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씨는 이날 오전 9시 54분께 변호인을 대동하지 않은 채 서울 용산경찰서에 도착해 ‘대가성’ 의혹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이같이 답했다. 그는 “그분(곽 씨)이 대답하지 않는 한 제가 말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김 씨는 곽 씨 퇴직금 관련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딸 퇴직금 지급 규모를 묻자 “여러 가지 의혹과 억측이 있다”며 “기본 퇴직금이 5억 원 정도인데, 성과가 계속 나오니까 이사회 임원회의에서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분(박 특검 딸)은 아직 퇴직 처리가 안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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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 씨는 전날 아버지 곽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공개한 입장문에서 화천대유로부터 성과급·위로금·퇴직금 등 명목으로 28억 원을 실수령했다며, 자신에게 부친인 곽 의원이 화천대유를 소개했다고 밝혔다.
그는 “아버지께서 ‘김○○가 부동산 개발 사업을 하는데 사람을 구한다고 하니 생각이 있으면 한번 알아보라’고 했다”고 전했다. 김○○은 김만배 씨로 추정된다. 곽 의원과는 성균관대 동문으로 친분이 있다.
이어 “이 돈은 모두 제 계좌에 있고, 제가 화천대유에 입사해서 일하고 평가받은 것”이라며 ““주식이나 코인에 투자하는 것보다 회사와 오너에게 인정받도록 해야겠다는 일념으로 회사에 다녔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최근 세계적으로 흥행 중인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빗대 “저는 너무나 치밀하게 설계된 오징어 게임 속 ‘말’ 일뿐”이라며 “제가 입사한 시점에 화천대유는 모든 세팅이 끝나 있었다. 설계자 입장에서 저는 참 충실한 말이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일 열심히 하고, 인정받고, 몸 상해서 돈 많이 번 것은 사실”이라며 “대장동 사건의 본질이 (화천대유가) 수천억 원을 벌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설계의 문제냐, 그 속에서 열심히 일한 한 개인의 문제냐”라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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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대유는 “다른 일반 회사와 달리 대다수 부동산개발회사는 임직원들에게 평소에는 기본급 위주로 지급하고 개발사업의 성공적 수행 시 고액의 성과급 지급에 따른 임금 보상체계를 운영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곽 씨의 경우 퇴직 당시까지 지급이 지연돼 온 대장동 개발사업의 성공에 따른 성과급 지급의 보상도 함께 이뤄진 것이고, 퇴직금 산정에서도 평소의 기본급 위주로 받아왔던 임금만을 기준으로 한 것이 아니라 그동안 대장동 개발사업의 성공에 따른 성과급도 포함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화천대유가 설립 이후 지난해까지 퇴직금으로 사용한 비용이 총 2억6000만 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의 화천대유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5∼2020년 6년간 화천대유가 퇴직한 직원들에게 지급한 금액은 모두 2억5903만원이다. 직원들 전체 퇴직금 총액의 20배 가까운 금액을 곽 씨 1인에게 지급한 셈이다.
대장동 개발사업의 자산관리회사로 참여한 화천대유는 2015년 2월 설립됐고, 곽 씨는 그해 6월 입사해 올해 3월까지 5년 9개월간 근무했다.
곽씨는 월 233만∼380만 원의 급여를 받았으며 이를 고려하면 법정 퇴직금은 2000만 원대이다.
다만 곽 씨를 포함해 올해 퇴직자에 지급한 화천대유의 퇴직금 내역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