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진 "○○○? 육퇴 후 비싼 술 먹기"[이연호의 신조어 나들이]

가성비, '가격 대비 성능 비(比)'‥갓성비, '신이 내린 가성비'
가심비, '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 비'‥나심비 '나의 심리적 만족 비'
휘소가치, '휘발적이지만 자신에게 가치 있는 것에 투자하는 것'
가잼비, '가격 대비 재미 비'‥편리미엄 '편리한 상품 선호 현상'
  • 등록 2023-06-23 오후 3:32:31

    수정 2023-06-23 오후 3:32:31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편집자 주] 언어의 특성 중 역사성이라는 것이 있다. 언어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생성, 소멸, 변화의 과정을 겪는 것을 가리켜 바로 ‘언어의 역사성’이라고 한다. 언어의 역사성에 기반한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바로 신조어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매일같이 넘쳐나는 신조어의 세상 속에서 살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 같은 신조어들이 다양한 정보기술(IT) 매체를 통한 소통에 상대적으로 더욱 자유롭고 친숙한 10~20대들에 의해 주로 만들어지다 보니, 그들과 그 윗세대들 간 언어 단절 현상이 초래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젊은층들은 새로운 언어를 매우 빠른 속도로 만들어 그들만의 전유물로 삼으며 세대 간 의사소통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기성세대들도 상대적으로 더 어린 세대들의 언어를 접하고 익힘으로써 서로 간의 언어 장벽을 없애 결국엔 원활한 의사소통을 꾀하자는 취지에서 연재물 ‘이연호의 신조어 나들이’를 게재한다.
사진=채널A 예능 프로그램 ‘아빠본색’ 방송 화면 캡처.
◇가성비,갓성비, 가심비, 나심비, 가잼비...중점을 두는 가치 따른 소비 트렌드


◎다음 < > 속 연주와 준원의 대화에서 (_)에 들어갈 가장 적절한 신조어는?

<연주: 왜 무슨 일 있어? 이모티콘 다들 왜 그래?

준원: 응. 회사에서 너무 스트레스 받는 일이 있어서.

연주: 회사라는 게 뭐 다 그렇지. 왜 무슨 일인데?

준원: 다음에 얘기할게. 오늘 저녁에 집에 일찍 가서 1++(투뿔) 살치살이나 사다 구워 먹어야겠다.

연주: 와우. 그게 너한테는 (_)인 거구나.

1)가성비 2)나심비 3)편리미엄 4)육퇴

정답은 2번 ‘나심비’이다.

‘나심비’는 소비 방식 혹은 트렌드를 지칭하는 신조어 중 하나로 ‘가성비’와 ‘가심비’의 좀 더 진화한 버전이라고 볼 수 있다.

먼저 가성비는 ‘가격 대비 성능 비(比)’의 줄임말이다. ‘가성비가 좋다’라고 하면 ‘가격 대비 성능이 좋다’라는 뜻이다. 즉 비슷한 성능의 제품이나 서비스들 중에서 가장 가격이 저렴한 경우에 ‘가성비가 좋다’라는 말을 쓸 수 있다. 반면 같은 가격대일 경우 상대적으로 더 나은 성능과 품질 혹은 양을 제공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가성비가 좋다’라고 표현한다. 물론 가성비가 ‘좋지 않다’거나 ‘나쁘다’는 말도 사용한다. 어떤 재화나 용역이 해당 가격의 값어치를 하느냐 여부를 따지는 말인 것이다.

가성비가 매우 뛰어남을 뜻하는 말로는 ‘갓성비’도 있다. ‘가성비’와 신을 뜻하는 ‘갓(God)’이 합쳐진 말로, 신이 내린 것처럼 가격 대비 성능이 굉장히 뛰어난 것을 가리킬 때 쓰는 말이다.

여기서 파생된 말로 ‘가심비’라는 것도 있는데, 이는 ‘가성비+심(心·마음)’가 합쳐진 말로 ‘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 비’를 가리킨다.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할 때 가성비 외에 심리적 만족까지 생각하는 것이 바로 ‘가심비’다.

