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 개인①)`내 처지 맞는 구제책` 찾아라

신불자 370만명 감소세 전환..내달 23일 개인채무회생제도 시행
다양한 구제책 비교해서 재생 출발점 삼아야
  • 등록 2004-08-17 오후 2:30:00

    수정 2004-08-17 오후 2:30:00

[edaily 김기성기자] 370만명에 육박하는 개인들이 `신용카드 대란`으로 촉발된 `신용불량자` 굴레에서 신음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한국 경제의 삐걱대는 파열음은 멈추지 않고 있다. 정부, 기업, 개인 등 이른바 경제 주체 3자가 맞물려 돌아가야 하는 `수레바퀴`의 한 축이 부실해 졌으니 당연지사다. 자살, 강력범죄, 가정파탄 등 심각한 사회 문제의 주된 원인임은 두말할 나위없다. 그나마 개인 신불자 수가 400만명을 정점으로 감소 추세로 돌아선 것은 다행스럽다. 정부와 금융기관이 신용회복의 의지를 갖고 있는 신불자를 대상으로 채무재조정 등 구제책을 마련한 게 어느정도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 하지만 신불자 문제의 근원적 해결책이 신불자 스스로 돈벌어 갚는 것이라는 점에서 시계(視界)는 아직 불투명하다. 내수경기가 장기침체에서 벗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데다 20~30대의 일자리 창출은 안타깝지만 `구호`에 머무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신불자 문제의 장기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로 이미 자리잡았다. 이에 따라 개인 신불자 스스로 금융기관과 정부의 신불자 대책을 적극 활용, `신용회복`을 통한 새로운 출발의 발판을 삼는 의지가 어느때보다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내달 23일 개인채무회생제도 시행을 앞두고 개인 신불자의 현황 및 적합한 구제책 활용방법 등을 4회에 걸쳐 짚어본다. ◇`야누스의 두얼굴` 신불자 추이 개인 신불자는 지난 4월말 기준 세금 체납자를 포함해 397만여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진정국면을 보이고 있다. 6월말 기준으로는 세금체납자와 사망자 제외 등 인위적 조정없이 실질적인 첫 감소세로 돌아섰다. 세금체납자와 사망자를 제외한 개인 신불자가 전월의 373만7319명에서 369만3643명으로 1.17% 감소했다. 절대적인 수치는 아직 버겁기 그지없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분기별 증감율 추세선에서 이같은 감소세 전환은 예고돼 왔다. 지난해 1분기 12.18%의 최대 증가율 기록한 이후 2분기 9.08%, 3분기 8.58%, 4분기 6.22%에 이어 올 1분기 5.33%로 하향 곡선을 그려왔고, 2분기에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특히 금융권의 단독 신불자 채무재조정, 신용회복위원회의 개인워크아웃, 배드뱅크인 한마음긍융 등 금융권과 정부의 공동 신불자 구제책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서 신불자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지난 3월20일 가동된 배드뱅크 한마음금융은 당초 목표치에는 크게 미달하고 있지만 10만명 이상의 신불자에 대해 채무재조정을 승인했고, 신용회복위원회를 통한 개인워크아웃 신청자는 7월말 현재 21만8514명을 기록했다. ◇단계별 신불자 대책 가동..`적극적 선택` 필요 신불자의 신용회복 방안을 구제기관 측면에서 살펴보면 금융기관의 자율적 대책, 금융기관과 정부의 공동 대책, 정부(법원)에 의한 제도로 구분된다. 금융권 자율적 대책은 한 금융기관에 3개월 이상 연체채무를 지고 있는 단독 신불자를 대상으로 원리금 분할상환, 만기연장 등을 주요 내용으로 실시되고 있는 채무재조정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정부와 금융기관 공동의 신용회복지원 프로그램은 배드뱅크와 개인워크아웃제도. 금융감독위원회 산하의 신용회복위원회가 담당하고 있는 개인워크아웃제도는 2002년 10월 현재 2개 이상의 금융기관에 3억원 이하의 채무를 지고 있고, 최저 생계비 이상의 수입이 있는 신용불량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채무재조정은 최장 8년에 걸쳐 분할상환이 가능하고, 금리는 연 6% 안팎이다. 배드뱅크인 한마음금융의 신청자격은 ▲지난 3월 10일 현재 ▲2개 이상 금융기관에 1개월 이상의 연체 대출금을 갖고 있으며 ▲이중 하나 이상의 연체 기간이 6개월 이상이면서 ▲한마음금융과 협약을 맺은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은 원금의 합계가 5000만원 미만인 신불자. 상환방식은 신청시 원금의 3%를 내면 최장 8년에 걸쳐 매월 원금을 똑같이 나눠 상환하는 `균등형`과 선납금 6%를 내고 1년 동안 원금과 이자를 내지 않다가 둘째해부터 상환 금액이 늘어나는 `체증형` 두가지다. 배드뱅크는 오는 20일까지인 활동시한을 홍보부족 등에 따른 신청률 저조를 이유로 들어 11월20일까지로 3개월 연장한 상태다. 신용불량과 상관없이 금융기관 채무 뿐 아니라 보증이나 사채까지 합쳐 15억원 이내의 과도한 채무를 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내달 23일 시행될 예정인 개인채무자회생제도가 유리하다.(시리즈 2편 참조) 빚을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이라면 법원에 파산을 신청하고 면책을 받을 수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법원에 의한 개인 파산일 지언정 이는 인생의 종착역이 아닌 사회 경제적 빚을 청산하고 희망을 찾을 수 있는 재생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며 "정부와 사회도 채무상환 의지를 갖고 있는 신불자라면 희망을 버리지 않고 적합한 제도에 맞춰 자기 구조조정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장기적인 배려와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예고된 장기전..모럴헤저드 예방도 관건 하지만 다양한 신불자 구제책이 신불자 문제 해결로 직결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내수경기 호전과 일자리 창출을 통한 개인들의 가처분 소득 증대라는 기본전제가 형성되기까지는 넘어야할 산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청년실업 문제는 신불자 문제의 장기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최근 교육인적자원부와 한국교육개발원(KEDI)가 대학 졸업생 53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대졸자 2명중 거의 1명꼴로 흔히 말하는 `백수`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난 게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또 정부가 표면적인 신불자 축소에만 열중, 정책의 일관성을 잃고 자칫 신불자들의 도적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곱씹어볼 대목이다. 당초 시행시기를 3개월로 못박은 배드뱅크를 또다시 3개월 연장한 게 대표적이 사례라는 지적이다. 정부가 이제는 유사한 제도를 통한 직접적인 지원보다는 현재 추진중인 신불자 등록제 폐지 이후의 개인신용시장 구축과 함께 개인신용회복지원과 관련한 법률체제의 정비를 통해 신용 중시풍토를 하루속히 정착되도록 유도하는 일관되고 장기적인 신용 정책이 나와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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