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바퀴 돌아 또 남북 당국자 대화 제안..왜?

정부간 접촉창구 없이는 금강산 문제 못풀어
관광객 총격 北 귀책사유..대화제의 일축했던 北 태도 바뀔까
  • 등록 2008-07-18 오후 5:17:26

    수정 2008-07-18 오후 5:34:16

[이데일리 이진우기자] 정부가 북한에 남북 당국자 접촉을 또 제안했다. 지난 11일 이명박 대통령이 국회 개원 연설에서 남북 당국자간의 대화 재개를 제의한 후 일주일만에 사실상 똑같은 제안을 다시 한 것.

이명박 대통령은 18일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금강산 관광의 재개를 위해서는 당국간 논의를 거친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관 대변인은 이에 대해 "북한 측에 당국자간 협의를 제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곧 공식 루트를 통해 북측에 이같은 내용을 전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현대아산 앞세운 접촉에 한계

물론 두 제안이 100% 같은 제안은 아니다. 일주일 전 국회 개원연설에서의 당국자간 대화 재개는 경색된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하자는 목적이지만 이번에는 금강산 사태 해결을 위한 목적이라는 점이 다르다.

목적은 다르지만 결국 형식은 마찬가지다. 일주일전 제의에서는 '대화'라는 표현을 썼고 이번에는 '접촉'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결국 같은 뜻이다.

지난 11일 이 대통령이 국회연설에서 북한 당국과 대화를 제안한 것에 대해 금강산 총격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안일하게 남북대화를 제안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총격 사건 문제를 제대로 풀기 위해서는 결국 다시 남북 당국자간 접촉으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이 양국간의 아이러니다.

정부가 이처럼 계속 '당국자간' 접촉 요구를 반복하는 것은 현재 남북간에는 정부 당국자 사이의 대화 채널이 끊긴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대북 강경노선을 언급한 것에 대해 북측이 맞대응을 하면서 양측의 채널이 끊어졌다. 양국의 국가원수를 연결하는 핫라인도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사라졌다.

민간 영역인 개성공단 사업과 금강산 관광이 남북간 접촉이 그나마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유일한 증거였다. '남북대화'라고 표현하지 않고 '남북 당국자 대화'라고 표현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문제는 그런 대화 제의가 있던날 유일한 남북접촉 채널 가운데 하나인 금강산에서 관광객의 피격사건이 발생했다는 점. 이 문제를 제대로 풀지 않으면 그나마 남아있던 민간채널마저 끊겨버리는 상황이다. 이날 이명박 대통령의 남북 당국자 접촉 제안은 그래서 중요하면서도 절실한 승부수다.

이번 제안 거부하면 민간 채널도 끊겨..北 대응 관심

일주일 전의 당국자 대화 제안보다 이번 제안이 다소 강경해지기는 했다. 국회개원연설에서의 대화제안은 북측이 거부할 경우 별 다른 대안도 없을 뿐 아니라 그동안 강경책과 유화책 사이에서 갈팡질팡한 대북정책의 단면으로 비칠 우려도 안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제안은 금강산 관광의 안전보장과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명분있는 카드와 함께 던져진 접촉 제안이라는 점에서 남측의 부담은 덜하고 북측의 부담이 크다.

그런 점에서 국회 개원연설의 대화 재개 제안을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일축한 북측이지만 이번에도 같은 반응을 보일지가 관심거리다. 그동안 대화채널이 중단된 것은 남한 당국자의 과격발언과 식량지원 중단 등 남측의 정책변화 때문으로 몰아부칠 명분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관광객이 총격으로 사망했다는 북측의 귀책사유가 큰 사건이 일어난 뒤여서 북한의 입장 변화도 예상되는 대목이다.

정부가 북한의 협조가 없을 경우 개성관광을 사실상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관광객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지 점검한 후 문제가 있으면'이라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관광객의 안전보장은 사실상 현대아산이 독자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라는 점에서 북한이 이번 제안을 거부하면 남북간의 민간 채널도 모두 끊겠다는 뜻이다.

다만 명분과 자존심을 중시해온 북한의 태도를 감안할 때 당국자 접촉제안과 개성관광 중단카드를 함께 들이민 것이 역효과를 가져올 가능성도 엿보인다. 북측이 관광객 총격 사망 사건을 관광객과 현대아산의 잘못으로 몰아부치고 있는 점도 관건이다. 미국의 대북 식량지원이 시작된 상황이어서 한국과의 민간 채널 유지가 그다지 절실하지 않다는 점도 변수다.
 
한편 정부는 차제에 대북 협력사업을 민간에 맡기던 관행을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최소한 민·관 합동 방식으로 진행해야 대북사업의 주도권을 남북관계에도 활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동안 남북관계가 경색됐다는 지적이 나올때마다 정부는 금강산 등 민간채널이 살아있지 않느냐고 반론을 폈지만 민간채널만으로는 남북 당국간의 대화가 진행되기 어렵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안전보장회의에서 금강산 및 개성 관광객, 개성공단 근무자 등 우리 측의 민간인 상주인력이 수천 명에 달하는 반면, 민간인 보호를 위한 남측 당국자는 한 사람도 없다는 점에서 관광객이나 북체류 민간인 보호를 위한 남측 당국자의 상주도 요구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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