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김윤경기자]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또 한 번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이미 시장에는 추가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팽배해져 있지만 이로 인한 역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CNN머니는 감기 환자에게 치킨수프를 처방하듯 상당수의 이코노미스트들이 마치 당연한 듯 또 한 차례의 금리인하를 주장하고 있다면서 FRB의 금리인하가 경제에 나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오히려 "독"이 될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만약 FRB가 오는 24~25일 회동에서 단기금리를 또 인하한다면 이는 지난 2001년 이래 2년만에 13번째 금리인하가 된다. 이미 금리는 1.25%로 41년래 최저수준이다.
금리가 이렇게 내려가게 되면 더 이상 시장은 이득을 거둘 근거를 찾을 수 없게 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저인플레이션이라는 것이 꼭 좋은 것은 아니다. 기업들의 수익은 줄어들고 비용절감을 위한 해고가 이어질 것이며 수요부족과 물가하락 등이 초래될 수 있다. 한 마디로 말해 이것이야 말로 디플레이션이다.
많은 이코노미스트들이 추가 금리인하의 필요성을 소비, 수요 진작과 연결시키고 있다. 이것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란 생각이다.
그러나 뉴욕타임스(NYT) 최근 일요판과의 인터뷰에서 메릴린치의 수석 스트레티지스트 리차드 번스타인은 미국 경제의 문제는 수요부족이라기 보다는 공급과잉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에 추가 근리인하가 실제 경기부진을 계속되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번스타인은 소비자들의 수요는 놀라울 정도로 유지되고 있다면서 기업들의 재무제표가 더 문제라고 보고 있다. 기업들이 부채를 줄이고 쓰지 않는 시설을 없애는 등 90년대 말 과잉투자의 후유증을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해야만 투자가 재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번스타인은 "그러나 정책 입안자들은 공급과잉 상황을 충분히 개선하면서 수요를 부추길 수 있다고 믿는 것으로 보인다. 그들은 이례적인 통화정책, 대대적인 세금감면 등이 수요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면서 "일본 정책입안자들이 이미 했던 일"이라면서 시기가 별로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FRB의 금리인하가 90년대식 투기를 부추길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그랜츠인터레스트레이트옵저버의 에디터인 제임스 그랜트는 "인위적인 저금리는 사름들의 투기심리를 부추긴다"면서 "채권시장에서 이미 그러한 조짐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최근들어 채권수익률은 크게 떨어졌는데, 2년만기 미국채수익률은 이미 연방기금금리 수준을 밑돌고 있다. 채권가격이 급락하면 투자자들을 몰려들지만 금리인상과 인플레이션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날 경우 이는 미국 경제에 급펀치를 날릴 수 있는 가능성과 별도로 생각할 수 없다.
"값싸고 눈먼 돈"이 시장으로 마구 흘러들어 주식시장이 90년대 말처럼 버블을 이루게 될 것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게 제기되고 있다.
BMO네스빗번즈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셰리 쿠퍼는 "인플레이션 자체가 아니라 자산가격의 인플레이션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이로 인해 불필요한 전위(unnecessary dislocation)이 초래됐으며 이는 지난 1999~2000년 FRB의 금리인상이 잘못된 결과를 가져왔던 것과 마찬가지로 이번엔 버블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투자업체 쿠빅스티븐스&톰슨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브라이언 웨스베리는 금리인하의 부작용으로 은행들의 대출이익감소, 고정수입을 가진 사람들의 구매력 약화 등을 들었다.
그는 "FRB의 금리인하가 상당한 수준까지 이르렀으며 결과적으로 통화정책으로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에 대한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