고 솔직히 정말 두려웠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선 현장을 쉽게 떠날 수가 없었다"며 "현장의 모든 사람들이 전쟁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이 프로젝트를 완성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회고했다.
"중동에서 담수플랜트에 관한 발주가 있으면 가장 먼저 두산중공업에 입찰제의가 옵니다"
황해진 두산중공업 중동 및 아프리카 지역 본부장은 "제안이 들어온 프로젝트가 사업성이 있는지 없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만해도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모된다"며 "그만큼 중동지역에서 두산중공업의 위치는 독보적"이라고 말했다.
중동지역은 수천년동안 오지로, 또 열사(熱沙)의 땅으로 인식돼왔다.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인간이 살아가는 데 기본 요소 중 하나인 물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산중공업은 버려지다시피 한 중동땅에 새로운 희망을 심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두산중공업은 원자력발전은 물론, 화력발전 등 발전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 원자력 발전 사업에 진출하기 위한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도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2007년 인수한 세계적인 건설장비업체 밥캣(Bobcat)을 발판으로 유럽과 중동시장을 노리고 있다. 세계 경기침체에 따른 건설경기 하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기술력을 바탕으로 다시 찾아올 기회를 대비한 준비가 한창이다.
◇"두바이가 마시는 물, 두산重이 만든다"
세계적인 상업·금융 도시로 각광 받고 있는 두바이가 마시는 물은 누가 만들까. 바로 두산중공업이 건설한 UAE 후자이라 담수플랜트다.
물 사업에서 세계적인 인지도를 자랑하는 GWI 보고서(Global Water Intelligence publication 2007)에 따르면 지난 2001년부터 2005년까지 5년 동안 두산중공업은 세계의 해수 담수화 시장에서 40% 이상의 점유율로 1위를 기록했다. 물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중동지역을 집중적으로 공략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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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에 들어서서는 UAE 후자이라 담수플랜트, 사우디아라비아 쇼아이바 담수플랜트 등 중동지역 담수플랜트를 거의 싹쓸이했다. 실로 놀라운 성과였다.
두산의 담수 기술에는 세계 최초가 많다. 세계 최초로 원모듈 운송방식을 개발, 축구장만한 크기의 담수증발기를 통째로 중동 현장으로 운반해 공기를 절반으로 단축했다.
또 담수사업에도 하이브리드 방식을 세계 최초로 적용, 전력 수요가 많은 여름과, 수요가 적은 겨울에 각기 다른 담수 생산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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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터져도 공사수행을 위해 현장을 지켰던 신뢰가 쌓이고 쌓여 두산중공업은 중동지역 담수플랜트 사업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절대 강자로 군림하게 됐다.
그리고 이는 곧 각종 대형 수주로 이어졌다. 두산중공업이 지난 2007년과 2008년 중동지역에서 수주한 담수플랜트 프로젝트만 해도 액수로 총 20억달러에 육박한다.
◇두산重 "물(水)·발전, 두 마리 토끼 다 잡는다"
그러나 두산중공업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지금껏 증발방식(MSF)에만 주력해왔던 것에서 탈피,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RO(역삼투압)방식에도 눈을 돌렸다. 그 결과, 지난해 12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3억달러 규모의 RO방식 담수플랜트를 수주하는데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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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도 발전분야에서도 두산중공업의 성장은 눈부시다. 특히 발전소 설계에서부터 기자재 제작, 설치, 시운전에 이르는 전 과정을 일괄 수행하는 EPC사업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두산중공업의 EPC사업은 이미 지난 40여년간 국내외에서 발전설비를 공급하며 검증된 상태다. 이를 바탕으로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태국 전력청이 발주한 8억2000만달러 규모의 초대형 석탄화력발전소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등 사상 최대 수주실적을 달성하기도 했다.
아울러 원자력 발전 부문에서도 세계적인 업체인 미국의 웨스팅하우스사와 제휴, 중국과 미국에서 새롭게 발주될 것으로 예상되는 해외 원전시장에도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두산인프라코어 "밥캣과의 시너지 기대하라"
지난해 두산그룹에게는 시련도 있었다. 그룹 성장의 한 축인 두산인프라코어가 인수한 세계적인 건설장비업체 밥캣때문이었다. 경기침체로 인한 밥캣의 실적이 부진하자 두산그룹마저 유동성 위기를 겪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증폭됐기 때문이었다.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도 "기계산업은 일정 시간이 지난 후 대체수요가 일어나지 않으면 안된다"며 "기계산업에 있어 항상 다운사이클은 2년 정도였고 이후 바로 회복세로 돌아갔다. 지금 시점에서는 과거보다 더 강한 회복기가 올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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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캣은 소형건설장비 세계 1위의 글로벌 기업이다. 따라서 이미 최고 수준의 R&D투자와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전 직원의 11% 규모인 770명이 R&D인력인 밥캣은 미국, 체코, 중국, 인도 등에 R&D 센터 9곳을 운영하고 있는데다 특허만도 2000건에 가까이 갖고 있다.
이에 따라 두산인프라코어는 밥캣과의 시너지효과 극대화를 위해 지난해부터 DIGEST(Doosan Infracore Grobal Experience & Synergy Training)프로그램을 본격 가동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양사 연구원들이 상호 R&D부서로 장기간 교환 파견되어 서로의 노하우를 체득하고 있다.
고 정 두산인프라코어 신뢰성평가센터장(상무)은 "연구분야에서 밥캣과의 시너지 효과는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면서 "밥캣에서 생산되는 제품들에 대한 테스트는 물론 공장의 가동현황과 결함 유무 등의 데이터를 양사가 한 몸처럼 시스템화돼 실시간으로 체크하고 있다"고 밝혔다.
밥캣과의 시너지 효과 창출과 별개로 두산인프라코어는 자체적인 연구능력 배가에도 힘을 쏟고 있다.
그 예로 두산인프라코어는 기술원과 각 BG 연구개발 부문의 역할 분담과 협력을 통해 굴삭기 회전반경이 기존 제품의 60%에 불과한 소선회 굴삭기를 출시했다. 또 유해 배기가스를 대폭 줄이면서 연비와 출력을 22% 향상시킨 유로-4 엔진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아울러 '좀 더 똑똑한' 굴삭기 개발을 위해 ▲하이브리드 동력시스템 및 차세대 고효율 유압시스템 장착 굴삭기 ▲복합-초정밀-고속화 기술융합 미래형 공작기계 ▲배기가스 규제에 대응하는 TIER 4 디젤엔진 및 HCNG엔진 등의 제품개발에 나선상태다.
고 상무는 "지금은 건설경기가 좋지 않지만 올해 하반기에는 건설경기 회복이 가시화될 것으로 본다"며 "이렇게 되면 그동안 각종 최신 기술 등으로 무장하면서 대비해왔던 두산인프라코어의 능력이 십분발휘 될 것으로 자신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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