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제공] 회사원 성원경(36)씨는 새로 나온 ‘프라다’ 백을 보고 깜짝 놀랐다. 50m 밖에서 봐도 보일 만큼 중앙에 커다랗게 ‘PRADA’라고 새겨져 있었다. “마치 ‘나 프라다야!’라고 외치는 것 같았어요.” 비슷한 충격을 대학생 이태경(25)씨는 친구가 입은 ‘폴로’ 티셔츠를 보고 받았다. “처음엔 ‘짝퉁(가짜)’인 줄 알았어요. 가슴에 박힌 기수(騎手) 모양 심벌이 전엔 바퀴벌레만 했는데 이번 건 거의 애들 손바닥만 하더라고요.”
로고와 심벌이 부쩍 커졌다. 이름있는 의류 브랜드부터 가방, 화장품, 스포츠 브랜드까지 최근 일제히 로고를 몇 배로 키우고 앞세워 강조하는 추세다. ‘졸부의식’이라는 비난 속에 한동안 사그라졌던 패션계의 ‘로고주의’가 부활한 셈이다.
‘신(新)로고주의’를 이끄는 것은 대부분 70~80년대 ‘메이커 열풍’을 선도하며 숱한 유사품을 양산했던 전통 브랜드들. ‘나이키’는 최근 별다른 무늬 없이 큼직한 로고가 장식을 대신하는 70년대풍 티셔츠와 원피스를 내놓았다.
‘아디다스’도 20~30년 전 스포츠 스타들의 유니폼이나 부모 세대에서 유행하던 트레이닝복을 재해석한 빈티지 제품을 출시해 중·고생들 사이에서 ‘교복’으로 불리며 인기를 모으고 있다. 과거처럼 ‘비싼 수입 브랜드’로 인식되기보다는 오히려 ‘촌스러운 듯 친근한 복고풍 패션’으로 기성세대의 향수와 신세대의 수집욕을 동시에 자극한다는 게 관계자 설명이다.
화장품 브랜드 ‘에스티 로더’가 순전히 디자인을 위해 파우더에 큼직하게 로고를 찍었듯, 브랜드 가치보다는 로고 자체를 단순한 장식으로 소비하는 요즘 경향도 ‘신로고주의’가 별다른 거부감을 사지 않는 이유다.
반면 ‘프라다’ ‘루이비통’ 등 명품 패션 브랜드가 로고를 재강조하는 것은 90년대 힘을 얻었던 ‘무명주의(無名主義·로고나 심벌을 달지 않은 실용적 브랜드를 선호하는 경향)’에 대한 반동(反動)으로 해석된다. ‘매스티지(대중적인 중저가 명품)’를 표방하는 브랜드의 등장으로 명품의 경계가 흐려진 이후, 차별화된 명품에의 소유욕이 상승한 탓도 있다.
신세계백화점 홍보실의 장혜진 과장은 “명품에 대한 수요가 증대하면서, ‘명품족’에 새로 진입한 사람들은 브랜드를 과시하고자, 기존 명품족은 ‘진품’임을 강조하고자 로고가 부각된 제품을 선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