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올해 부산에서 3만 8000여가구의 분양 물량이 쏟아진다. 2002년 4만630가구가 공급된 이후 16년 만에 최대 물량이다. 벌써부터 공급 과잉 우려가 나오고 있다. 부산에선 현재 아파트 매매값과 전셋값이 동반 하락하는 등 찬바람이 불고 있다. 미분양도 늘어나는 추세다.
13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연말까지 부산에서 분양 예정인 물량은 3만8671가구다. 이는 작년 2만2790가구에 비해 69.7% 늘어난 수준으로 2002년 4만630가구가 공급된 이래 16년 만에 가장 많은 물량이다.
이처럼 분양 물량이 크게 늘어난 것은 재건축·재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됐기 때문이다. 올해 분양 물량 중 재건축·재개발 단지가 2만6426가구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올해 1월에 분양한 ‘센텀 천일 스카이원’을 제외하고는 분양이 없었지만 2분기부터는 대형 건설사들이 본격 브랜드 아파트 분양에 나설 예정이다. 4월 대우건설이 짓는 ‘해운대 센트럴 푸르지오’, 대림산업의 ‘e편한세상 만덕’을 시작으로 5월 삼성물산과 현대산업개발이 짓는 ‘동래 래미안 아이파크’, 6월 현대건설의 ‘연산3구역 힐스테이트’ 등이 분양에 나선다. 하반기에는 SK건설이 동래구 온천동에서 ‘부산 동래 SK뷰’(999가구)를, 롯데건설이 부산진구 가양동에서 ‘가야3구역 롯데캐슬’(812가구)을, 한화건설이 북구 덕천동에서 ‘부산 덕천 꿈에그린’(636가구)를 각각 분양할 예정이다.
해운대·사하·부산진구 등 지난해만 해도 청약 광풍이 불었지만 올 들어 아파트 매매값과 전셋값이 모두 하락하면서 침체 양상을 보이고 있는 만큼 분양 물량이 소화될 수 있을지 우려가 높다. 올해 1월 부산지역 미분양 주택은 2291가구에 달해 1년 전 1102가구와 비교해 배 이상으로 늘었다. 부산에서 미분양 물량이 2000가구를 넘어선 것은 2014년 12월 이후 3년 2개월여 만이다.
하지만 지역과 입지, 브랜드 단지 여부에 따라 청약 성적은 엇갈릴 전망이다. 인기지역에서는 청약 불패를 이어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주택시장이 전반적으로는 위축됐지만 새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데다 입지나 조건에 따라 분양시장도 양극화되고 있는 만큼 선별적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부산이 조정대상지역에 포함되면서 소비자 심리가 위축되긴 했지만 올해 공급되는 물량 대부분이 인기지역인 해운대·사하·연제구 등의 재개발·재건축 물량이어서 청약 열기는 이어질 것”이라며 “부산에 공급되는 신규 단지가 많은 만큼 실수요자라면 입지·브랜드·분양가 등을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