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돈 주고 美 기업 사던 中 투자자, 이젠 '찬밥'

  • 등록 2018-10-24 오전 9:57:44

    수정 2018-10-24 오전 9:57:44

[베이징=이데일리 김인경 특파원] 미국의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다른 투자자보다 웃돈을 주며 인기를 끌던 중국 투자자들이 이젠 외면을 받고 있다. 미국 정부가 ‘기술 침탈’을 이유로 중국 기업을 외면하자 M&A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2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국이 중국 투자자들을 피하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실제로 지난 2016년만 해도 중국 투자자들은 미국 M&A 등 기업 거래 65건에 참여해 510억달러를 투자했다. 이들은 일반 미국 투자자들보다 20% 가량 높은 금액을 지급해 각광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중국 투자자들은 미국기업으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 실제로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중국 자본의 미국 기업 M&A 투자금은 26억7000만 달러에 불과하다.

이 같은 상황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 기업이 자국의 핵심 기술을 침탈한다는 이유로 첨단산업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막는데 주력하며 일어난 것이다.

중국 통신장비회사 화웨이와 협력 관계를 맺고 있던 브로드컴이 퀄컴 인수에 나섰다가 미국 정부의 제동으로 실패한 것이 대표적이다. 5G 무선기술에 관한 퀄컴의 지배적 지위를 약화해 중국 기업인 화웨이의 시장 지배를 허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알리바바의 자회사인 앤트파이낸셜도 미국 송금회사 머니그램을 인수하려 했지만 미국 정부는 안보를 이유로 이에 제동을 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 외국자본의 미국 기업 인수 심사를 담당하는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의 권한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에 서명했다.

중국이 미국 당국의 심사를 우회하기 위해 활용해 온 합작법인(JV) 설립, 소수지분 취득, 부동산 임대 인수 등도 18개월 안에 미국의 감독범위에 들어가고, 곧 항공, 반도체, 이동통신, 국방 등 핵심 기술을 포함한 27개 분야에서도 CFIUS의 심사가 필수화될 예정이다.

SCMP는 미국 기업들도 중국 투자자들을 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투자자들을 선택할 경우 당국의 심사가 오래 걸리는데다, 미국 정부가 안보 등을 이유로 거래를 막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DLA파이퍼의 제프리 훌은 “모든 거래에서 시간은 가장 큰 적”이라며 “M&A적 관점에서 볼 때 불확실한 타임라인은 엄청난 문제를 제공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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