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맘에 안드는 정부.."차라리 中企전용 명분 있다"

6개 홈쇼핑, 지금도 많지만 황금시간대 경쟁 너무 치열
구조적 비리 유혹..‘수퍼 갑' MD 한마디에 벌벌
마침 중기청이 채널 요구..‘롯데와 바꿀까' 만지작
  • 등록 2014-06-30 오후 1:11:08

    수정 2014-06-30 오후 1:11:08

신헌 전 롯데백화점 대표가 지난 4월 검찰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이데일리 안승찬 기자] 미래창조과학부는 홈쇼핑업체들을 썩 좋아하지는 않는다. 홈쇼핑은 방송이라는 형식을 띠고 있지만, 내용은 유통산업이다. 하지만 미래부의 머리속에 유통산업은 없다. 미래부에게 홈쇼핑업체들은 그저 좀 특이한 ‘방송’일 뿐이다.

방송은 대중에게 공공재의 성격을 갖는 전파를 타고 시청자들에게 무차별적으로 노출되기 때문에 엄격한 규제가 뒤따른다. 홈쇼핑도 예외는 아니다. 어쩌면 미래부에게 홈쇼핑은 방송을 통해서 물건을 팔아먹는 ‘매우 위험스러운’ 사업자다.

연초 NS홈쇼핑이 미래부에 식품방송의 편성 의무비율 60%를 완화해줄 수 없겠느냐고 요청했을 때 미래부가 단칼에 거절했던 것도 이런 인식이 배경이 됐다. 홈쇼핑은 오히려 더 엄격히 규제해야 할 대상이지, 규제 완화의 대상이 아니다. 최소한 미래부에게는 그렇다.

“현재 6개의 홈쇼핑 채널도 너무 많다”는 인식은 그래서 나왔다. 특히 제대로 사고를 친 롯데홈쇼핑은 미래부 입장에서 골칫거리다. 재승인 심사에서 롯데홈쇼핑을 탈락시켜 업계에서 퇴출시키는 극약 처방까지 검토하고 있다.

눈엣가시 롯데홈쇼핑, 퇴출 카드 만지작

무엇보다 롯데홈쇼핑에 대한 여론이 너무 좋지 않다. 롯데의 간판 경영자였던 신헌 전 롯데백화점 대표가 연루돼 관심이 집중된 데다 뒷돈을 챙긴 방식도 지저분하기 짝이 없었다.

검찰에 따르면 롯데홈쇼핑의 한 임원은 아버지나 아들 등 친인척 뿐 아니라 전처(前妻)나 내연녀 동생의 계좌까지 동원해 뒷돈을 받아 챙겼다. 그랜저 승용차를 받기도 했다. 이혼한 부인에게 매달 생활비 300만원을 대줄 것을 요구하거나 부친의 도박 빚 1억5000만원을 납품업체에 떠넘긴 사례도 있다.

신헌 전 대표도 매달 현금으로 500만원씩 상납을 받는 등 2억2600만원을 챙겨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고, 납품업체로부터 이왈종 화백의 그림 ‘제주생활의 중도’를 받기도 했다. 이 그림은 시가 2000만원에 달한다.

가뜩이나 홈쇼핑업체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차에 롯데홈쇼핑의 비리가 불거진 것이다. 미래부가 “있을 수 있는 실수”라며 통 크게 넘길 수 있을지 미지수다.

마침 중소기업청이 홈쇼핑 채널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전체 숫자를 유지한다고 하더라도 롯데홈쇼핑의 인허가를 취소하고, 대신 중소기업 전문 홈쇼핑을 하나 더 만드는 게 더 명분이 있다. 미래부가 이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황금시간대 목매는 구조..끊임없는 비리 유

(출처=업계지도 2014)
홈쇼핑의 비리가 끊이질 않는 이유는 홈쇼핑을 통한 판매 성과가 너무 좋다는 점과 관련이 있다. 한시간 방송에 문의전화만 수만통이 걸려온다. 납품 업체가 1년 내내 팔아야 할 물량은 몇시간내에 팔아치운다. 어떻게든 홈쇼핑의 문턱을 넘으려는 납품업체가 줄을 설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로비를 전담하는 중간 벤더까지 기승을 부린다. 대부분의 홈쇼핑업체는 취급하는 상품의 약 70% 이상을 벤더를 통해 상품을 선정한다. 중소기업들은 이 벤더에 의존하고, 벤더들은 홈쇼핑의 MD(상품기획자)에게 로비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검찰에 구속 기소된 J벤더 사장의 경우 롯데홈쇼핑에 납품하는 27개 중소기업들을 관리하며 30억원을 받았고, 그 중에서 5억6000만원을 롯데홈쇼핑 간부에게 상납했다.

납품업체 입장에서 더 애를 태우게 만드는 요인이 바로 편성 시간이다. 현재 홈쇼핑 채널은 GS, CJ, 현대, 롯데, NS, 홈앤쇼핑 등 6개이고 하루 종일 방송하지만, ‘황금시간대’는 오전 8~11시와 오후 8~11시로 한정돼 있다. 어느 시간에 방송을 타느냐에 따라 매출이 최대 3~4배 가까이 차이 난다. 황금시간대를 확보하려는 경쟁은 그만큼 치열할 수밖에 없다.

어렵게 홈쇼핑의 문턱을 넘었더라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판매 시간대를 새벽시간으로 돌려버리면 판매량은 뚝 떨어진다. 특히 판매가 크게 늘어날 것을 염두에 두고 재고를 쌓아놓은 경우라면 더 필사적으로 매달릴 수밖에 없다. ‘홈쇼핑 MD는 납품업체의 슈퍼 갑’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납품업체를 등에 업고 홈쇼핑은 승승장구를 거듭했다. 1995년 출범한 홈쇼핑 시장은 18년만에 세계 최대 규모로 커졌다. 연간 34억원 정도이던 홈쇼핑 매출 규모는 작년 8조7800억원에 달한다. 방송 사업자중에서 홈쇼핑의 성장을 따라올 곳이 없다.

수요와 공급이 꼬여 있는 상태에서 반복되는 갑을논란이 자유로울 수 없다. 이 때문에 미래부는 홈쇼핑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T커머스’를 키우려는 움직임도 있다.

T커머스는 인터넷TV를 통해 리모콘으로 상품 정보를 검색하고 결제하는 방식이다. 방식은 다르지만, 실제 내용은 홈쇼핑과 상당히 유사하다. 정부 승인을 받은 T커머스 업체는 총 10곳으로 이 중 5곳은 홈쇼핑 업체고 나머지 5곳은 KTH, TV벼룩시장, 화성산업, SK브로드밴드, 아이디지털홈쇼핑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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