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는 농협 개혁에 대해 중앙회장의 인사권이 빠진 개혁안을 전면 백지화하고 원점에서 부터 재검토한다고 8일 밝혔다. 이에 따라 회장연임제한·인사추천 설치 등 핵심 조항이 빠진 농협개정안이 ▲회장 대표이사 추천권 인사추천원회 이양 ▲감사위원회 독립기구화 등의 지배구조 개혁안 입법이 다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개혁의 메가폰은 농업계·농협·학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농협개혁위원회가 맡게 된다. 하지만 농협개혁위의 구성은 이미 과거에도 여러차례 반복된 바 있어 이번에도 이름만 있을 뿐 지지부진한 개혁에 그칠 것이란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 농협개혁위 성공할까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3년 2월 당선자 시절 강원도 춘천 토론회에서 "농협이 센지, 내가 센지 나도 모르겠다"고 말한 바 있다. 농협은 1988년 직선제로 선출된 전직 한호선·정대근 등 3명의 회장이 비리로 처벌되는 등 농협 개혁은 매 정권마다 되풀이 돼왔지만 실제 개혁의 칼날이 제대로 집행된 적은 없다.
농협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질책에 따라 주무부처인 농식품부는 8일 농업계 · 농협 ·학계 전문가들로 `농협개혁위원회`를 구성하고, 민간위원장을 위촉해 연말까지 개혁안을 마련키로 했다고 밝혔다.
노무현 정권들어 농림부 내에 신용·경제 분리추진협의회가 설치됐다. 농협중앙회도 2003년과 2007년 농협개혁위원회를 설치해 신·경 분리를 논의했으나 지지부진하게 끝났다.
농식품부 정황근 대변인은 농협개혁위원회의 한계점에 대해 "과거 농협개혁위원회는 농협 산하에 있었기 때문에 별 성과가 없었지만 이번에는 농식품부 산하에 생기는 만큼 예년과 다를 것"이라면서 "지금처럼 전 국민적인 관심을 받은 적이 없기 때문에 이번에는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회장 독주 지배체제 개선 가능할까
농협 지배구조 개혁의 핵심은 중앙회장이 갖고 있는 대표이사 추천권이다. 2005년 농협법 개정으로 회장 지위가 비상임직으로 격하됐다. 하지만 농협법 130조에 따라 여전히 회장은 중앙회 전무이사와 신용·경제 등 각 사업 대표이사를 추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농식품부는 지난 9월 회장 연임제한과 인사추천위 설치 등의 내용을 담은 개혁안을 입법예고했다. 하지만 공청회 과정에서 논란이 제기돼 중앙회장 권한 조정 등 핵심내용을 뺀 농협법 개정안을 법제처에 넘김으로써 알맹이가 빠진 법률안이 올라갔다.
농식품부는 연내 개혁안이 마련돼 법제처가 다시 검토에 들어갈 경우 내년 2월 임시 국회 제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12월 말 농협개혁위·농업계·농협·학계의 의견을 수렴한 안이 나오고, 1월 말 국무회의 등을 거쳐 정부안을 완성, 2월 임시 국회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농협개혁위를 주관하는 농식품부의 각오는 남다르다. 정부·국민·농협이 모두 3위 일체의 합심을 이룬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설명이다. 정황근 농림부 대변인은 근본개혁을 강조하면서 "문제가 되고 있는 인사추천위와 농협의 1인 지배구조 등을 포함해 전부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 인적쇄신·신용분리 문제는 여전히 남은 과제
농식품부에서도 회장권한 문제를 제외한 농협 인적쇄신과 신용분리 문제에는 여전히 수세적인 입장이다. 농협이 농민과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큰 조직이라 어느 정도 정부의 입김은 가능하지만 인사와 관련된 것은 조합 생산자에 달렸다는 설명이다.
이번 쇄신안에 농협의 정원조정과 인적쇄신안도 들어가느냐는 질문에 정황근 농식품부 대변인은 "인사와 관련된 것은 조합생산자 단체라 중앙회 소관"이라며 "일련의 사태에 대해 국민들이 부정적 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을 감안해 인적쇄신 부분은 농협중앙회에서 추진할 것"이라며 인사권은 농협 중앙회로 넘겼다.
신용분리 문제에 대해서도 농협 내부에서 주관할 부분이라는 입장. 지주사전환 부분은 법 부칙에 들어가 있는 상태이지만 농협 일정에 맞춰 연구용역을 하고 있고 내년 2월쯤에나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연말까지가 기한인 농협개혁위원회가 신용과 경제부문 분리에 개입하기에는 시기상으로도 어렵다는 분석이다.