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대신 BC카드 나선다…"케이뱅크 최대주주 등극"

KT 지분 10% 취득 후 유상증자 참여로 34% 확보 계획
향후 인터넷銀법 통과절차 남아…자회사 통한 증자 택해
KT그룹 "케이뱅크 책임 지겠다" 의지표명
  • 등록 2020-04-15 오후 5:57:33

    수정 2020-04-15 오후 8:19:43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개점휴업’ 상태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를 살리기 위해 KT의 자회사 BC카드가 나섰다. BC카드는 모회사인 KT를 대신해 케이뱅크 유상증자에 참여해 케이뱅크의 최대주주로 올라선다는 계획이다.

BC카드는 15일 공시를 통해 전날 이사회에서 KT가 보유한 케이뱅크 지분 10%(약 2230만주)를 오는 17일 약 363억원에 취득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BC카드는 아울러 오는 6월 케이뱅크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을 34%(7480만주)까지 확보하기로 의결했다.

현재 케이뱅크의 주요 주주는 우리은행(13.79%)과 KT(10%), NH투자증권(10%), IMM프라이빗에쿼티(9.99%), 한화생명(7.32%), GS리테일(7.2%), KG이니시스(5.92%) 등이다. BC카드는 현재 케이뱅크의 2대 주주인 KT의 보유 지분을 고스란히 받는 구조다.

BC카드는 케이뱅크 지분취득에 대해 ‘사업 시너지 강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KT도 조만간 이사회를 열어 지분 양도를 의결할 방침이다.

BC카드, 구주매입·유상증자로 34% 취득

앞서 케이뱅크는 지난 6일 이사회를 열고 총 5949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키로 결정했다. 자본금은 기존 5051억원에서 1조1000억원으로 늘어난다. KT의 최대주주 등극을 가능케 할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이 지난달 5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지만, 일단 유상증자를 추진키로 한 것이다. 1년 가까이 중단해온 대출상품 판매의 재개가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유상증자는 기존 주주에게 지분 비율에 따라 신주를 배정하되 실권주(기존 주주의 유상증자 불참으로 남는 주식)가 발생하면 주요 주주사가 나눠서 인수하는 방식이다.

업계에서는 실권주 대부분을 KT나 KT의 자회사가 인수할 것으로 전망해왔다. 특히 BC카드 사장을 역임한 이문환 행장이 지난달 취임하면서 이러한 방식의 우회 증자안에 힘이 실렸다. KT는 BC카드의 지분 69.54%를 보유하고 있다.

시장의 예상대로 BC카드는 케이뱅크의 유상증자가 참여할 것이다. 케이뱅크의 신주 인수와 실권주 매입에 나설 예정이다. 오는 6월 18일 약 2624억원의 주금을 납입하고 법률상 인터넷전문은행의 최대 한도인 34%로 지분을 늘릴 계획이다.

다만, 기존 주주의 실권 규모에 따라 BC카드의 취득할 수 있는 지분비율이 달라질 수 있다. BC카드는 케이뱅크 최대주주가 되기 위해 모두 약 2987억원(363억원+2624억원)을 투입하게 된다.

이와 함께 BC카드는 이사회에서 마스터카드의 보유주식 145만4000주를 시장에 매각한다고 밝혔다. 예상 매각 대금은 4299억원이다. BC카드는 차익실현 목적이라고 했지만 케이뱅크 주식 매입자금 마련 목적으로도 해석된다.

(그래픽=이동훈 기자)


KT “케이뱅크 책임의지 표명”

여야는 애초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가 있는 KT가 최대주주가 되도록 금융회사 대주주 자격 요건을 완화한 인터넷은행법 개정안 통과를 합의했지만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부결됐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당시 부결에 사과하고 총선 뒤 첫 임사국회 본회의에서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을 우선 처리한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한번 부결된 법안이기 때문에 새 회기에서 법안을 다시 발의한 후 상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 등을 거쳐야 한다. 총선 이후 임시국회인 만큼 국회의원의 참여도가 얼마나 될 지도 미지수다.

KT는 정치권의 약속대로 이달 임시국회에서 인터넷은행법 개정안 통과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법 통과 여부에 관계없이 자회사인 BC카드를 통해 케이뱅크의 최대주주가 되는 방법을 택했다.

앞서 한국투자금융지주도 카카오뱅크 지분 29%를 한국투자증권의 자회사인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으로 넘겼다. 한투증권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벌금형을 받은 전력 때문에 지분 양도 대상을 자회사로 택한 것이다.

KT 관계자는 “케이뱅크가 신속히 자본을 확충하고 영업을 재개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KT그룹이 케이뱅크를 책임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BC카드 관계자는 “KT그룹 일원으로서 ICT 모기업과의 협업은 물론 카드사와 은행과의 협업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인터넷전문은행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지난 3월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76회국회(임시회) 제8차 본회의에서 찬성 75인, 반대 82인으로 부결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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