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강종구기자] 미국 증권주가 거칠 것 없는 랠리를 지속하고 있다. 주요 대형 증권사의 주가는 이미 저점 대비 100% 가량 상승했음에도 투자열기는 뜨겁기만 하다. 일반 투자자들은 물론 전문가들도 미국 경기회복과 주식시장 강세장의 최대 수혜주로 증권주를 꼽을 정도다.
지난해 10월 이후 또는 올해 3월 이후 급등한 미국 증권주는 최근 상승세가 주춤하는 듯 했으나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재상승에 나설 태세다. 증권회사들은 서로의 실적 전망을 상향조정시켜주며 마치 합동잔치를 열고 있는 분위기다. 메릴린치는 골드만삭스와 리먼브라더스 및 베어스턴스의 3분기 실적전망을 올려줬고 시티그룹은 모건스탠리와 리먼브라더스에 대한 전망을 높였다.
최근까지의 증권주 랠리는 충분한 근거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장기 약세장을 거치면서 주가가 장부가대비 1.5배에 그칠 정도로 저가매력이 높아진데다 최근 경기회복이나 주식시장의 활황 또한 호재임에 틀림없다. 또 채권부문에서 이익이 급격하게 늘어 M&A 자문이나 주식부문에서 이익을 내지 못했음에도 실적호전을 일구어 낸 것도 주가 상승요인으로 작용했다. 주식시장이 계속 강세를 보이면 M&A나 주식부문도 호조를 보일 것이므로 증권주의 랠리는 “떼어 놓은 당상”이나 마찬가지라는 소리도 들린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증권주가 이미 많이 올랐고 실적이 본격적으로 회복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주의를 촉구하고 있다. 증권업계의 펀더멘탈에 비해 투자열기가 너무 뜨겁고 일부 종목은 고평가 상태라는 지적이다. 미국 증권주의 주가수준은 현재 순자산장부가치 대비(PBR) 2.0배 수준으로 최근 18개월래 가장 높다.
시카고소재 투자회사인 노던트러스트의 펀드매니저 존 레오는 주식시장이 약세장에서 강세장으로 변하면서 증권주에 대해 비중확대를 지속 유지해 왔고 앞으로도 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지지 않는 한 계속 같은 입장을 견지할 예정이다. “증권업계 펀더멘탈이 향후 2~4분기동안 개선될 것으로 전망할 합리적인 이유가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레오는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주의를 요한다”며 “최근에는 현금을 확보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런던 소재 도이체애셋매니지먼트의 투자은행담당 펀드매니저 조나단 모리스 역시 비슷한 의견이다. 그는 최근 채권시장의 위축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모리스는 “주식인수나 거래가 채권부문의 위축을 메울만큼 회복세가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는데 모두가 동의하고 있다”며 “3분기 실적에 대해 실망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리스는 또한 “M&A 시장이나 기업공개(IPO) 시장의 회복은 향후 3분기가 아니라 향후 3년은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UBS인베스트먼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7월 M&A거래규모(거래성사기준)는 670억달러로 전월보다 10.9% 가량 감소했다. 또 올해 월평균 거래규모도 800억달러로 지난해 평균에 비해 23%, 2001년 월평균보다는 41% 낮은 수준이다. 반면 경쟁은 더욱 치열해져 개별 거래의 수익성은 낮아졌다. 예상보다 빠른 경제회복, 달러 약세, 저금리 등으로 M&A 시장이 살아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침체의 늪을 벗어나지는 못했다는 평가다.
채권부문의 호황은 정점을 지난 것으로 보인다. 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시티그룹은 채권매매 수익이 2분기에 비해 10~15% 정도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면
주식관련 수익은 5~10% 정도 늘어나는 선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모리스는 “3분기 실적이 크게 나빠진다면 증권사들은 내년 실적이 올해만 못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신용카드 부문이 호조를 보이고 있는 모건스탠리를 제외한 다른 증권사들은 실적이 올해 상반기보다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그는 지적했다. 특히 메릴린치처럼 채권부문에 대한 의존도가 큰 곳은 타격이 심할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개별 증권사별로는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는 투자가 유망한 반면 메릴린치는 주의가 요구되고 할인증권사인 찰스슈왑은 고평가됐다는 지적이다.
메릴린치는 한때 PBR 이 1.2배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1.94배에서 거래되고 있다. 15일 현재 주가는 52.99달러에 이른다. 그러나 최근 전 직원의 4300만달러 횡령사건과 최고 경영층의 권력다툼 등으로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모리스는 “증권주중 가장 덜 선호하는 종목”으로 메릴린치를 꼽았다.
모건스탠리는 신용카드 부문의 호조와 함께 항공기리스부문의 회복이 기대된다. 샌포드번스타인의 애널리스트 브래드 힌츠는 지난 주 “메릴린치를 팔고 모건스탠리를 사라”고 이례적으로 추천한 바 있다. 메릴린치의 PBR이 1.94배라면 모건스탠리는 2.72배는 돼야 마땅하고 이 경우 주가는 56.66달러까지 상승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 주가는 15일 현재 48.64달러. 힌츠는 또한 골드만삭스의 경우 하반기 투자은행수익이 35% 가량 급증해 모건스탠리(32%)나 메릴린치(29%) 보다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며 목표 주가를 105달러로 제시했다. 현 주가는 87.76달러다.
리먼브라더스의 마크 콘스탄트는 할인증권사인 찰스슈왑의 주가가 고평가됐다는 평가를 내렸다. 구조조정과 관련한 특별손실이 하반기에 실적에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고 신규고객의 증가세도 별로 인상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목표 주가는 PBR 2.1배 수준인 7.08달러(15일 현재 주가는 10.90달러)를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