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포커스]위기에 빛나는 구원투수, 이윤재 선주協회장

  • 등록 2013-06-20 오후 2:59:46

    수정 2013-06-20 오후 3:48:08

[이데일리 정태선 기자] 유동성 위기에 내몰린 해운업계에서 이윤재 한국선주협회 회장의 경험과 리더십이 재 조명받고 있다. 특히 새로 부활한 해양수산부가 아직 울타리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업계를 대변하고 조율하는 그의 목소리에 무게가 더 실리고 있다.

20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STX팬오션이 법정관리에 들어갔지만, 마지막까지 정부와 금융기관에 지원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 시장에서 국내 해운업계가 5위의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데, 벌크선 세계 1위인 STX팬오션이 망하면 다 함께 어려워진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이 회장은 “STX팬오션의 법정관리로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선사들의 신용도가 사실상 무너졌고 한국 해운업체의 이자 비용이 올라가는 등 ‘코리아 디스 카운트’가 현실화됐다”며 “STX팬오션이 세계적으로 벌크 선사 중 독보적 존재이고, 잘못되면 한국 해운업계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받는데 정부가 너무 가볍게 본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업계에선 협회를 맡은 회장사에 잇달아 불운이 이어지며 ‘선주협회의 저주’라고 부르는 징크스를 깰만한 인물로 이 회장을 꼽는다. 2008년 벌크운임지수(BDI)가 1만 선을 웃돌면서 호황을 누리던 시절, 협회장을 맡은 이진방 대한해운 회장은 같은 해 BDI가 700선까지 폭락하면서 휘청거렸다. 연임에 성공하며 2011년까지 협회를 이끌었지만 대한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공동관리인으로 전락한 채 협회를 떠났다. 오너 경영인에게 회장직을 맡기는 협회 전통을 깨고 뒤이어 이종철 전 STX그룹 부회장이 선주협회장에 취임했지만 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맞으면서 작년 돌연 회장직을 사직했다. 해운업계에 등을 돌린 그는 지난 3월부터 한국도심공항 대표로 일하고 있다.

이 회장이 어려운 시기 업계 대표주자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저력은 흥아해운이 내실경영으로 비교적 탄탄하기 때문이다. 1970~1980년대 오일쇼크에 이은 경기 불황으로 흥아해운은1985년 법정관리에 들어가 20년 만에 졸업했다. 법정관리에 들어갔을 당시 구원투수(법정관리인)를 맡아 정상화한 주역이 바로 이 회장이다. 1970년대 흥아해운 평사원으로 입사해 10년 만에 임원 자리를 꿰찼고, 34년 만에 회장직까지 올랐다.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신항로를 개척하면서 흥아해운을 업계 9위 선사로 키웠고, 대형 해운사가 적자인 여건 속에서도 작년 영업이익 311억 원을 기록했다. 이 회장은 중국특수로 BDI가 1만 선을 넘어갔을 때 오히려 소유한 선박을 내다 판 것으로 유명하다. 일부 투기수요까지 몰리면서 여기저기서 배를 사들이고 용선료를 쓸어 담는데 정신이 없던 시기였다.

그는 “해운업은 주기가 있는데 중국의 경제개발로 선박수요가 급증한 시기, 업계가 호황에 취해 불황을 미리 준비하지 못했다”며 “산이 높으면 골이 깊은 것처럼 해운업계가 어느 때 보다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다”고 토로했다.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 회장은 “해운업계가 바라는 해운보증기금(신용보증기금)역시 호황일 때 업체들이 십시일반으로 기금을 조성했더라면 쉽게 만들어졌을 것”이라며 해운업의 위기가 자칫하면 자체 경영책임론으로 일축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그는 “혹시 나중에 생길 수 있는 특혜시비 등에 대한 책임 회피로 STX팬오션이 법정관리로 가게됐다”고 꼬집고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해운업체들이 줄도산하고 운송을 다국적 선사에 의존하면 되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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