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수의 아뜰리에)오호 통재라!

  • 등록 2008-11-17 오후 4:53:31

    수정 2008-11-17 오후 6:01:52

[이데일리 김병수기자] G20 정상회담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에서 녹음했다는 세번째 라디오방송이 전파를 탔다.

요즘 이 대통령은 `은행 때리기`에 제대로 필(feel)이 꽂힌 모양이다.

대통령의 말씀을 듣다보면, 우리나라 금융은 그야말로 `악의 축`이다. 하기야, 이 대통령이 젊은 나이에 건설사 사장을 맡아 현장에서 경험하고 체험한 일이라면, 더 할말은 없다.

그러나 한 나라 대통령의 `금융`에 대한 생각이 저렇다고 생각하니, 그저 암울할 따름이다.

문제있는 건설사와 그 회사 임직원은 살려야 하고, 거기에 기준도 없이 돈 퍼주다 엎어지는 금융회사를 살리기 위해 국민의 세금이 들어가면 어쩌겠다는 것인지 도통 알 길이 없다.

대통령이 연거푸 서너번 은행 때리기에 나서자 금융정책을 총괄한다는 금융위원회도 번개 불에 콩 구워먹는 분위기다.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은 그나마 귀엽게 봐줄 수 있다. 그러나 하루아침에 그들의 발표자료를 뒤엎는 행태를 보면서는 그저 어이가 없을 뿐이다.

언제는 패스트 트랙을 해서 살릴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을 구분하겠다고 하더니, 오늘은 이를 두고도 횡설수설이다.

건설사들은 대주단에 명함 내밀었다가 퇴짜 맞으면 곧장 문닫게 된다는 것을 다년간의 경험으로 알고 있다. 이 것이 건설사들이 대주단에 명함을 내밀까 말까를 망설이는 이유다.

대주단 협약이 간판만 달리 달았을 뿐, 과거 IMF 경제위기때 했던 부도방지협약과 다를 것이 없기 때문이고, 모두 그렇게 이해하고 있다.

그런데도 금융위원회는 우리가 참 좋은 제도를 만들었는데 일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며 언론 탓을 하고 급기야 이것이 `상생부`지 어떻게 `살생부`냐며 억울하다는 표정이다.

어쩌면 금융위원회의 `상생부` 論은 맞는 얘긴지도 모른다. 애초부터 대주단협약은 채권단을 통해 건설회사의 옥석을 가리겠다는 의도가 아니라 무조건 집어넣고 시간 벌면서 당국의 책임자가 바뀌기만을 기다리기 위한 꼼수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실제 목표가 이랬는데, 건설사들은 대주단의 품에 안기길 망설이고, 위에서 대통령의 언급은 이어지고 당국자들도 참 짜증날 노릇이다.

금융위원회가 대주단 협약을 상생부로 규정한 오늘(17일), 한 증권사의 건설업 담당 애널리스트는 대주단 협약의 첫번째 긍정적인 변수로 정부의 건설업종에 대한 `배려 약속` 차원이라는 점을 꼽았다.

참, 제대로 봤다. 이 것이 이 대통령과 정부의 속내라는데 대부분 동의하고 공감하고 있다.

`명색이 건설회사 CEO 출신인 대통령인데, 건설회사 무너뜨리겠어? 대주단에 들어가기만 하면, 설사 주채권은행이 회생가능성 없다고 안받아줄려고 해도 내(금융위 기업금융개선지원단)가 다 손 써서 1년간 만기연장 해준다는데, 왜 망설이는지 모르겠어?`

이 것이 진정으로 당국자들이 짜증나는 진짜 이유인지도 모른다.

이제, 은행들은 골병들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은행이 달리 돈장사하는 곳인가? 대통령이 그렇게 싫어하는 악의 축, `비올 때 우산 뺏는 사람들` 아니던가?

이런 사람들은 보통 비올 때 무조건 우산을 쓴다. 그 우산이 누구 우산이건 말이다.

현장의 금융전문가들은 상황을 이렇게 전하고 있다.

"요즘 은행 사람들 만나면 죽겠다고 하소연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정부에서 매일 전화가 온답니다. 중소기업 대출 연장해줬냐, 대출 해줬냐고 매일 확인하는 전화랍니다. 문제는 은행도 돈이 없어 죽을 지경인데, 중소기업·건설회사 쪽에서 돈을 회수하지 못하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결국 이익내고 있는 회사에 압박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결국 망해가는 기업 살리자고 멀쩡하게 잘하고 있는 기업을 괴롭히는 격이죠."

"정부에서는 산업은행과 시중은행들이 컨소시엄을 짜서 중소기업, 건설사에 대출을 하라고 합니다. 시중은행 입장에서 이는 모럴해저드입니다. 주주들은 은행 주식을 다 팔아 치워야 합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초기 금융의 산업 측면을 누구보다 강조했다. 금융기관이 아니라 금융회사라며 기치를 올리더니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에는 왜 `총재`냐며 `은행장`으로 명함을 다시 파게 했다.

채 1년도 되지 않아 이 같은 취임 일성은 온데간데 없다. 대~한민국의 금융도 죽어가고 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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