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통관기준으로 따지면 수출은 줄었고, 수입은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품흑자가 줄어들 법도 하다. 상품수지를 집계하는 기준(본선 인도조건, FOB Free On Board)과 통관 기준(운임보험료포함 인도조건, CIF Cost In surance and Freight)이 달라서 생기는 차이이기도 하지만, 국내 기업들의 해외생산 형태가 달라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란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경상흑자는 내수침체로 수입이 감소하면서 불황형 흑자 논란이 제기됐으나 이보단 해외생산과 얽힌 구조적 문제일 수 있단 설명이다.
플러스 수입, 마이너스된 이유..가공무역 수입 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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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통관기준으론 전혀 다른 모습이 그려진다. 수출은 1년 전보다 0.2% 감소하고, 수입은 3.1% 증가했다. 플러스 수입이 상품수지를 집계하는 과정에서 마이너스로 전환한 것이다.
노충식 한은 국제수지팀장은 “상품수지에선 중국 등 현지법인에서 가공무역을 할 때 제3국에서 부품을 수입한 부분을 수입으로 잡지만, 통관에선 우리나라로 들어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제외된다”며 “다만 가공무역 형태가 줄어들면서 제3국 수입도 감소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가 중국 법인(A사)을 세워 현지에서 완성된 휴대폰을 만들때 유럽연합(EU), 일본 등 제3국에서 부품을 수입한다고 가정하면, 이 때 상품수지에선 A사가 수입한 부품을 A사를 삼성전자가 소유한다는 이유로 ‘수입’으로 잡는다. 하지만, 통관기준에선 국내에 들어오지 않았단 이유로 수입으로 잡지 않는단 얘기다.
중계무역·직접투자 선호..본원수지 늘어날 가능성
가공무역이 지는 대신 현지법인이 생산하고 본사가 판매하는 형태의 중계무역이 뜨고 있다. 또는 삼성전자가 중국 시안에 반도체 공장을 설립하는 방식의 직접투자 형태로 해외생산이 바뀌고 있다. 이에 따라 상품수지 흑자폭이 줄어들고, 이들이 벌어들인 수익이 배당형태로 유입돼 본원소득수지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계무역의 경우 수출에서 수입을 뺀 ‘중계무역 순수출’은 상품수지로 잡히지만, 통관기준에선 아예 잡히지 않는다. 제3국에 설립한 현지법인의 수출과 수입이기 때문이다. 중계무역 순수출은 지난 4월 14억8000만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17개월째 10억달러를 넘어서며 상품수지 흑자규모를 키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 다만 경상수지 전체로 보면 판매법인(또는 본사)의 광고 영업비용 등이 수반되기 때문에 서비스수지엔 적자로 작용한단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아직까진 서비스수지 적자보단 중계무역 순수출이 일으키는 흑자폭이 크다.
이런 형태의 해외생산이 늘어날 경우 본원소득수지는 증가할 전망이다. 해외현지법인의 이익이 늘어나면서 본사로 가는 배당소득 등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본원소득수지는 지난 6월 22억달러 흑자를 기록해 사상 최고치를 나타냈다. 8월엔 이자수입 감소로 10억달러 흑자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