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이데일리 신정은 특파원]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대(對) 러시아 제재를 반대하면서 그로 인해 다른 나라가 영향을 받아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를 지원할 경우 중국에도 2차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경고한 미국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와 영상 통화하고 있는 왕이 중국 외교부장. 사진=중국 외교부 |
|
30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 부장은 전날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와 영상통화에서 “세계가 새로운 격동의 변혁기에 접어들었다”면서 중국과 유럽의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렐 대표는 “유럽과 중국은 세계에서 중요한 전략적 역량이며 세계 경제회복 성장의 버팀목”이라면서 우호를 강화해나갈 것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고 있어 EU와 전 세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유럽은 조속한 휴전, 인도주의 회랑 개방, 대량살상무기 사용 금지, 제재회피 방비 등을 촉구하고 중국이 평화를 실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왕 부장은 이에 “중국 측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아직 진정되지 않은 것을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며 “중국은 전쟁과 평화의 문제에서 평화 쪽에 서 있으며, 일방적인 제재와 대화 사이에서 대화 쪽에 서 있다”고 말했다. 그는 “냉전 사고, 진영 대결의 옛길은 유럽에서는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극한의 제재는 서로 상처를 주고 정세를 더 복잡하게 만들며 갈등만 한층 더 격화시킬 뿐”이라고 덧붙였다.
왕 부장은 특히 “당사자가 아닌 국가와 국민들이 충돌의 비용을 지불하게 하는 것은 공정하지도 합법적이지도 않다”고 지적했는데, 이는 러시아를 지원할 경우 중국도 제재하겠다는 미국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서방국의 고강도 대러시아 제재가 중국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중국은 러시아와의 정상적인 무역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앞서 여러 차례 밝혀왔다.
이에 보렐 대표는 유럽 측 입장을 설명하면서 “유럽 측은 러시아의 정치 체제 변화를 추구하지 않고, 상황이 고조되는 것을 원치않는다”며 “어떤 형태의 신냉전과 진영 대결도 반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