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쇼크)`검은금요일`..韓증시 왜 이 지경?

"과도한 기대, 매수공백, 체력고갈 탓"
"사태추이 보면서 기다려야할 때"
  • 등록 2009-11-27 오후 4:02:03

    수정 2009-11-27 오후 4:02:03

[이데일리 이정훈기자] 말 그대로 `검은 금요일(블랙 프라이데이)`였다.

두바이 국영 건설사인 두바이월드의 모라토리엄 소식이 전해진지 하루가 지난 뒤였지만, 서울증시는 무려 4.7%에 이르는 폭락장을 경험했다. 1년여만에 가장 큰 폭이었다.

더구나 일본 3.22%, 대만 3.20%, 싱가폴 1.10%, 중국상하이 2.83%, 홍콩 3.45% 등 그동안 우리보다 강했던 증시들은 4%가 안되는 하락률을 기록했다. 같은 악재를 두고 우리만 유독 심하게 반응한 셈이다.

그렇다면 왜 우리증시는 이토록 허약한 모습을 보인 걸까? 몇가지 이유를 정리해봤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우선, 기대가 너무 컸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미국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괜찮게 나오면서 추수감사절부터 시작되는 소비시즌에 대한 기대가 앞서갔던 측면이 있다는 얘기다.

실제 중국증시가 며칠간 급락하는 동안에도 우리증시는 나름 꿋꿋하게 버텼지만 청천벽력과도 같은 두바이발 악재가 전해지면서 자칫 미국 소비시즌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힘을 얻었다.

더구나 중동 경제가 꺾일 경우 우리 건설사나 중공업체들의 수주에 타격이 커질 수 있다는 막연한 우려도 커졌다. 슬슬 살아나던 4분기 기업이익에 대한 기대도 다시 쏘옥 들어갔다.

◇`외국인 빼곤 믿을구석이 없다`

장초반 갭 하락 이후 지수는 120일 이동평균선에서 지지를 받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 수준에서 지수를 위로 끌어올릴 만한 수급상 동력이 없었다.

물론 지수 반등을 이끌 호재도 없었지만, 외국인이 주식을 2000억원 이상 순매도하면서 선물시장에서도 1만4000계약 이상 매도 우위를 보이자 시장은 한없이 아래로만 추락했다.

특히 유럽 은행들이 두바이월드만으로 400억달러에 이르는 손실에 직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동안 우리증시 매수세를 주도했던 유럽계 자금도 끊어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왔다. 2450억원 규모의 개인 저가매수로는 역부족이었다.

◇`시장체력은 완전히 바닥났다`

또 하나는 역시 시장체력 자체가 완전히 바닥났다는 점이다. 이날 거래대금이 오랜만에 5조원을 넘었지만, 불과 몇개월전 강세장에서 보인 8조~9조원대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이달 들어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4조원을 약간 넘는다. 이 정도 시장 에너지로는 의미있는 반등을 논하기 어렵다.

외국인이나 기관 매물이 몰리기라도 하면 매수공백을 드러내며 크게 출렁이기 일쑤였다. 이렇다보니 주식을 사고싶은 투자자라도 쉽사리 매수주문을 내기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사태추이 보면서 기다리자`

`한국증시가 언더슈팅(과도하게 하락)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지만, 일단 두바이발 사태 추이를 지켜 보면서 우리시장을 옭아매고 있는 문제가 해결되기를 기다리는 수 밖에 없어 보인다.

이경수 토러스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금은 미국과 유럽증시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일단 지켜봐야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태가 진정돼야만 우리증시의 밸류에이션 매력을 얘기할 수 있다. 또 그 과정에서 과도했던 기대치가 현실화되고 외국인외 다른 주체들의 매수세 유입과 그에 따른 시장거래 확충이 나타나야 제대로 된 반등을 노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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