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록의 채권프리즘)골리앗과 다윗

  • 등록 2004-05-14 오후 1:36:39

    수정 2004-05-14 오후 1:36:39

[edaily] 금융중개방식은 다양하다. 계라는 것이 있어서 민간에서 자금을 융통하였고, 사채시장이 성행하던 것이 이제 많이 사라지고 은행이나 자산운용사 등에 편입되었다. 동시에 금융시장은 기존 금융중개의 비효율성을 개선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금융중개수단을 낳는다. 이들은 처음 보기에는 대수롭지 않게 보이더라도 상황에 따라서는 기존의 금융중개기능을 위협하기도 한다. 최근에 도입된 MBS나 펀드(fund) 들을 예로 들 수 있으며 나아가서는 독립 FP제도도 중요한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모기지(mortgage)와 MBS(Mortgage Backed Security) 지금까지 부동산 담보대출은 은행이 담당해왔다. 은행은 예금금리와 대출금리를 호가하는 시장 조성자로서 호가한 금리에 예금과 대출을 받고 위험관리를 하면서 예대마진을 받는다. 유동성이 작을수록 호가 스프레드는 커지는데 시장의 유동성이 풍부하고 조성 대상 상품이 표준화되어 있으면 시장조성 업무는 거의 중개업무 정도로 대체될 수 있다. 부동산 담보대출도 신용분석능력보다는 부동산 담보에 의존하고 있어 표준화 되어 있고, 게다가 장기 투자자들의 급성장으로 장기자금을 공급해주는 기관도 많아졌다. 따라서 이들 담보대출을 간접금융이 아니라 직접금융방식으로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셈이다. 여기에 부동산 담보대출을 직접금융방식으로 할 수 있는 수단인 모기지와 MBS가 최근에 도입되었다. 따라서 MBS가 활성화되면 이제 부동산 담보 대출은 MBS를 매개로 직접금융시장이 담당하는 부분이 확대되므로, 은행들은 부동산 담보 대출시장에서 예대마진을 얻는 비중이 줄어들고 수수료를 버는 비중이 확대된다. LTV40% 정도의 우량한 자산으로 예대마진을 얻고 있는 은행은 좋은 수입원이 위협 받는다. 우량한 부동산 담보대출을 보유하고 있는 기관은 주택금융공사의 모기지론을 파는 것이 이해상충관계에 있게 되며, 그렇지 않은 기관은 시장에 진입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증권사들이 HTS수수료를 인하할 때 두 가지 부류가 있었다. 하나는 새로운 고객을 끌어들여야 하는 증권사이고 다른 하나는 기존의 높은 수수료를 지불하는 고객이 낮은 수수료로 이전하는 대체효과가 발생하는 증권사이다. 전자는 새로운 고객을 늘릴 수 있는 기회가 된 반면에 후자는 HTS를 늘릴수록 수입이 줄어든다. 그 결과 후자에 속하는 대부분 증권사들은 주가가 상승해도 상품 이익 등을 제외하면 수입이 증가하지 않게 되었다. 물론 주식거래에서 외국인의 비중이 증가한 것도 한 요인일 것이다. 주택금융공사의 모기지론 역시 해당 산업의 주요 수입원을 위협한다는 면에서 본질은 증권사의 수수료 인하와 마찬가지다. 다만 장기고정금리 모기지의 수요가 아직 많지 않고, 정부도 위험관리를 위해서 만든 것이지 민간처럼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 아닌 차이점이 있다. 그렇지만 잠재적인 힘은 가지고 있다. 펀드 (Fund) 사람들은 돈을 은행에 예금하든지, 보험에 가입하든지, 펀드에 가입하든지 혹은 주식을 사든지 한다. 은행과 보험은 기관의 책임으로 투자하며 동시에 위험도 떠안는다. 펀드는 정해진 투자목적을 미리 밝히고 투자하며 이들에 동의하는 투자자들이 가입하고 운용자들은 수수료와 성과보수만 받는다. 위험은 투자자들의 몫이다. 주식투자는 아주 낮은 중개수수료만 지불하고 투자자들이 스스로 투자처를 골라서 직접 투자한다. 장황하게 설명했지만 펀드를 다른 금융중개기관과 비교함으로써 금융기관으로서의 펀드의 위치를 부각하기 위해서 써보았다. 미국은 위험과 수익이 큰 곳에 투자하는 PEF(Private Equity Fund)에 가장 우수한 사람들이 간다. 이들의 심사기능은 매우 철저하며, 운영방식 역시 철저히 자본주의적이다. 헤지펀드도 마찬가지다. 