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이슈) MS, 배당에 나선 이유

빌 게이츠가 최대 수혜자 ...주주에게는 해로울 수도
  • 등록 2003-01-20 오후 3:21:24

    수정 2003-01-20 오후 3:21:24

[edaily 김홍기기자] 마이크로소프트(MS)가 배당금 지급을 발표했다. 창사이래 처음이다. 배당금을 지급해왔던 IT업체라고 해봤자 휴렛패커드, 인텔 등 극소수에 불과했기 때문에 이번 마이크로소프트의 배당금 지급 결정은 여러 면에서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첫째는 PC 운영체계(OS) 시장과 응용프로그램, 인터넷 브라우저 시장에서 실질적 독점을 형성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성장이 급기야 한계에 다다른 것 아니냐는 측면에서다. 교과서에 따르면 수익성 높은 비즈니스를 발견하지 못했을 때 배당금을 지급한다는 것이 기본 정설이다(물론 주주들에게 더 이익이 된다는 가정에서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재투자하도록 놓아두는 것이 주주들에게 더 이롭다는 식으로 해석돼왔다. 마이크로소프트 경영진의 자질을 믿은 것이다. 야후 파이낸스에 따르면 현재 마이크로소프트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7.8%. 1년 짜리 미 재무부 채권의 수익률이 1.41%, 10년짜리가 4.10%인 점을 감안하면 비교가 안될 정도로 높다. 물론 작년의 어지간한 채권형 펀드의 수익률보다 높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배당금 지급 결정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지난 회기에 순이익이 12% 늘었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도 마이크로소프트의 성장세가 둔화됐다고 하더라도 올해에도 순이익 증가율이 10% 정도는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마이크로소프트가 무위험 자산에 투자하는 것보다 더 수익성 높은 비즈니스 기회를 찾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해서 배당금을 지급한다는 것은 설명이 안된다. 물론 바로 얼마전까지 20~30%씩 성장하던 것과 비교했을 때 성장세가 많이 둔화될 것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기는 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번 배당금 지급이 주주들에게는 해로운 결정이 될 가능성이 높다. 같은 리스크를 갖는 투자에서 마이크로소프트보다 더 높은 수익성을 올릴 수 있다는 보장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둘째로 마이크로소프트가 밝힌 대로 새로운 기관투자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인지도 관심거리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볼 때 미국의 연기금은 기본적으로 배당금을 많이 주는 석유회사나 전력회사 등에 많이 투자해왔다. 연기금은 기본적으로 배당소득에 대해 세금을 내지 않거나 아주 적게 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가 배당금을 지급한다고 하더라도 배당금 지급률은 0.2%밖에 되지 않는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기업의 평균인 1.7%에 훨씬 못미친다. 물론 마이크로소프트가 앞으로 배당금 지급 규모를 대폭 늘리겠다고 밝혔지만 평균 이상까지 가는데 얼마나 걸릴 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기관투자자가 몰릴 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다. 그러나 기관투자자들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주가 상승 가능성과 배당 투자 수익을 한꺼번에 노린다면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한 투자가 보다 공격적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기관 투자자가 주주로 많이 들어올 경우, 마이크로소프트 유통 주식 숫자가 줄게 될 것으로 보인다. 유통 주식수가 줄어들 경우에는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가 주식을 분할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에 변동성과 관련된 요인은 상쇄될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기본적으로 주식은 채권에 대해 콜 옵션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변동성이 커질 수록 더 매력적이다. 그러나 부도의 가능성이 거의 없는 마이크로소프트에는 이러한 잣대를 갖다가 댈 수가 없다. 따라서 이번 결정이 주가의 변동성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가늠하기는 현재 예측하기는 매우 어렵다. 세째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주이자 최대 주주인 빌 게이츠에게 어떤 이익이 있을 것인가하는 점이다. 일단 이번 배당금 지급으로 빌 게이츠는 대략 1억달러에 가까운 현금을 거머쥐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최고경영자(CEO)인 스티브 발머는 3800만달러를 받게 될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이번 배당금 지급의 가장 큰 수혜자는 빌 게이츠와 스티브 발머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조지 부시 대통령의 배당세 폐지안이 현실화될 경우, 배당금에 대해 세금을 전혀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조치 이전에 배당금을 지급했다면 빌 게이츠는 1억달러의 배당금에 대해 38.6%의 세금을 내야했다. 손에 쥐는 돈은 겨우(?) 6140만달러에 불과했을 것이었다. 따라서 빌 게이츠로서는 배당금을 받지 않고 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주식을 파는 것이 유리했었다. 그러면 시세 차익에 대해 20%만 세금을 내면 됐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빌 게이츠는 배당금 지급으로 목돈도 만지게 됐고 주식을 팔 지 않아도 되게 됐다. 꿩 먹고 알 먹은 셈이다. 그러나 빌 게이츠가 1억달러의 현금으로 마이크로소프트에 묻어둔 것 이상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현실적으로 볼 때 주가가 순이익 증가세를 그대로 반영한다고 했을 때 마이크로소프트 이상의 수익을 올린다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마이크로소프트의 배당금 지급 결정으로 마이크로소프트처럼 현금을 쌓아두고 있는 IT기업들이 어떻게 나올 것인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주가가 과거 2~3년처럼 된다면 주주로서는 빨리 배당금을 받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시스코시스템스, 오라클, 썬마이크로시스템스 등이 주목 대상이다. 그러나 이들 기업은 진짜로 배당금에 대한 과세가 폐지될 것인지를 보고서 결정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자금 수요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계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를 따라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결국 이번 배당금 지급이 부시의 배당금 과세 폐지안에 영향을 받은 것인 지 여부에 상관없이 미국 기업의 배당정책이 크게 바뀌는 신호탄이 될 수는 있다. 영원히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을 것으로 보였던 마이크로소프트가 배당금을 지급하겠다고 나선 마당에 다른 기업들이 주주들의 배당금 지급을 거부하기가 힘들게 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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