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는 11일 민관합동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위원회(위원장 김정훈 교수)가 약 5개월에 걸쳐 조사한 결과를 공개하고 화재 재발 방지 및 ESS 산업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ESS는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 확대에 꼭 필요한 설비다. 신재생에너지에서 발전한 전력을 저장하기 때문에 날씨에 상관없이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ESS화재가 빈번하게 발생함에 따라 지난해말 기준 1490개 ESS 가운데 3분의 1 정도인 522개가 가동정지 상태인 상황이다.
조사위는 ESS화재 원인으로 △배터리 보호 시스템 미흡 △운용관리 부실 △설치 부주의 △통합관리체계 부족 등 4가지가 복합적으로 얽혀있다고 밝혔다.
ESS의 핵심 부품인 일부 배터리셀의 제조상 결함도 일부 발견됐다. 다만 이는 화재 원인으로 확인되지는 않았고 화재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판단했다.
조사위는 배터리 보호시스템 미흡과 운영관리 부실이 화재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판단했다.
우선 배터리 보호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합선 등에 의해 큰 전류나 전압이 한꺼번에 흐르는 전기적 충격이 가해졌을 때 배터리 보호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두번째 직접적 원인은 ESS를 설치해 놓고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탓이다. ESS는 태양광이나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설비에 함께 설치된다. 주로 바닷가나 산골짜기 등에 설치되는데 큰 일교차로 결로와 다량의 먼지 등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큰 일교차로 이슬이 맺히고 다량의 먼지 등에 노출돼 절연이 파괴되면서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조사위의 설명이다.
시공업체의 설치 부주의도 원인이었다. 영세 시공업체들이 배터리 보관불량, 오결선 등 ESS 설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탓이었다.
이외 ESS를 이루는 배터리, 전력변환장치(PCS), 소프트웨어 등 개별설비들이 하나의 통합된 시스템으로 연계·운영되지 않은 점도 화재의 원인으로 지적됐다. 한몸처럼 ESS가 운영되지 못하다보니 화재를 예방하거나 일부 발화가 전체 큰불로 번지는 것을 막지 못한 셈이다.
조사위는 일부 배터리셀에서 제조결함도 화재 가능성을 높였다고 봤다. 시험 실증에서 곧바로 화재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매일 배터리를 가득 충전했다가 완전히 방전하는 등 가혹한 조건에서 운영하면 내부 단락(합선)으로 인한 화재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조사위는 결론 내렸다.
산업부는 뒤늦게 발목잡힌 ESS를 다시 활성화하기 위해 제조·설치·운용·소방 등 단계별로 ESS 안전을 강화하기로 했다.
ESS를 소방시설이 의무화되는 특정소방대상물로 지정해 소방시설 설치를 의무화한다.
가동 중단된 ESS 522곳은 위험성이 큰 경우 별도 전용건물에 옥외이전하도록 요구하고, 방화벽을 설치하는 등 안전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ESS용 대용량 배터리 및 전력변환장치(PCS)를 안전관리 의무대상으로 지정하고 ESS 주요 구성품에 대한 안전관리를 강화하도록 했다.
안전을 위해 그동안 가동을 자발적으로 중단한 곳에는 중단 기간만큼 요금할인 혜택을 연장하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아울러 화재사태로 공사발주를 못한 업체를 위해서도 신재생 인센티브에 해당하는 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중치를 추가로 6개월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번 화재사태를 계기로, ESS의 안전성을 세계 최고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