펀드가 위험과 수익이 높은 투자기회에 철저한 심사를 통해 투자를 하는 것은 자본주의에서 중요하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이들 기능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더욱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개발연대에 은행을 통해 조성된 자금을 정부가 배분하였다. 그렇지 않았으면 위험한 기회에 자산이 배분될 금융중개기능이 당시에는 없었다. 이것이 72년의 사채동결조치나 80년대 중반 중화학공업 합리화 조치 등을 초래했지만 우리나라 성장을 한단계 도약하게 한 것은 사실이다. 90년대는 기업간 금융이 이루어졌다. 은행은 대마불사인 대기업에 대출을 해주고 대기업은 이들 자금에 자신의 자금을 더해서 여러 기업에 출자하였다. 이것이 외환위기를 초래했지만 이들이 위험한 곳에 자본을 가게끔 해준 것은 사실이다. 지금은 위험하지만 수익이 큰 곳에 베팅을 하게끔 하는 통로가 없다. 제로섬 게임인 옵션과 복권만 난무하다. 자본주의는 혁신으로 성장한다. 장자의 無用之用 (쓸데없는 것의 유용함)처럼 아담 스미스는 할 일이 없을 때 국부론을 집필했고 정도전은 재야생활에서 한 국가에 대한 포맷을 생각했다. 쓸데없이 뿌려 놓았다고 생각되는 곳에서 큰 수익이 난다. 이런 곳으로 일정 부분 자본이 흘러 들어가야 정체되지 않는 자본주의를 유지할 수 있다. 별다른 혁신을 하지 않은 영국이 산업혁명 이후 계속 쇠락해가는 것을 보라.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이후 경제와 금융 중개방식이 급속하게 변하면서 이들에 자금이 유입될 수 있는 길을 마련할 시간이 없었다. 이런 닫힌 곳을 펀드가 풀 수 있다. PEF, 헷지펀드, SOC펀드, 실물펀드 등 다양하다. 은행과 투자은행의 기능들이 여기에 다 녹아있다. 일본의 SPARX라는 운용회사는 일본의 중소형주에 특화하고 있는 운용회사이다. 운용자산이 5,200억엔으로 거의 대부분 주식형이고, 100명의 직원이 있다. 이들은 매주 50개 기업을 방문, 1년에 2,500회 이상 방문을 한다. 성과보수가 총수입의 60%정도를 차지할 정도다. 철저한 조사분석으로 중소형주를 개발하여 투자하는 것이 이들의 역할이다. 정부가 보조를 하지 않더라고 성과보수라는 체제가 도입되니 민간은 가장 효율적으로 움직여 기술력 있는 업체를 개발하는 것이다. 독립 FP (Financial Planner) FP들을 풀어주면 어떻게 될까. 풀어준다는 것은 이들을 각각 사업자로 등록해준다는 것이다. 계약 금융기관에게 라이선스 수수료를 지불하는 개인 회사인 셈이다. 이들은 개인별로 영업할 수도 있고 스스로 사무실을 만들어서 영업할 수도 있다. 상당히 유연성이 있는 조직이다. 독립 FP가 활성화된다면 부담스러운 곳은 많은 인원과 지점망을 가진 기관이고, 도전장을 내볼 수 있는 곳은 아이디어는 있지만 조직과 인원을 가지고 있지 못한 기관이다. IT발전 이후 자본에 비중을 두던 것에서 아이디어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기 시작한 것이 금융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골리앗과 다윗 절대권력은 부패하듯이 경쟁할 상대가 없을 만큼의 독점은 혁신을 저해한다. 비효율성에 대해 스스로를 비판할 수 있는 수단이 나오고 이 새로운 수단과 기존 수단과의 경쟁 과정에서 효율성이 증진되는 것이 자생력이 있는 시스템이다. 시스템에서 자신을 부정하는 것이 나오고 이것과의 경쟁에서 새로운 것이 탄생하는 정-반-합의 과정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모기지와 MBS, 펀드, 그리고 독립 FP는 기존의 대형 기관들을 비판하는 수단이다. 물론 이것이 기존의 금융중개방식을 변화시키는 정도가 크지는 않으며, 시장 점유율의 변화와 중개방식의 다양화와 이에 따른 경제 효율성이 증진되는 것이 기대되는 바다. 뿌려진 씨앗이 어떻게 자랄지는 모를 일이다. 다만 모기지 제도, 펀드, 독립 FP라는 씨앗이 심어졌고 이들이 시장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골리앗은 어떻게 대응할지 그리고 이것이 경제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지 심히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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