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권금성(權金城)으로 올라가는 케이블카 안, 밖을 내다보는 할머니들의 수다에 웃음이 퍼진다. 감탄사를 연달아 내뱉는 건 나들이 복장 곱게 차려입은 할머니들뿐만이 아니다. 모자 쓴 어린이, 지팡이 든 할아버지, 하이힐 신은 외국인 아가씨, 아이 업은 젊은 엄마 등등 설악산 기암(奇岩)과 어울리지 않을 듯한 사람들이 케이블카 안에서 '와' '꺅' '아이고' 소리를 내며 신이 났다.
강원도 속초시 설악동(해발 222m)에서 출발하는 케이블카는 해발 약 700m 권금성까지 5분 만에 닿는다. 산 아래서 고개 들어 간신히 올려다보았던 뾰족뾰족한 능선과 지극히 남성적인 암석이 순식간에 눈높이다. 산 좀 다닌다는 사람들이 주저하지 않고 '한국 최고'라고 입 모아 꼽는, 이 크고 거친 산의 단풍을 땀 한 방울 없이 두 눈에 담는다는 게 흐뭇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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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30인 정원으로 첫선을 보인 한국 대표 케이블카는 2003년 70인승으로 바뀌었다. 70인승이지만 50명만 태우기 때문에 공간이 넉넉하다. 케이블카에서 사방을 빙그르르 돌아보며 권금성에 내리면 '산맛'은 더 짜릿하다.
권금성은 권(權)씨와 김(金)씨인 두 장사가 난을 당하자 가족을 피신시키기 위해 지은 성이라고 전해지며 고려 고종 41년 몽골이 쳐들어왔을 때 백성의 피난처로도 쓰였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편안한 나무 계단과 암석 지대를 지나 봉화대(해발 850m)에 오르기까지는 느린 걸음으로 30분 정도 걸린다. 구름도, 바다도, 우수수 잎 떨어낼 빼곡한 나무도 모두 발아래서 출렁인다. 나무 계단 지나서부터 반대편 능선이 병풍처럼 펼쳐지니 봉화대에 꼭 오를 필요는 없겠다.
주소·문의_ 강원도 속초시 설악동 146-2·설악케이블카 (033)636-4300 · www.sorakcablecar.co.kr
≫그밖에 케이블카 타고 단풍구경 하기 좋은 산
●대둔산: 케이블카에서 내려 아찔한 금강구름다리(50m)와 삼선구름다리(36m)를 지나 정상 마천대(해발 878m)까지 가는 데 편도 1시간 정도 걸린다. 대인 왕복 6500원·편도 3500원. 오전 9시~오후 6시. 전북 완주군 운주면 산북리 산23-30·(063)263-6621· www.daedunsancablecar.com
●덕유산: 무주리조트에서 곤돌라를 이용해 향적봉까지 다녀온다. 케이블카에 비해 기다리는 시간이 짧다는 게 장점. 성인 왕복 1만2000원·편도 8000원. 평일 오전 10시~오후 4시, 토요일 오전 9시30분~오후 4시30분(일요일은 오후 4시까지). 전북 무주군 설천면 심곡리 산43-15·(063)322-9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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