가성비보다는 마음의 만족에 더 초점을 두는 소비 형태로, 조금 비싸더라도 심리적 만족을 얻을 수 있다면 해당 재화나 용역을 구매할 수 있는 용의가 있는 것이 바로 가심비에 바탕을 둔 소비다. 가령 밥은 편의점 도시락을 먹었으나 디저트는 비싸고 근사한 것으로 먹는 소비 방식을 말한다.

스트레스 해소 등을 위해 자신의 돈을 탕진하는 소비도 가심비의 범주에 속한다. 이와 관련 ‘탕진잼’이라는 신조어도 있는데, 이는 ‘재물 따위를 다 써서 없앰’이라는 의미의 ‘탕진’과 재미의 줄임말인 ‘잼’을 합친 신조어로, ‘소소하게 탕진하는 재미’를 일컫는 말이다. 다만 탕진잼의 대상은 주로 문구류, 저가의 생활·뷰티 용품 등 작고 저렴한 물건들이다.

‘가심비’에서 한 발 더 나아간 것이 ‘나심비’인데, 이는 ‘가성비’와 ‘가심비’와 달리 가격적인 요소가 빠진 소비 형태다. ‘나+심(心)+비’에서 알 수 있듯 나를 위한 소비에 좀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다른 사람들은 관심 없고 쓸모없는 것으로 여기더라도 내가 좋아하면 거기엔 가격을 생각하지 않고 돈을 지불하고 투자할 수 있다는 의미가 강하다.

현재 자신의 행복을 위해 자신에게 선물해 준다는 느낌도 이 단어는 갖는다. 가령 집에서 혼술(혼자 마시는 술)할 때 비싼 위스키를 마신다든지, 커피는 좋은 원두로 로스팅한 커피만 마신다든지, 일년에 한 번 정도 특별한 기념일엔 최고급 호텔 스위트룸에서 호캉스(호텔에서 즐기는 바캉스)를 한다든지 하는 식이다.

배우 소유진은 지난 2020년 채널A 예능 프로그램 ‘아빠본색’에서 출연자들과 ‘나심비’에 대한 얘기를 나누던 중, 자신의 나심비에 대해 “저는 애들 재우고 혼술할 때 비싼 술을 먹는 편이다. 육퇴(‘육아 퇴근’의 준말로, 아이가 잠들면 그제서야 육아에서 벗어남을 이르는 말)후 나만을 위한 시간이 주어졌을 때 비싼 와인(을 먹는다). 나만의 시간을 고급스럽게 가진다”고 말했다.

욜로서 진화한 ‘횰로’, 혼자만의 행복 중요시하는 트렌드

비슷한 맥락의 신조어로 ‘휘소가치’라는 단어도 있다. 이는 흩어진다는 의미를 지닌 한자인 ‘휘두를 휘(揮)’와 드물기 때문에 인정되는 가치를 뜻하는 ‘희소가치’를 합쳐 만든 말로, 다른 사람에게는 휘발적이고 무의미한 소비로 보이지만 자신에겐 가치가 있는 것에 투자하는 비용이나 소비 경향을 말한다. 연장선상에서 ‘시발 비용’란 말도 있는데, 이는 비속어인 ‘시발’에 비용을 붙인 말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으면 발생하지 않았을 비용’을 의미힌다. 가령 스트레스를 받아 고급 오마카세를 먹으러 간다거나, 평소 이용하던 대중교통이 아닌 택시를 타고 귀가한다거나 해서 발생한 비용이 여기에 해당한다.

‘가잼비’라는 신조어도 있는데, 이는 ‘가격 대비 재미 비’를 줄인 말로 어떤 재화나 용역에 지불한 가격으로 소비자가 느낄 수 있는 재미의 정도를 가리킨다. 단순히 제품을 구매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제품에 담긴 재미를 따지는 가잼비 소비를 선호하는 MZ세대 소비 형태에 발맞춰 소비재 기업들은 이른바 펀슈머(Fun+Consumer) 마케팅을 적극 펼치는 추세다.

이 밖에 소비 트렌드 관련한 신조어로 ‘나홀로’와 ‘욜로(YOLO·you only live once)’를 합친 말로 타인과의 관계에서 벗어나 자기 혼자만의 행복을 중요시하는 ‘횰로’, ‘편리함’과 ‘프리미엄’을 조합한 말로 소비자들이 시간과 노력을 아끼기 위해 편리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선호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편리미엄’ 등도 자주 쓰이는 말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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