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금융당국의 빗나간 수요예측

  • 등록 2012-08-01 오후 2:00:00

    수정 2012-08-01 오후 2:00:00

[이데일리 임명규 기자] 올해 초 금융감독당국이 회사채 시장 선진화를 공언하며 내놓은 방안들이 표류하고 있다.

하반기부터 도입한다던 독자신용등급은 여전히 나아갈 길을 찾지 못하고 있고, 회사채 수요예측 제도는 병폐에 노출돼 3개월 만에 메스를 댔다.

지난 달 31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회사채 수요예측 제도에 대한 보완책을 내놨다. 회사채 발행사(기업)와 주관사(증권사)가 제시하는 금리에 대해 시장과의 괴리가 컸다는 판단에 따라 관련 공시와 감독을 강화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금융감독당국은 제도 시행 후 회사채 시장 참여자들로부터 폭넓은 의견을 수렴해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찾았다고 자평했다. 나아가 기관의 수요예측 참여가 활성화되고, 공정한 가격발견 기능이 향상돼 회사채 발행시장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제고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타냈다.

그러나 정작 시장 관계자들은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공시를 세분화하고 감독을 강화한다면 수요예측 과정이 명확해질 순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는 것이다.

수요예측 제도는 회사채 발행사가 희망금리를 제시하면 기관 투자자들이 참여해 최종 조건을 결정하는데, 발행사는 금융비용을 줄이기 위해 최대한 낮은 금리를 제시하고 반대로 기관은 이자를 많이 받아서 수익률을 높이려 한다. 발행사가 터무니없이 낮은 금리를 요구하면 기관이 외면하고, 중간에 낀 증권사들은 골치만 아픈 상황이 반복되는 구조다.

수요예측 제도를 실시한 이후에도 발행사와 시장의 괴리는 좁히지 못했다. 기관들의 투자는 안전한 우량등급 회사채에 몰렸고, 아예 수요예측 자체에 참여하지 않는 경우도 허다했다.

당국은 수요예측에 참여하는 기관에 청약 물량을 우선 배정해준다는 당근책을 내놨지만, 금리를 중요시하는 기관의 투자를 유인하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이번 제도로 회사채 시장의 활성화를 기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시각이 많다.

수요예측 도입 당시부터 실효성에 대한 논란은 있었지만, 당국은 일단 시행해보고 보완책을 찾자고 했다. 3개월 만에 나온 보완방안은 시작하기도 전에 삐그덕대고 있다.

애초부터 시장을 향한 당국의 수요 예측이 빗나간 모양새다. 앞으로 3개월은 회사채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 그 후에는 또다른 보완책이 나올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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