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지영한기자] 한 지붕 두 가족이자 국내 완성차업계의 강력한 라이벌인
현대자동차(005380)와
기아자동차(000270)가 새해 내수시장 목표를 예년에 없이 대폭적으로 상향조정했다.
이에 따라 양사가 다른 경쟁사의 추격을 따돌리고 시장의 파이를 동시에 늘려가며 `윈-윈(Win-Win)`할 수 있을지, 아니면 서로 시장을 뺐고 빼앗기는 `카니발리제이션(cannibalization)`을 전개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13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차는 올해 경기회복과 신차효과를 고려해 새해 내수시장 마켓쉐어(M/S) 목표를 대폭 끌어올렸다. 계획대로라면 양사간 격돌이 불가피할 정도로 올린 것.
현대차는 올해 내수점유율 목표를 전년대비 2.2%포인트 높은 50%로 올려잡았고 기아차는 전년대비 무려 6.2%포인트나 확대된 30%의 목표를 제시하며 내수시장 회복의 `총력전`을 선언, 벌써부터 양사의 M/S 변화 추이가 주목되고 있다.
◇현대·기아차 "한지붕 두 가족"..작년 내수싸움 현대차 완승
지난해 내수시장 싸움에선 현대차가 선방한 가운데 기아차가 사실상 완패했다. 기아차의 경우엔 최근 3년 연속 내수점유율이 하락한 가운데 지난해엔 점유율이 26.5%에서 23.8%로 큰 폭으로 빠졌다. 이에 비해 현대차는 판매부진에 시달리긴 했지만 내수시장 M/S가 47.8%를 기록, 전년대비 오히려 0.5%포인트 상승했다.
물론 기아차의 입장에선 지독히도 운이 따르지 않았다는 평가다. `에너지세제개편안` 등의 영향으로 경쟁우위 차종인 미니밴시장이 급격히 위축됐고, 현대차에 앞서 `오피러스`와 `쎄라토` 등 신차들을 출시했지만 극심한 내수부진으로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
◇현대·기아차, 새해 신차 쏟아내며 "대격돌" 예고
다만 올해엔 현대차와 기아차 모두 시장을 확대할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다. 다른 경쟁사에 비해 새로 선보일 신차가 앞도적으로 많은데다 차종도 베스트셀링카인 쏘나타의 후속모델과 최근 인기가 높은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로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경우 3월께 5인승 2000cc급 디젤엔진을 사용하는 소형 SUV인 `JM`(프로젝트명)
<아래사진 상>을 선보일 예정이고, EF쏘나타의 후속모델인 `NF`
<아래사진 중>를 7월에 출시할 계획이다.
기아차 역시 3월경 배기량 1000cc로 비스토의 후속 경차인 `SA`
<사진 하>와 더불어 현대차의 `JM`과 형제차로 아반떼 XD의 플랫폼을 베이스로 V6엔진을 탑재하는 소형 SUV인 `KM`을 8월께 출시해 시장점유율 확대를 꾀할 예정이다. 최근 출시된 쎄라토의 돌풍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마이너스 할부` 등 경쟁사의 판촉전이 심화되고 있고, 부분적이나마 경쟁사의 신차들이 가세할 예정이어서 현대·기아차의 주변 상황이 호락호락하지만은 않다는 지적이다.
실제 GM대우차는 상반기와 하반기에 준중형 `라세티해치백`과 경차인 마티즈 후속인 `M200`을 출시할 계획이고 쌍용차는 4월께 고급 미니밴인 `A100`을 선보일 예정이다.
◇"윈-윈"이냐 "골육상쟁"이냐..차별화 성공여부에 달려
현대차와 기아차는 `한지붕 두 가족`이란 표현처럼 GM대우차 쌍용차 르노삼성차 등 다른 경쟁업체는 물론이고 자신들끼리 상호 치열한 경쟁관계에 놓여있다.
때문에 현대차의 국내영업본부장을 이끌고 있는 전현찬 본부장(부사장)과 기아차의 국내영업본부의 김중성 본부장(부사장) 사이의 불꽃튀는 경쟁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전현찬 부사장과 김중성 부사장은 과거 현대차 노관호 전 사장 밑에서 각각 상용차와 승용차의 내수판매를 담당하며 선의의 경쟁을 벌인 적이 있는데다 전 부사장은 `덕장`으로, 김 부사장은 `용장`으로 그룹내 캐릭터도 대비되고 있는 까닭이다.
그러나 현대차가 올해 내수점유율 목표로 내건 50% 달성도, 기아차가 전년대비 6%포인트 이상이나 상향조정한 내수점유율 30% 달성도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오히려 양사가 국내 승용차 전 세그먼트에서 경쟁하고 있다는 점에서 계열관계인 두 회사가 서로간의 시장을 잠식하는 `카니발리제이션(cannibalization)`이 전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예컨데 현대차와 기아차가 의욕을 갖고 출시하는 JM과 KM의 경우 플랫폼이 같은 형제차인 만큼 두 차종의 차별화 전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한 차종이 나머지 차종의 시장을 뺏앗아가는 카니발리제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현대차의 주력이자 최근 5년간 베스트셀링카의 자리를 내놓지 않고 있는 쏘나타의 후속모델인 NF의 경우도 기아차의 옵티마와 카니발리제이션 관계에 놓일 수도 있다.
결국 현대·기아차가 새해 신차효과를 톡톡히 보며 시장점유율을 동시에 끌어올릴지, 아니면 한지붕 두가족이 서로의 시장을 뺏고 빼앗기는 `골육상쟁`을 전개할런지는 양사간 `차별화` 여부에 달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